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성곽도서관
반 원의 동그란 길을 돌아, 명함크기의 작은 종이에 도장을 찍었다. 오늘부터 내 시선에 따라 읽히는 책의 정거장이 될 책갈피.
진즉 오려고 별표를 해두었었다. 그런데 정작 오기는 힘들었다. 시간이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막상 시간이 나도 익숙한 곳으로 발길을 돌렸을 뿐.
성곽이 있었다.
남산으로 이어지는 성곽길, 그 옆의 자그마한 도서관, 그리고 내리꽂히듯 가파른 언덕.
그렇게 하라고 정해 놓은것도 아닌데 1층은 여자, 2층은 남자분들이 자리를 잡고 독서에 빠져있다.
많은 책보다는 여유를 담아 좋았다. 화단이 있는 작은 테라스와 넓게 펼쳐지는 하늘. 가만히 구름이 움직이는 것을 바라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피아노 선율. 조용한 피아노 선율과 함께 기억될 바람소리, 바람이 흔들리는 쏴아 쏴아 나뭇잎소리.
테라스에 앉으면 큰 나무들과 하늘 사이에 덮인 한옥지붕의 머리꽁지가 보여서 기차를 타고 멀리 여행이라도 온 것 같은 기분이다.
한강의 소설을 읽었다. 소년이 온다를 읽고 가슴이 먹먹해져서 하늘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나에게는 너무 견디기 힘든 시간 이어서 찾게 된 이곳에서 읽은 이 책이 나의 고통은 아주 작은 것이라고.. 다 지나간다고 그렇게 위로를 주는 듯했다.
책을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지거나 눈 앞이 흐릿해지면 하늘을 보았다. 처언천히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상태가 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수시로 이름 모를 새가 테라스에 날아 앉아 울었다. 아니.. 웃었나..
가을의 초입.. 서늘해지기 시작하는 바람과, 그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면 이제 나는 이곳을 떠올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