올해 내가 배운 것 - 관절염과 인생

무릎 관절엔 케토톱... 맞나..

by 내 곁

다리가 아프다.


고정된 자세를 오래 취하면 그러는 것 같다.

오른쪽 허벅지가 아파서 다리 찢기를 못하는 건 1~2년 되었으니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무릎이 아프지는 않았는데.

직장에서 오래 의자에 앉아있다가 일어날 때, 집에서 바닥에

앉아 밥을 먹고 일어날 때에는 어김없이 절뚝이는 나를 마주한다. 처음엔 오른쪽 무릎 뒤였는데 이제는 왼쪽도 조금 아픈 것 같다.


낭패다..


나의 어렵게 찾은 최고의 스트레스 해소법은,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내 평생을 가져갈 나의 취미는 거의 유일하게 [걷기]였는데..그것마저도 안된다는 건가.

허벅지가 아플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지.. 그런데 걷기에 직접적인 영향이 가는 무릎 관절이 아프니 덜컥 겁이 난다.


나는 걷기를 사랑한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천천히 걷고 또 걸어서,

덕수궁의 석어당에 앉아 마음을 내려놓는 연습을 얼마나 많이 했던가.

십 년 정도 줄어든 수명을 다시 되살리려, 내 마음에만 집중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

남에게 빼앗긴 나의 수명을 나 스스로 다시 살려내는 방법을알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외로웠던가.

그러한 시간들에 함께 해 준 것은, 오직 나의 두 다리뿐이었는데.


내 몸은, 앞으로 아주 빠른 상태로 노쇠를 겪을 것을 안다.

면역력은 떨어지고, 노안이 찾아오고, 움직임은 굼뜨고, 눈물은 많아지고, 팔다리는 쑤시겠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고작 무릎인대 하나에 덜컹하다니.

앞으로도 자주 덜컹덜컹 심장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올라오리라는 것을 나는 직감했다.

해야 한다면, 해야지.

그래야 한다면, 그래야지.


올 한 해 나는,

무릎인대를 내어주고, 타인을 보는 시선을 얻었다.

내 마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유일하게 나 하나뿐이라는 마음가짐.

저 사람은 그냥 저런 스타일로 사는 사람이라서,

나와는 아주 다른 저 나름의 생활방식을 가지고 사는 사람이라서 저런 것뿐이라고.

단지 그런 거니까, 나는 저 사람에게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키면 되는 거라고.

그러다 보니 타인을 유하게 바라볼 수 있는 평정심이 생겼다.

이상한 사람도, 짜증 나는 사람도, 심보가 고약한 사람도,

그냥...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니 웃을 수 있게 되었다.

속으로는 다른 맘을 품고 웃는 가식이 아니라, 세상에 저런 사람도 있어 재미있다는 진심 어린 미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웃음이 난다.

근데.. 이렇게 웃고 있는 나를 보면 또 나는 덜컹한다.

할머니가 나를 볼 때 웃던 웃음 같아서.

아... 나 나이 먹었구나. 생각이 들어서.


무릎이 아파서 아주 살짝, 나만 눈치챌 정도로 다리를 절면서 천천히 골목을 걸었다.

그래.. 그냥... 아프면 아픈데로,

사부작사부작... 그렇게 살아야지.

어쩔 수 없는 인생의 순리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