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교사살이 4
특수교육현장 직업교육에서 카페 관련 직무교육의 비중은 상당히 크다.
2009년 교육부는 장애학생의 직업 훈련 시스템과 교내 실습 환경 구축을 지원하기 위해 특수학교 학교기업을 도입했다. 교내에 사업장을 두고 장애학생 현장 실습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관련 업종 취업 연계를 장려하는 것이 정책의 골자였다. 국립특수교육원의 특수교육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지정 특수학교 기업은 34교로, 이중 70% 이상이 커피 관련 업종을 운영 중이다.
일반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에게 직업교육과 취업을 지원하는 ‘통합형 직업교육 거점학교’도 있다. 현재 교육부 지정 34교와 시도교육청 지정 19교로, 졸업 직후 취업 현황을 보면 식음료 서비스 업종 취업률이 20%에 이른다. 교육부 지원 없이 지자체, 민간기업, 협동조합, 기타 지역사회와 연계해 카페를 운영하거나 학교 차원에서 카페 실습공간을 운영하는 학교까지 합치면 전국에서 직업교육 공간으로 운영하는 학교 카페는 통계치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학교가 아닌 공공기관에서도 카페 직무와 관련한 장애인 고용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각 시도 교육청, 시청, 구청 등 청사 안에서 장애학생이나 성인 장애인을 위한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카페를 운영하는 기관들이 있다. 지역마다 있는 복지관도 장애인을 고용해 운영하는 카페가 많고,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전국 각지 장애인훈련센터에서 바리스타 교육을 비롯한 직업교육 프로그램과 취업 연계를 지원하기도 한다.
이 같은 장애인 고용 모델은 공공기관에만 있는 게 아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나 공유가치창출(CSV, Creating Shared Value) 같은 개념이 대두되고 기업 이윤과 공동체의 사회적 가치 등을 조화시키는 상생 경영이 점차 강조되면서, 민관 협력이나 기업 주도로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기도 한다. 일례로 최근 몇 년간 신한금융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취지에서 서울시내 6개 지점 안에 카페 스윗(Cafe S with)을 개점했다. 청각장애인 직업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카페다. 기업은 매점 공간과 원두를 무상 지원하고,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이 함께 일하며, 수익금은 장애인 직원의 바리스타 교육과 인건비로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다. 이 밖에도 지자체와 마을공동체, 협동조합 등 지역사회가 너 나 할 것 없이 협력하여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례가 적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카페는 역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장애 학생을 위한 직업교육 목적이 아니더라도 학교 카페는 여러모로 매력이 있다. 예산이 대거 투입되는 학교 공간 재구성 및 공간 혁신 사업에서도 카페는 가장 인기 있는 공간 콘셉트이다. 많은 학교들이 개방된 복합공간의 필요성에 공감해 북카페를 새로 만들거나 기존 시설을 카페처럼 리모델링하여 수업, 회의, 전시회, 각종 행사, 휴식과 여가활동 등으로 유연하게 활용하는 추세이다. 카페는 교육과 복지 목적으로도, 사업과 가치 측면에서 보아도 유용하고,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 가리지 않고 심미성과 감수성을 간질이는 공간임이 분명하다. 이렇게 학교 카페라는 쓸모 있고 예쁜 공간을 통합교육의 장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면 몹시 아쉬운 일일 테다.
더구나 우리 학교는 저력이 대단한 학교다. 교사는 교육과정 재구성에 대한 재량권을 보장받아 광범위한 스펙트럼을 종횡무진하면서 교육활동을 끊임없이 생산하고, 행정실의 전폭적 지원과 신속 정확한 업무 처리는 막힘이 없다. 학생들은 한국에 비해 대입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의욕이 넘치고 다양한 행사에 적극 참여한다. 등굣길 음악회나 런치 콘서트처럼 일상에서 교내 구성원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거리도 많고, 적지 않은 수의 베트남·영어권 선생님들과 가까이에서 소통할 수 있으며,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한 캠퍼스에 있어 학령기 전체를 연결하는 교육을 도모할 수도 있다. 통합교육을 위한 최적의 환경이라는 얘기다. 이 자율성과 다양성, 연속성의 토대 위에 통합교육 활동도 얼마든지 꾸준하게 실행할 수 있다. 여기서 불가능하다면 어디서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통합교육의 차원에서 학교 카페를 만들고 운영한다면 고려해야 할 점이 뭐가 있을까.
필요한 예산을 투입하고 하향식으로 신속하게 시스템을 갖추면 짜잔~ 완성! 은 물론 아닐 것이다. 통합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해 보면 장애-비장애 학생과 교직원이 어우러지는 모든 과정이 다 중요하다. 카페를 계획하고 만드는 시작 단계부터 함께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참여하지 않으면 화가 난다(Engage me or enrage me!)”는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한 유명한 말은 좋은 수업의 원리를 제시할 뿐 아니라, 참여를 갈망하는 인간의 본성을 일깨운다. 같은 맥락에서 특수교육이 중요하게 다루는 교수학습 원리가 있다. ‘부분 참여의 원리'는 모든 장애 아동이 또래가 하는 활동에 참여할 수 있으며 장애를 이유로 배제하면 안 된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아동이 주어진 과제의 모든 단계를 스스로 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적절하게 수정된 과제를 수행하도록 가르칠 수 있으며, 할 수 있는 최대한 참여시켜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역할을 부여받을 때 긍정적 자아 이미지가 형성되고 실제로 역량이 강화되기 때문인데, 이는 장애의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가 마찬가지 아닌가. 우리는 티끌 같은 예산을 여기저기서 긁어모아 손때 묻혀가며 카페를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시간이 더 걸리고, 결과물은 엉성할지언정, 함께 하는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었다. 우리는 같이 밥을 먹으면서 친해질 뿐 아니라 같이 일하면서 친해지기도 하니까 말이다.
아니, 사실은요. 전면 공사할 예산이 없… 읍! 잠ㄲ.. 읍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