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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A Dec 27. 2023

12 연구개발과 경영기획

내가 있던 바이오제약 산업이라던지 IT산업 분야 등 전문기술이 주된 사업 아이템이라 연구개발이 가장 핵심 부서인 회사에서는 경영기획 부서 직원으로 해당 분야를 전공하고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선호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일수록 해당 분야와 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수반되어야 경영전략을 짜는 데에도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연구개발 부서가 주목을 받는 만큼 경영기획 부서는 연구개발 단계별로 체크를 하면서 전략을 짜야하기에 아무래도 그 중요도 면에서 조금은 작아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영기획부서에서 좋은 전략을 짜고 회사 살림살이를 해나가려면 연구개발 부서에서 결과가 나와줘야 뭐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늘 과정과 결과를 채근하는 목소리만 커진다.


이런 연유로 연구개발 부서와 경영기획 부서의 사이가 좋기란, 참으로 어렵다.






회사에 있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라면, 이 두 파트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이었다.

결정 권한이 있는 위치였다면 이런 부분이 훨씬 수월했겠지만 실무진에서도 중간관리자의 위치에 있으니 사실상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지 않을까 내내 걱정할 뿐이었다. 먼저 양 쪽의 의견을 듣고 두 고래가 모두 양보가능한 선에서 정리를 해야 했다. 자료 하나를 만들 때에도 그럴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많아서 중간점을 잡는 것이 어려웠다.


게다가 감정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조율을 하는 것 또한 중요했다. 서로 간에 어느 정도 한발, 두발 양보를 해야 하는 부분들이 생겨나는데 그런 것들이 결코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믿지 못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시켜야 했다. 머리로는 받아들이지만 이미 상해버린 감정은 돌아오기가 어렵고, 이후 다른 일을 추진할 때에도 영향을 준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라는 집단, 어느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가졌다 싶은 사람의 경우, 이런 것들이 꽤나 중요한 부분이라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이런 측면에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을 불편하지 않게 잘 해내는 사람들을 좋아하게 됐다. 어떤 일을 할 때 상대방을 불편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자기 의견을 잘 피력하고 설득해서 결국은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그러면서도 인간관계를 망치지 않는 젠틀한 화법을 구사하는 이를 매우 좋아하는데 지금껏 몇 보지 못했던 터라 굉장히 고난도의 스킬이구나 싶다. 나조차도 그렇게 하고자 꽤나 애를 쓰지만 감정이 폭발하는 경우가 많으니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이 회사에 있으면서 소규모 집단이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 중간자의 역할을 하게 됨으로써 예행연습을 조금 해보았는데 생각보다는 적성에 잘 맞는 것 같았다. 뭔가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주장을 펼쳐내는 편이라기보다는 사람 간의 관계와 소통을 우선시하는 내 업무 스타일이 중간자로서의 역할에는 제격인 것 같았다.


다만, 아무리 열심히 한들 결정권이 없다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래서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진 리더가 있어야 한다는 걸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요약 한 줄.

-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임원이 있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임원이 있는 것 또한 바람직하다.

- 그러나, 그런 사람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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