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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A Aug 01. 2023

01 바이오스타트업,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당장 사무실부터 구하자


당장 사무실부터 구하자


후임자가 너무 늦게 구해진 탓에 이전 직장을 원하는 날짜에 겨우겨우 인수인계를 마치고 3일간의 연차휴가 소진과 함께 퇴사를 하게 되었다. 새해를 맞이하여 새 마음 새 다짐으로 첫 출근한 날, 당장 오갈 데가 없는 신세라는 현실을 맞닥뜨리게 되었다.


입사시기를 조율할 때 사무실은  입주 예정이라고 하셨었다. 그래서 한 달 이내로만 철새신세일 거라 생각하고 입사했는데 그게 두 달 여로 길어질 줄은 몰랐다. 괜찮다고 했던 나 자신을 뒤늦게 책망했다.


대표님현재 본업이 있으셔서 우리 회사 대표를 겸직으로 하고 계셨다. 대표님이 계신 또 다른 회사의 회의실에서 직속상사로 함께 일할 상무님과의 간단한 첫 만남을 가졌다. 가벼운 상견례를 마치고 상무님과 나는 근처 별다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간 해왔던 서로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하며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S사에서 오랫동안 근무하시며 홍보마케팅 쪽에 근무하시던 상무님은 내 커리어에 꽤나 많은 부분 공통점이 있었다. 일에 대한 시각이 비슷해서인지, 앞으로 업무 진행 방식이나 초기 세팅에 대해 여러 가지로 의견을 나눔에 있어 굉장히 매끄러웠다. 입사 첫날은 그렇게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사무실이 없어 제대로 업무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일찍 퇴근을 하게 되었는데 문제는 그다음 날부터였다.




장 필요한 건 '복합기'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3평 남짓한 대표님 방에 간이 책상을 두고 노트북 한대와 함께 시작된 회사생활은 시작부터 평탄하지 않았다. 내가 오기 전에 임시로 담당하고 있던 분은 한시라도 빨리 회사 서류를 넘겨주고 싶어 했고, 반나절만에 인수인계(?)를 마쳤다. 당장 회사 통장부터 온갖 서류더미를 떠안은 채, 빠르게 업무 파악을 해나가야만 했다. 그 와중에 그 무엇보다도 너무나도 절실했던 건, ‘복합기'였다.


당장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들은 대부분 법인인감도장을 날인해서 스캔해 보내야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때문에 복합기가 너무나 절실했다. 임시로 세 들어 있는 곳에 있는 복합기 내 컴퓨터에 연결해 사용할 수 없어 스캐너를 사용한 후 항상 거기 있는 어느 분에게 스캔파일을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그분들이 회의라도 들어갈라치면 차일피일 기다리다 결국 처리 못하고 퇴근하는 일도 종종 생겼다.


대량 스캔이나 복사가 필요한 날엔 대표님께 말씀드리고 그날은 재택근무로 해결했지만, 아무래도 대표님은 내가 그 쪽방 책상에 있는 모습을 보는 것으로 뭔가 회사가 돌아가고 있다는 위안을 삼으시는지 재택보단 사무실에 나오기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였다.




이 일은 대체 왜 이렇게 되었는가


내가 오기 전엔 직원은 없이 C레벨 임원들만 있었던 터라 회사 내부 운영이라고 할 만한 것은 진척된 것이 거의 없었다. 내가 오기 전 1년간 팀구성하고, 시드 투자와 약간의 개인투자를 받고, 정부지원사업 중 초기창업패키지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거의 막바지였다.


당장에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그간 진행되던 사항과 거래처 정보를 파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인수인계도 거의 파일만 받은 상태였고, 전임자라고 할만한 사람도 없고 물을 사람도 없는 상황이었다. 전에 담당하고 있던 분은 자기는 주는 파일만 정리했을 뿐이라며, 자세한 내막은 전혀 알지 못한다고 했다. 암묵적으로 묻지 말라는 신호라는 걸 경력직의 짬으로 금세 눈치챘다.



'도대체 이 일이 왜 이렇게 되었는가'

당장 나는 업무 행간도 모른 채 뭔가를 진행하고 해내야 했다. 쉽지 않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지만, 기획자의 경험상 뭐든 해내야 했기에, 하나 둘 업무를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어찌어찌 이렇게 첫 한 달이 흘러가는 와중에, 입주하기로 했던 사무실 공사가 지연되고 건물주의 말 바꾸기로 예상 밖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며 사무실 입주 일정이 불투명하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저 바라는 것 내 개인 PC와 복합기였지만, 이 상태로는 나날이 늘어나는 업무를 쳐내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기에, 또 한 번의 이직각을 재며, 나만의 데드라인을 기다리게 되었다.




요약 몇 줄.


-  생각 외로 스타트업에 취업하는 직원들이 바라는 건 대표나 임원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허황되지 않다.

-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일을 안 하는 건 아니다…! 업무환경만 갖춰져 있다면 경력직에게는 오히려 재택근무가 효율이 더 좋을 때도 있다..!

- 경력이 쌓이면서 깨닫게 된 건 '왜 이 일이 이렇게 되었는지' 행간만 알아도 쉽게 풀리는 것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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