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 글에 이어 코로나 시국을 겪으며 느꼈던, 현장으로 운영할 때와 웨비나, 하이브리드로 할 때연사초청 파트에 주목해서 에피소드를 풀어보고자한다.
우선 연사 초청 담당자는 대부분 회사에서 영어를 잘하는 분들이 주로 맡는다. 덕분에 계속해서 연사초청 파트만 맡아서 하는 분도 계시기도 하다. 해외연사를 초청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고, 또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데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영어를 공부해서라도 한 번쯤 해당 파트를 경험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I 현장운영
우선 '현장운영'이라 함은, '연사를 모두 현장으로 초청할 수 있는 경우'로 정의를 해야 할 것 같다.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연사 없이 오프라인, 현장으로만 참석하는 경우는 연사초청 시 가장 신경 쓸 부분은 항공, 숙박, 의전이 함께 연결되어 있다. 기조강연이라던지 스페셜 세션 류의 VIP 연사가 오는 경우 이런 부분은 더 신경을 써야 하게 되는데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개략적인 행사 일정이 나오면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한다. 프로그램을 짜면서 어떤 강연을 준비할 것인지, 누구를 초청할 것인지를 정하게 된다. (이건 웨비나, 하이브리드 모두 동일) 강연 주제에 따라 초청 후보군이 정해지면 우리 행사에 대해 소개하고 강연을 수락해 달라는 요지의 초청장을 보낸다. 초청연사가 유명한 분일수록 모시기가 어려워 내가 있던 곳에서는 보통 행사 운영위원회가 발족이 되자마자 초청작업부터 시작했다. 대략 시기적으로는 1년 정도 전부터 준비를 하는데 거절당하면 바로 다음 후보를 모셔야 하고 수락한 사람이 있으면 그분 스케줄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짜야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하는 작업이다.
초청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 초청장 작업에 꽤나 공을 들이는 편이고, 해당 연사와 연이 닿을만한 지인을 찾아 초청에 도움을 달라고 은근히 부탁을 하기도 한다. 아무래도 지인찬스는 전 세계를 통틀어 통용되는 국룰인 것 같다. 초청에 수락하면 그때부터는 강연이 가능한 일정과 항공, 숙박 등을 어레인지 하기 시작한다. 행사 규모나 격에 따라, 초청대상에 따라 공항 픽업-센딩을 공들여하기도 하고 숙박도 호텔 등급이라던지 객실 클래스를 더 올린다든지 하는 등 차별화를 두기도 한다. 장차관 급 이상이라면 의전도우미를 쓰고 경호인력을 쓴다거나 하는 등의 경우도 있다.
보통 해외에서 초청하는 연사들의 경우, 기본 강연 외에도 각종 행사의 꽃이라고 할만한 부대행사에 대부분 초대된다. 웰컴디너나 갈라디너, 각종 리셉션에 초대되는 경우가 많아 출신 국가나 지역을 고려하여 특이식성여부를 파악하고 식사에 불편함이 없이 준비를 요청하는 것도 연사초청 담당자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종교에 따라 기도실을 준비하거나 하는 배려도 필수다.
연사료나 기타 지원비용을 전달하는 것도 사전에 협의를 통해 현장 수령을 할 것인지 해외송금을 할 것인지 파악하고 각종 증빙서류들을 현장에 왔을 때 꼭 챙겨놓아야 한다. 현장에서 수령하는 경우, 초청담당자는 엄청난 양의 외화현찰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그런 부분에서도 주의가 필요하다.
또 현장에 온 연사들에 리에종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문화적 차이가 있으므로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챙겨줄 수 있는 리에종과 매칭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남녀가 매칭된 경우에는 혹시나 모를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담당자로써 특별히 눈여겨보고 챙길 필요가 있다. 실제로 몇 번의 사례를 보았고, 직접 경험하기도 했는데 정말로 해결하기 어렵고 곤란한 문제였다.
현장으로 연사들이 오면, 그간 이메일로 수없이 조율했던 그 or 그녀와 실제로 조우하면서 굉장히 즐거웠던 일들이 많았다. 가상세계에서 이메일로만 소통하던 우리가
드디어 만났네!
라는 것이 매우 즐겁게 느껴진다. 특히나 초청 과정에서 사연이 있었던 연사일수록 그런 부분이 더 크다. 현장에서 만나서 거의 얼싸안기 직전이었던 분도 있었는데 아마 서로의 이메일에서 간절함을 읽었기 때문이었으리라고 생각한다. 돌아가고 나서도 같이 찍었던 사진을 보내주거나 한국일정 중에 너의 친절에 고마웠다는 메일을 받으면 굉장히 보람차고 기쁘다. 특히나 한국에 대해 좋은 인상과 추억을 가지고 돌아갔다는 말을 들으면 그렇게 보람이 넘칠 수가 없다.
