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여행지에서 받은 초록색 원석의 축하

여성의 날을 축하해! 호이안에서 처음으로 축하받은 여성성

by 스페셜 게스트

베트남 중남부 일주 여행의 첫 도시, 호이안.

생애 첫 장기 여행이라는 설렘과 긴장을 안고 도착한 곳은 호텔도, 호스텔도 아닌 낯선 현지인의 집에서 묵는 '홈스테이'였다. 한 블로그에서 우연히 본 방 창문으로 보이는 풍경 사진에 반해 덜컥 예약한 그곳. 나의 긴 여행이 무사히 시작될 수 있을지, 긴장과 설렘을 안고 커다란 단독주택이 있는 마당으로 들어갔다.

나를 맞이해 준 건 호탕한 웃음이 매력적인 호스트 '꾸옌'과 '바앙'이었다. 10월의 호이안은 여행자들로 붐비지 않았고, 덕분에 머무는 4일 내내 나는 그 집의 유일한 손님이자 가족 같은 존재가 되었다.

어느덧 찾아온 호이안에서의 마지막 날.

떠나기 전 우리는 마당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짧지만 깊었던 시간들을 추억했다. 내 볼에 바른 블러셔를 함께 발라보며 깔깔거리고, 둘이서 또 셋이서 연신 사진을 찍으며 헤어짐의 아쉬움을 달래고 있었다.

그때 꾸옌이 잠시만 기다리라며 안으로 뛰어 들어가더니 웃으며 무언가를 내밀었다.

영롱한 초록색 원석이 달린 목걸이, 그리고 정성스레 쓴 카드 한 장. 카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여성의 날을 축하해!"

여성의 날이라니.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내게 특정 성별을 기념하는 날은 낯설고 생소했다. 베트남은 매년 3월과 10월, 일 년에 두 번이나 여성의 존재를 축복한다는 사실을 그때 처음 알았다. 타지에서 처음으로 축하받은 나의 '여성성'. 묘하면서도 기분 좋았다.

단순한 숙소 호스트가 아닌, 한 여성으로서 나의 앞날을 축복해 준 꾸옌과 바앙. 그들이 걸어준 목걸이는 단순한 기념품이 아니었다. 그것은 앞으로 이어질 기나긴 여정 내내 내가 만날 수많은 인연들에 대해 긍정하게 만드는 '부적'이 되어주었다.

그렇게 나의 장기 여행은, 초록색 원석처럼 밝은 빛으로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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