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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A Dec 27. 2023

01 아무것도 보지 않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쩌면

요즘 시대에 제일 필요한 건 '아무것도 보지 않는 시간'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서 말하는 보지않는다는 건 아무래도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나오는 수많은 영상 컨텐츠들을 보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최근 우리집 TV 중 OTT 하나가 구독 만료가 되어 보지 못하게 됐다. 최근엔 시들했지만 그래도 꽤나 즐겨보던 OTT여서 아쉬움이 컸다. 다시 결제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는 시간이 어느새 1달이 됐다.


구독만료가 되기 전까지는 집에 오면 너무나 자연스레 TV를 켜고 무언가를 봤다. 재미가 없어도, 관심이 없어도 그런건 상관없었다. 일단 그냥 켜두고 어느샌가 보면 보면서 멍하니 앉아있거나 TV 혼자 떠들고 나는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어디선가 들었는데 고대 원시인들이 불멍을 하며 하루의 고단함과 외부에서 받던 긴장감을 해소했던 것이 현대인들이 TV를 켜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행위와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아마 나 자신도 그런 의미의 일종으로 그러지 않았겠는가 생각해 본다.


한 달여 OTT가 안되니 TV 자체가 조금 시들해졌고 대신 그 시간에 다른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것도 보지 않으니 머리에 생각공장이 돌기 시작한 거다. 무언가를 보는 동안에는 그저 그것에 집중하느라 그간 생산적인 활동을 한다거나 생산적인 생각을 하지 않아서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


다른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장점도 단점도 동시에 발생했다. 장점이라면 무언가 오프라인 세상에서 하는 행위가 증가하고 눈의 피로감이 확실히 덜해졌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또다시 계획을 세우거나 생산성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보지 않는 삶'이 의미하는 건 아마도 잠시동안의 여유와 쉼을 가지자는 것일테다.


'본다'는 행위 자체를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인식하고, 또 의식하게 되고 그로 인해 생각을 시작하게 된다.


'보지 않음'을 택하면 그 순간동안이나마 머릿속에 빈공간이 생겨 여유를 가지게 되고 비로소 진정한 쉼을 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된다.


아무것도 보지않고 꺼져있는 TV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나를 발견하니 생경하다. 무의미한 TV 속 화면을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도 꽤 나쁘진않았지만 그 시간을 좀더 생산적이고 힐링하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오랜만에 손에 책을 들고, 영어공부를 하고, 색칠공부를 시작했다.  시간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시간이 준 선물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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