현장에 연사들이 와서 힘든 점이라 하면, 사실상 그분들은 여기에 잠시 머물다가는 우리의 '손님'이므로 하나부터 열까지 최대한 다 챙겨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갑자기 한밤중에 아파서 병원을 가게 된다거나 긴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담당자로서 많은 부분을 대응해줘야 한다는 것이 꽤나 어려운 점이기도 하다. 남을 잘 챙기는 성격이 아니라면 좀 어려울 수도 있는 일이기도 하다. 나에게 당연한 일이 그에게는 당연하지 않은 일이라는 걸 전제로 깔고 있어야 가능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I 웨비나Webinar
온라인으로 연사를 초청할 때는 현장으로 올 때와 좀 다른 부분이 신경이 쓰이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시간 맞춰 연사와 온라인에서 접선하는 것'일 것이다.
먼저 초청하는 절차는 현장때와 비슷하다. 후보군을 정하고 초청장을 보내 온라인으로 강연이 가능한지 확인하는데 이때 신경 쓸 것은 연사가 있는 국가와의 시차다.
우리나라에서는 강연시간이 오후 중인데 저쪽은 새벽 3-4시 라거나 이런류라면 강연 시간을 조정해서 최대한 그래도 깨어있는 시간대에 강연을 하실 수 있도록 배려한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연사 초청리스트가 준비되면 국가와 시차부터 확인하고 프로그램에 변동이 필요한 부분이 없는지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다 보니 사실 웨비나를 준비할 때 우리 쪽 인프라는 매우 잘 되어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에 있는 우리 연사들은 상황이 좀 다를 때가 많다.
그래서 사전에 Technical Check 일정을 따로 잡아 현장과 연결해 연사의 인터넷 상황과 우리가 사용하는 플랫폼에 대한 간단한 기본 교육을 해야 한다.
Technical Check는 10~15분 사이로 진행한다. 내가 있던 곳의 경우, 첫 번째로 연사는 당일 강연 시간 20-30분 전에 플랫폼에 접속을 하도록 했다. 첫 번째 연사의 경우는 좀 나은데 뒷 순서로 있는 연사의 경우에는 앞에 강연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는 경우도 있고 늘어지는 경우도 있어서였다. 늘어지는 경우는 그나마 다행인데 빨리 끝나는 경우에는 해당 시간을 좌장이 순발력으로 Q&A로 때워야 했는데 그런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침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가장 중요한 음향과 카메라 체크 등이었다. Technical check를 할 때에는 가급적 강연을 실제로 진행할 곳에서 접속하기를 부탁했다. 그래서 현장의 상황이라던지 배경이나 조명, 음향이 울리지는 않는지 등 다각도로 체크했다. 인터넷 상황을 체크하는 건 최우선이었다. 뭔가 상황이 좋지 않을 경우, 연사가 다른 컴퓨터나 다른 환경에서 재접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확보해야 했다.
두 번째로 Technical Check를 하면서 당일 현장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해주고 만약 문제가 생길 시 대처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우리의 경우, 1순위는 플랫폼 내 채팅창(콘솔-연사만 비공개대화가능)을 이용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채팅창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는 전화였다. 문제가 생길 시 통화가 가능한 유선연락처를 하나씩 받아두었다. 그것까지 연결이 되지 않으면 사실상 방법은 없었는데 거기까지 않기를 바라긴 했다. 아프리카에 있었던 한 연사는 전날 Technical Check 때는 연결되었었는데 당일에 끝끝내 연결이 안 되어 당일 노쇼가 나오기도 했는데 심지어 전화도 인터넷 전화였던지라 그저 우리는 그날 만나지 못한 채 마무리를 한 적도 있었다.
처음 웨비나를 준비하면서 조직위원회에 Technical Check 일정에 대해 설명하고 진행한다고 했을 때 우려가 꽤 많았다. 연사분들이 다 바쁜 분들인데 시간을 뺏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그리고 요즘 화상회의 할 줄 모르는이가 있냐고 했는데 실제로 정말 스스로 조작을 못하는 연사도 다수였다. (대부분 비서 or 조교들이 모두 준비해주기 때문이다!!!)
