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시간에도 무언가를 해야만 할 것 같은 압박감을 느끼기도 하고, 심지어 그게 심해질 때는 뭔가를 하고 있는데도 뭔가를 더 하려고 할 때가 있었다. 그런 상황을 여러 번 겪으면서 내가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는 것 같다고 느낀 적도 있고 몸도 마음도 피곤함을 느끼기도 했다. 어쩔 땐 브런치도 마찬가지였다. 글 하루 이틀, 몇 주안 쓴다고 해서 누가 나를 뭐라고 하겠는가. (물론 많지 않은 소중한 구독자님들이 떠나갈 수도 있겠지만) 꾸역꾸역 쓰겠다고 서랍을 채우다 한참뒤에 다시 보면 엉망인 내 글을 보고 속상한 때도 있었다.
강박적으로 무언가를 '계속하려고 하는 삶'을 사는 것이 어느샌가 스스로를 지치게 하고 있었다.
내가 계속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것이
늦게 잠들고, 늦게 일어나면서 잠으로 시간을 보내고,
쓸데없이 무언가를 사고, 만들고, 버리고,
여러 유익하고 좋은 것들보다는 자극적이고 무용한 것에 관심을 주게 되는
그런 단점을 불러오고 있다는 것이 점차 피부에 와닿게 느껴졌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서 가끔은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라거나 '왜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하고 물음은 던지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비움'이었나 보다. 하고 깨달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시간과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않는 시간.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계획하지 않는 시간이 스스로에게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 일주일에 몇 시간이라도 그런 시간을 꾸준히 가져보자고 다짐했다.
올해 연말까지 나에게 최대한 '비움'의 시간을 주는 게 내 목표다.
'비움'으로써 더 정돈된 나와 마주하고, 새해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한번 해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