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근처로 이직한 후 가장 좋은 일이 있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도 집에 갈 수 있다는 점이다. 걸어서는 40-50분 사이가 걸리는 거리라 아주 가깝진 않지만,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 나에게 그 시간만큼은 천천히 걸으며 음악을 듣고 고개 들어 하늘을 바라보는 유일한 시간이다. 매일 거의 1시간이니 일주일이면 5시간 남짓 걷는 시간을 확보한 것이다. 매일매일 그런 시간이 있다는 게 너무도 소중하다.
요즘 서울이 아닌 우리 동네에도 공유자전거가 나타났다. 전동킥보드는 예전에 시도했다가 대차게 한번 넘어지고 나서는 다시 타지 않는데 자전거는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를 보고 몇 번을 망설이다 삼주쯤 전이었나, 용기를 내서 어플을 깔고 공유자전거에 도전했다.
15분에 천 원 남짓의 돈을 내고 이용하는 공유자전거는 최근 내 퇴근길에 행복감을 주는 기특한 녀석이다. 5일을 출근하면 그중에 2-3일은 공유자전거를 타고 퇴근한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하면서 내 복장은 오피스룩에 운동화다. 사무실엔 구두를 가져다 놓고 매일 운동화를 신고 출근한다. 오피스룩을 입고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이 조금 어색해 보이기도 하지만, 자전거를 타면서 알게 된 건 생각보다 출퇴근에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거다.
롱치마를 입고도 자전거를 타는 데에 거침이 없다. 어차피 사람이 없는 길 쪽으로만 달리기 때문에 가능한 것 일터다. 애당초 운동신경이 없는 나이기에 공유자전거도 굉장히 천천히 탄다. 천천히 타면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하다. 비가 오는 날은 공유자전거가 거의 젖어 있고, 또 비를 맞으며 탈 수는 없으니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면 그래도 30-40분 정도 걸린다. 워낙 천천히 타기도 하지만 아직은 횡단보도가 무서워 횡단보도를 만나면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건넌다. 건너서 다시 타고 멈췄다가 또다시 타고 하는 형태로 오다 보니 시간이 많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몇 번인가 빨리 달릴 때도 있었는데 정말 심장과 허벅지가 터질 것 같아서 얼마 있지도 않은 체력이 소진되는 걸 느끼고는 천천히 달리기를 선택했다.
나의 목적은 '운동'보다는 '바람 쐬기'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비틀거리는 자전거를 천천히 타고 오다 보면 중심 잡기의 어려움을 많이 느끼게 된다. 내 몸의 밸런스가 얼마나 무너져있었던 것인지. 내 운동신경이 얼마나 둔한지를 느끼면서 자전거를 타다 보니 무서울 때가 많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세발, 네발을 거쳐 두 발자전거를 처음 배우고는 중학생이 되면서는 자전거를 탄 적이 없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자전거를 탄게 대학생 때였던 것 같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 사귄 남자친구와 한강에서 자전거를 탄 것이 아마도 성인이 된 이후로 첫 자전거 탑승 기억이다. 그러다 보니 공유자전거를 보고도 한참을 망설였던 게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누구나 넘어지고 다치는 게 두려운 건 마찬가지일 것이다.
넘어지고 다치는 것이 두렵다고 해서 도전하지 않는다면 지금 나에게 소중한 이 힐링 시간은 얻지 못했을 거다.
한낱 자전거 타기도 이러한데, 무수한 선택의 순간에 두려움으로 도전하지 않았을 때 오는 결과들은
내 인생의 수많은 변곡점을 만들어내고 있겠지.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순간만큼은 허리도 가슴도 꼿꼿이 펴고 고개는 정면을 바라보고 달린다. 중심을 잡느라 다른 생각은 할 겨를도 없이 그저 자전거에만 집중이다. 시루떡 같은 퇴근 지하철에서 한 손엔 휴대폰을 들고 복잡한 생각들과 함께 한 시간 반을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며 오지 않아도 된다는 게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다. 그저 내 몸을 태우고 가는 이 자전거라는 녀석에만 집중하며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날이 더 추워지면 손도 시리고 바람도 차가워 자전거 타기 힘들 것 같아 벌써부터 아쉬움이 한가득이다.
내년에 날이 좋을 때 타고 퇴근하면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벌써부터 그런 생각으로 가슴이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