시간적인 부분은 10-15분 이내로 끝내겠다고 말씀드렸고, 확인하지 않았다가 현장에서 참사가 벌어진다면 그건 조직위 담당자가 질 책임이었기에 진행을 하기로 컨펌을 받았다. Technical Check에는 그 연사와 관련된 이들은 모두 원하면 참석할 수 있도록 했다. 진행은 사무국 담당자가 했고 그 외 나머지 행사와 관련한 외적인 것들은 원할 경우에는 초청하신 분이나 조직위 담당자가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조연사와 같은 분들은 (당시에는 노벨상 수상자) 사실 사무국에서 진행하는 것보다는 조직위 간부급에서 해주는 것이 격에도 맞아서 Technical Check 외에도 우리 행사에 참여해 주는 것에 대한 감사 표시, 그간의 안부인사 또 우리 행사에 대한 소개나 연사가 궁금해하는 부분 등을 모두 전달하기도 했다.
비대면이지만 마치 대면을 한 이들처럼 서로의 인터넷 환경에 의지해 지식을 공유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내고자 노력한다는 것이 참 어떤 측면에서는 감동적이기까지 했었다. 온라인으로라도 소통을 하고 싶었던 너무도 힘들었던 팬데믹 시기는 이런 방식으로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었다. 연사료 등 사후 정산을 하거나 기타 등등의 후속 처리를 할 때에도 전체 해외송금으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으니 현찰보유에 대한 어려움은 없었고, 결과보고서를 만들 때에도 영상을 캡처하면 되다 보니 수월한 부분이 많았다.
다만, 웨비나를 하고 나면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하긴 했지만 연사와의 라포를 형성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고, 애매하게 인사하고 애매하게 헤어지는 상황이 되다 보니 그런 관계적인 부분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컸던 것 같다. 뭔가 끝났지만 끝나지 않은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고 말이다.
I 하이브리드(온+오프)
대망의 하이브리드는 위의 두 가지를 모두 다하는 거였다. 팬데믹 상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지는 하이브리드는 사실 현장으로 초청하는 것이 더 어려웠다. 입국 관련해서 미리 3일 전에 코로나 검사 결과가 있어야 하고 입국 후에도 지속적으로 추적 관찰을 해야 하는 시기도 있었고, 국가별로 진행되는 상황이 다르고 한국대사관 마다도 업무 진행속도가 다른 터라 입국 신청서를 미리 받고 신청을 돕고 우리 기관에서 발급하고 챙겨야 할 서류를 챙기는 것도 관건이었다. 모든 절차를 다해도 승인이 안나는 경우도 있어 정말 답답한 순간도 많았지만 한 분 한 분의 연사를 모시고 싶은 그 마음이 간절했기에 어떻게든 모실 수 있도록 애를 썼던 것 같다.
보통 내가 한 번에 초청하는 연사가 130-150명을 왔다 갔다 했는데 현장에 오는 이, 온라인으로 오는 이를 잘 구분해서 자료를 이중으로 준비해야 하는 점이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오고자 하는 이들은 최대한 모시고자 애를 썼고, 온라인으로 오시는 분들 또한 불편함 없이 비대면으로나마 우리 행사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준비했다.
아마 코로나가 없는 상황에서의 하이브리드는 조금 나을 것 같다만 연사초청분야 외로 다른 파트는 아마 굉장히 힘들 것이다. 코로나 시기를 겪으면서 회의기획자가 어려워진 부분이 있다면 한번 경험을 했기 때문에 많은 조직위가 하이브리드를 원한다는 거였다. 기획자입장에서야 물론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어서 좋은 부분도 있겠지만 일의 절대적인 양이 많아 힘든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이렇게 코시국을 지나며 내가 비교해 본 회의운영/연사초청 파트가 끝났다. 코로나는 우리를 너무 힘들게 했고 아프게 했지만 우리 삶에 정말 많은 영향을 줬다. 비록 직접 가보고 만날 수는 없었지만 코로나 시대만큼 전 세계가 더 가까웠던 적은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은 웨비나 세상을 운영해 본 사람들만 느낄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로 단절된 시대는 회의기획자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해볼 기회를 줬고, 새로운 기술과 새로운 업체들이 성장할 기회를 줬고, 기획자들마다의 역량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그렇기에 이 시기를 혹독하게, 힘들게 보낸 기획자들은 꽤나 많이 성장했을 거라는 확신이 있다.
앞으로 또 어떤 위기가 올진 모르겠지만, 회의기획자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의미 있는 '소통의 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앞으로도 (나를 포함해서) 수많은 회의기획자들의 멋진 성장과 발전을 위해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