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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A Nov 08. 2023

09 책과 저자를 함께 만나는 시간

에피소드 6 - 북콘서트

내가 해본 행사 중에서 가장 '개인적인' 이벤트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북콘서트 행사였을 것 같다.


이전에 모시던 대표님의 교양서적 출간을 기념하여 7-80명 규모로 호텔에서 디너를 하는 자그마한 이벤트였다. 규모는 작았지만 참석하시는 분들이 모 회사 대표님들을 비롯하여 굵직한 직함을 가진 분들, 나름 이름이 알려지신 분들이 오시는 자리라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대표님께서는 개인적인 일이셨기에 나에게 부탁하는 것을 몹시나 망설이시는 것 같았다. 계속 말씀을 꺼낼까 말까 하시는 눈치라 왠지 부탁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다는 낌새를 차리고는 먼저 준비를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사실은 그간 못내 내 원래 Job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이 근질거리던 터였다. 막상 하기로 하고 보니 이 정도 규모의 이벤트라면 가볍게 치를 수 있는 것인지라 꽤 재미나게 준비를 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행사를 할 생각에 설렜다.






북콘서트의 형식은 내가 제안했다. 사실 그간에도 책을 여러 권 내셨었지만 출간기념회는 처음이셔서 그런지 못내 기대감을 가지고 계신 게 보였고, 워낙 말씀을 잘하시는 터라 여러 가지 비하인드 스토리라던지 책에서 못다 한 이야깃거리 등을 청중 앞에서 풀어내면 모신 분들에게도 꽤나 즐거운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낸 아이디어였다.


1주일이 남짓한 촉박한 일정으로 행사준비가 시작됐다. 출판사와는 줌미팅과 카톡을 쉴 새 없이 주고받으며 업무분장을 나누고 각종 인쇄물발주를 진행했다. 현장세팅은 호텔 담당지배인과 연락해 현장 조성부터 식사, 손님응대까지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기 시작했다.


초청작업은 더 긴박했다. 행사 1주일이 남은 시점에 시작해서 주말까지 RSVP로 정신이 없었는데 전날까지도 초청자리스트가 변경되었다. 행사장 내 마련된 원형 테이블에는 대표님과 고심해서 배정한 좌석에 네임플레이트를 올려두었다. 이런 자리를 마련하신 게 처음이라 대표님께서는 테이블 배치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이셨고, 정말 설레하시는 게 느껴졌다.






안다즈호텔 행사장 입구


마침내 행사 당일이 되었고 오전근무 후에 호텔로 이동해서 현장 체크부터 시작했다. 행사 30분-1시간 전부터는 미니 사인회를 겸한 손님맞이 시간을 가졌다. 입구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책을 주문하고, 자연스럽게 이어 책에 사인을 받을 수 있게 했다. 행사장 내에서는 언론 인터뷰를 하셨던 영상을 틀어 기다리시는 분들이 무료하지 않도록 했다.


북콘서트 사회는 K본부 출신의 유명 아나운서가 맡아주셨다. 대표님 지인이셔서 흔쾌히 사회를 수락해 주셨는데, 사회자 스크립트 초안을 넘겨드리고 진행을 부탁드렸다. 역시나 명불허전, 급하게 쓴 스크립트였지만 현장 분위기를 엄청 띄워주셔서 그날밤 대표님께서는 너무 행복하셨다고 한다...


북콘서트에서는 대표님을 모시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는 시간으로 구성했다. 출판사에서 사전 질문 리스트를 받아 토크시간에 맞추어 4-5개의 핵심 질문을 추려냈다. 어떻게 책을 쓰시게 되었는지부터 앞서 언급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같이 여기에 와서만 들을 수 있는 질문들로만 구성을 했다. 답변 초안도 미리 작업을 해놓고 대표님께 전달드렸는데 스크립트가 없어도 너무도 자연스러운 답변을 하시는 것을 보고 역시 저자는 저자다 하고 생각했다.


북콘서트가 끝나고 만찬이 시작됐다. 아나운서님이 아주 매끄러운 진행으로 여러 VIP 손님들의 와인 건배 제의를 이끌어내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려주셨다. 초대받아 오신 분들도 즐거워하시는 게 느껴졌다.


귀갓길에는 초콜릿 세트를 선물로 나누어드렸는데 다들 즐거워하시면서 돌아가셨다. 후일담이지만, 참석하셨던 대표님, 회장님들 중에 그날의 북콘서트를 부러워하셨던 분들이 계셨다고 들었다.







간기념회는 처음 해본 행사였지만 기본적으로 행사운영을 하는 것에 있어서는 비슷한 플로우였기 때문에 기획, 운영 모두 어려움은 없었다. 오직 그를 위한 행사이므로.. 그를 빛나게 해주는 것만 생각하고 아이디어를 내니 컨펌도 빨리 나왔고 의견이 분분하거나 하는 일이 없어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출간기념회에서는 저자와 발간된 책에 포커싱을 해서 독자들이 저자와 책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포인트였다. 사인회나 포토타임으로 저자와의 거리감을 좁혀주고 나만의 사인북, 사진을 소장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출간기념회는 새로운 독자를 유치하고 판매수익을 창출하는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현장에서 바로 책 구매가 이루어지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장에 와주신 분들이 임직원들이나 주변 지인들에게 선물한다며 대량주문을 해주신 사례가 여러 건 있었다. 출판사에서는 미리 현장물량 중 일부 판매분을 준비해 놓고 현장에서 바로 결제를 진행할 수 있게 카드기까지 세팅을 해두었기에 바로바로 판매가 가능했다.


이번에 내가 한 것은 프라이빗 행사라 초청자명단이 있어 따로 홍보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일반대중을 상대로 하는 출간기념회는 더 많은 신규 독자를 유치할 수 있게 홍보를 하는데도 신경을 쓸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 일을 하면서 가외의 시간에 준비를 해야 해서 어려운 부분이 일면 있었지만 행복해하시는 대표님의 모습을 보니 뿌듯했다. 재능기부를 했다는 생각이었는데 오래간만에 내 갈증도 해소되어 즐거웠던 행사였다. 역시 행사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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