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로컬시장에서 보낸 일일 모녀의 하루

"어어, 한국에서 온 내 딸이야!"

by 스페셜 게스트

홈스테이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꾸옌이 정성껏 차려준 집밥으로 시작되었다. 정갈한 베트남 가정식 곁에는 막 내려지고 있는 '카페 쓰어 농(뜨거운 베트남 연유커피)'이 놓여 있었다.

컵 밑바닥에 깔린 노르스름한 연유 위로 진하디 진한 커피가 층을 내며 내려앉는 모습은 그 자체로 평화로운 아침의 풍경이었다.

커피가 다 내려지자 꾸옌이 생전 처음 보는 도구를 가져왔다. 컵에 넣고 몇 번 위아래로 휘저으니, 순식간에 카푸치노 같은 부드러운 거품이 일며 연유와 커피가 환상적으로 섞였다. 하루에 카페 쓰어다(차가운 베트남 연유커피)를 두 잔씩은 마시는 '커피 마니아'인 나에게 그 신기한 도구는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보물처럼 보였다.

"꾸옌, 그거 어디서 샀어요? 저도 너무 사고 싶어요!"

나의 물음에 꾸옌은 자주 가는 시장에 있다며 이따 함께 가자고 답했다. 우리는 다시 한번 커플 헬멧과 선글라스를 맞춰 쓰고 스쿠터에 올랐다. 10분 정도 달려 도착한 호이안의 로컬 시장. 그곳에는 신기하게도 외국인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시장의 유명인사인 꾸옌이 통로를 지날 때마다 상인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꾸옌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나를 보며 아주머니들이 장난스러운 얼굴로 누구냐고, 네 딸이냐고 물어왔다.

"어어~ 한국에서 온 내 딸이야!"

익살스럽게 웃으며 대답하는 꾸옌의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해졌다. 나 역시 꾸옌 옆에서 연신 손을 흔들며 "신짜오! 신짜오!"를 외쳤다. 낯선 이방인이 아닌, 꾸옌의 일일 딸이 되어 로컬 시장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시간.

그날의 시장 나들이는 단순히 물건을 사는 시간을 넘어, 현지인의 정과 유쾌함 속에 깊숙이 들어갔던 호이안의 기억으로 남았다.

물론 카페 쓰어다를 섞는 보물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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