훤한 대낮에도 나를 지켜준 바앙의 고요한 보호
호이안 홈스테이 주인 꾸옌의 이모, 바앙.
그녀는 영어를 전혀 하지 못했고, 늘 그림자처럼 조용했다. 우리는 긴 대화를 나눠본 적이 없었지만, 나는 그녀의 인자한 미소만으로도 그녀가 얼마나 따뜻하고 좋은 사람인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유난히 볕이 뜨거웠던 어느 날 낮, 시원한 '카페 쓰어다' 한 잔이 간절해졌다. 구글 지도를 켜니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카페가 있었다. 1층에 있던 꾸옌과 바앙에게 다녀오겠다고 인사를 건네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골목을 돌아서자마자 묘한 기척이 느껴졌다. 나보다 내 키만큼 떨어진 거리에서 바앙이 천천히 나를 따라오고 있는 게 아닌가.
"바앙! 당신도 카페에 가나요? 어디 가요?" 물음표 가득한 내 질문에도 그녀는 그저 말없이 웃으며 앞을 가리키는 손짓만 할 뿐이었다. '바앙도 마침 카페에 가려던 참이었나 보다' 생각하며 카페에 들어섰다. 그녀는 카페 주인과 익숙하게 인사를 나누고는, 내가 앉은 곳에서 조금 떨어진 자리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다.
같이 커피 마시자고 몇 번을 권해도 한사코 거절하는 그녀에게 주인이 시원한 연잎차 한 잔을 내어주었다. 주인을 만나러 온 걸까 싶어 유심히 지켜봤지만, 바앙은 주인과 수다를 떨지도 않고 그저 차를 마시며 가만히 앉아 있었다.
커피를 마시다 말고 다가가 물었다. "바앙, 왜 커피 안 마셔요? 누구 기다려요?" 손짓과 발짓, 표정을 총동원해 겨우 통하게 된 우리의 대화. 그 끝에 마주한 바앙의 진심이 나를 몽글몽글하게 만들었다.
바앙은 혼자 길을 나서는 내가 걱정되어 따라온 것이었다. 해가 중천에 뜬 대낮이었음에도, 한국에서 온 '어린 손님'이 혹시나 길을 잃거나 험한 일을 당할까 봐 그녀는 마음을 놓지 못했다. 나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거리를 두고 뒤따라오고, 내가 편안하게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묵묵히 그 곁을 지켜준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호이안에서 다시 응애, 하고 태어난 '아기'가 된 기분이었다. 누군가의 완전한 배려 속에 보호받는다는 느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바앙은 마치 아기를 챙기듯 내 손을 꼭 맞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보호와 함께 걷는 그 짧은 골목길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아늑하게 느껴졌다.
말은 통하지 않아도 마음은 전해진다.
가끔 그리워진다. 나를 지켜주던 바앙의 인자한 미소와, 그날 내 손을 감싸던 그 투박하고 따뜻한 온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