냐짱 게스트하우스, 옆 침대 수상한 그녀의 거침없는 접근
폭우가 쏟아지는 밤이었다. 호이안에서의 행복한 추억을 뒤로하고 도착한 냐짱은 기대와 달리 축축하고 낯설었다. 바다를 품은 도시라지만 비에 젖은 풍경은 왠지 모르게 마음을 가라앉게 만들었다. 게스트하우스 침대에 누워 빵으로 저녁을 때우며 일기를 적어 내려가던 그때, 옆 침대 1층에서 나를 빤히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그녀의 이름은 'Cher'.
침대 주변에 제집인 양 널브러진 짐들, 헝클어진 긴 머리와 깡마른 몸. 여행자라기엔 하루 종일 침대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휴대폰만 보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본능적으로 경계심을 세웠다. 이상한 사람과 같은 방에 걸렸구나! 편안함을 느껴야 할 방이 고요한 불편함으로 채워졌다.
적막을 깨고 갑자기 그녀가 말을 걸어왔을 때, 나는 내심 긴장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누자마자 내가 가졌던 편견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녀는 혼자 세계여행 중인 호탕한 중국인이었고, 이미 이곳에서 2주째 머무는 중이었다.
"한국인들은 왜 이렇게 피부가 좋아? 도대체 무슨 화장품을 쓰는 거야?"
그녀가 나를 그토록 빤히 쳐다봤던 이유는 다름 아닌 내 '피부' 때문이었다. Cher는 거침없이 내 파우치를 열어보더니, 신기한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 내가 쓰는 화장품들을 하나하나 사진 찍기 시작했다. 그 해맑고도 거침없는 태도에 나를 짓누르던 경계심은 허탈할 정도로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이상하고 수상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던 옆 침대 그녀.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보니 그녀는 그저 자기만의 속도로 여행을 즐기는 여행자이며 솔직하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냐짱의 눅눅한 첫인상을 뽀송하게 바꿔준 건 멋진 바다 풍경이 아니라, 내 파우치를 구경하며 눈을 빛내던 Cher와의 엉뚱한 만남이었다.
오늘도 나는 낯선 침대 위에서, 예상치 못한 인연 하나를 기분 좋게 주워 담았다.
그녀와의 인연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음 날, 그녀는 내게 도저히 보고도 믿기 힘든 옷 하나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