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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A Aug 08. 2023

02 기초를 다지는 일- 사무실 세팅


드디어 사무실 입주, 사업계획부터 짜자


우여곡절 끝에 대표님 지인 찬스로 공실이었던 건물에 입주가 확정되었다. 일단 추후에 이사를 갈 예정이라 임시로 있기로 했다.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잠시 머물다 가자!' 라는 모토로 사무실 입주 준비에 착수했다.


먼저, 사무실 답사를 가서 도면을 확보하고 간단한 실측을 통해 세팅을 어떻게 할지 배치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약 80평 정도 되는 좋은 공간이었지만 내부 공사를 하지않고 최소한의 사무공간을 세팅해서 운영을 해야했다. 사실 공간을 구할 때는 인력충원 계획이라던지, 연구개발업종이라 추후 기업부설연구소 인증을 위해 연구실을 세팅한다거나 하는 기본적인 사업계획을 바탕으로 해야하건만, 내가 입사했을 당시에는 이에 대한 어떤 구체적인 플랜이 없었다. 당장 상무님과 나 둘이서 


1) 사업계획을 짜면서 
2) 사무실 세팅을 해야하는 것

이 당면 과제였다. 거기에 언제든지 어떻게든 변경이 가능한 유동적인 사무실 세팅이 고민이었다.


입주한 건물은 급한 상황에 급작스레 입주를 하게 된 곳이라 여러가지 여건이 기업 상황에 딱 적합한 곳은 아니었다. 연구시설이나 장비를 갖추기에는 수도, 전기공사 등이 불가했고 따로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도 어려웠다. 그저 가구만 들여놓고 사무실로 써야하는 상황이었다.


사무공간은 현재 상주인원 3인에 연내 채용 계획을 최소한으로 잡아 대표님 외 5~6인정도 업무가 가능한 정도로 세팅을 하기로 하였다. 회의실을 비롯하여 대표실, 간이 탕비실도 갖추기로 했다. 그리고 드라이랩을 설치하여 기업부설연구소 인증을 받아 기업활동에 필요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추기로 하였다.




쇼핑이 좋아


사실 나는 무엇보다 가장 기다렸던 복합기가 세팅되니 다른 건 아무래도 좋을 만큼 매우 만족스러웠다. 듀얼모니터와 최신 pc, 그리고 복합기, 그리고 누구 눈치도 안봐도 되는 내 자리.. 내 짐을 보관할 수 있는 서랍.. 이정도면 편안한 업무진행이 가능할터라 갑자기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운이 팍팍 생겨났다고나 할까.


인테리어를 제외하고 사무실 세팅을 한다고 하면 아마 제일 먼저 해야할 일은 랜선 공사일거다. 가장 빠른 일정으로 랜선 공사를 마치고 나서 출입구 도어락 공사를 비롯, 가구와 서랍장, 파티션 등 각종 설비 등은 렌탈업체에서 전부 렌탈했다. 가구세팅이 끝나고 사무공간에 유선전화를 들였다. 회의실은 8명정도 앉을 수 있는 공간을 준비해놓고 LED TV를 구입했다. 코로나 시기라 거의 대부분 화상회의를 해야하기에 관련 장비도 빠르게 갖추었다.


탕비실에는 냉장고와 정수기, 손님대접을 위한 약간의 다과를 구비했다. 대표님 사모님께서 네스프레소 커피머신기를 선물해주신 덕분에 캡슐커피까지 갖추니 제법 그럴듯한 사무실이 세팅되었다.


pco특성상, 행사장 세팅에 대해서 이미 경험이 쌓였던 터라 사무실 세팅이 전혀 어렵지는 않았지만, 사실 처음해보는 일들도 있었기에 나름 재미있었다. 늘 갖춰진 사무실에서만 일했을 때에는 전혀 몰랐던 재미였다.  사무실에 제일 오래 있는게 나이기 때문에, 대표님, 상무님께서 대부분의 선택과 결정을 나에게 위임해주셨다. 덕분에 최소한의 내 취향을 반영하여 이것저것 쇼핑을 하는게 꽤나 즐거웠다.




경영지원인지 전략기획인지 재무회계팀인지 전산팀인지


사무실 세팅을 하며 큰 것들은 크게 고민하거나 할 것이 많지 않았지만, 의외로 개개인을 세심하게 배려한 일 중에 까다로운 것이 많았다. 2월에 입주하니 아직 추울때라 개인 난로와 담요도 구매해서 나눠드려야 했는데 그것도 나름대로 사이즈나 성능 등 하나부터 열까지 다 고민해야했다. 사무실 내부 운영 규칙이나 보안 관련 사항을 정하는 것도 필요했다. 작게는 커피 캡슐이나 다과를 구매하는 것도 누가 어떤 것을 잘 드시는지(?) 소진율을 파악해서 취향을 최대한 반영하는 센스를 발휘하려고 했다. 그간의 업무 경험을 통해 '대충'이라는게 없어서 그런지 꼼꼼을 가장한 피곤한 선택들이 줄을 이었다.


상주인원이 늘어날수록 한명한명 개인 생활패턴이 다르다보니, 요구사항도, 의견도 다양해졌다. 중간지점을 딱 맞추어 결정을 하고, 불만을 최소화하는 것이 꽤나 고민스러웠다. 적은 인원이라도 개개인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갖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도 나름대로의 노력은 다 했다고 지금에서야 자부할 수 있는 것 같다.


제일 시간을 뺏기는 것 중 하나는 컴퓨터나 각종 기기에 익숙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서 손수 세팅을 해드려야하는 일이었다. 이런 일은 거의 하루에도 몇번씩 해결해달라는 요청이 다반사였는데, 특히나 시스템적인 부분은 거의 내가 다 해야하는 일이 많았다. 어느 순간엔 내가 경영지원인지 전략기획인지 재무회계팀인지 전산팀인지 혼돈의 카오스였다. 아마 스타트업 초기멤버로 있어본 이들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일거다. 후에 사무실 공사때 오셨던 어떤 이사님은 나에게 정확한 직무가 뭐냐고 묻기도 하셨다. (혼자서 모든걸 다 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씩 웃으며 그게 내일이라고 했다. 모든걸 다하는 거..)


사무실 세팅이라는게 간단하면서도 섬세한 작업이었다. 여기엔 세팅된 사무실에만 들어가본 사람들은 절대 모를, 이 일을 해본 이들만이 아는 그 어떤 뿌듯함이 있었다. 사무실 곳곳, 작은 것 하나하나 내 손길이 닿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 정말 오묘한 감정이었다.



요약 한줄.


그 어떤 직무도 ‘더 쉽고, 더 편한’ 것은 없다. 모든 직무마다 각자의 고민이 있다.

신입이든 경력직이든, 그래도 자기자리 세팅정도는 혼자 할 수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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