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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하는양 Jan 20. 2024

부동산과 주식은 다르게 움직인다

호재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데이트 추천(?) 

나는 부동산에 대해서 상당히 운이 좋은 편이다. 

관심이 커서도 있기야 하겠지만, 사실 운이 좋았다고 보는 게 맞다. 

대학교가 논밭 한가운데에 있었고 기숙사가 학생수를 다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시간으로 주변 논밭부지의 지가가 오르는 것을 목격하는 바람에 관심을 가질 수 있었고, 레지던트 때는 연일 미분양 무덤 기사가 한창일 때라 빚을 끝까지 끼면 쉽게 분양권을 매입할 수 있었다. 지방 행정 실패에 대한 기대 하락으로 터미널 예정지 인근 부지를 저렴하게 이자까지 저렴한 대출을 끼고 매입할 수 있었고 그 사고 판 돈으로 가장 저렴한 수도권의 집을 마련해서 인테리어를 다시 한 뒤 시세차익을 볼 수 있었다. 그 사이에도 자잘하게 사고 판 돈으로 수익을 냈다. (근데 본업으로 다 잃었다^^;;;;) 


그런데 이렇게 운이 좋아 돈을 벌게 되면 흥미가 생기게 된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게 된, 아무것도 모르는 비전문가로서의 핵심을 아무렇게나 적어 보기로 했다. 


일단 내가 부동산을 좋아하는 이유는 보는 관점이 간단해서다. 


1. 전쟁이 나서 나라가 날아가지 않는 한, 현물이 없어지지 않는다

2. 내가 살고 싶어하는 곳에는 남들도 살고 싶어한다. 즉, 엄청난 가치분석과 전문적인 전망을 내다보지 않아도, 그냥 좋은 동네가 좋은 것이고 좋은 집에 좋은 것이며 수요도 그에 따라 창출된다. 

3. 투자에 실패하면 그냥 거기 살면 된다ㅋㅋ... 


생각보다 높은 비율로 많은 사람들이 작고 귀여운 부동산이라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부동산에 대한 비전문적인 글은 얼마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는 전문적인 멋진 글에 딴지를 걸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들이 아무리 지식백과를 정독하고 온들 의사의 관점을 가지고 진단하고 치료하기가 힘든 것처럼, 다른 이의 전문분야를 내가 고작 아파트, 오피스텔, 토지 등을 사고 팔았다고 해서 따라잡을 거라는 기대는 조금도 하지 않는다. 


내가 딴지를 걸고 싶은 건 일반인들의 관점이다. 


주식은 사기가 쉽다. 무조건 쉽다는 게 아니라, 부동산에 비해서 1주 정도 사는 건 어렵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그러니 어딘가에 호재가 있다더라, 이 기업이 잘될 예정이더라 하면 많은 사람들이 호재 하나만 믿고 우후죽순 사는 광경을 볼 수 있다. '테마주'라는 것도 있지 않는가. 심지어 잘못된 정보만으로도 주식이나 코인시장은 흔들리기도 한다. 그런데 부동산은 다르다. 


오피스텔을 예로 들어 보자. 주변에 산업클러스터가 들어오고, 교통이 확충될 예정이라면 호재가 맞다. 그럼 호재가 있으니 무조건 그 오피스텔이 오를 것이고 주변에 비해 저렴하니까 일단 사고 볼 것인가? 이 관점은 세입자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관점이 된다. 


주식은 사면 그뿐이고 주주의 권리 행사나 실제 그 기업의 가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오피스텔은 사는 순간 그 호수는 온전히 내꺼고 운영도 내가 할 일이며 실제 세입자와 대면해야 하는 것도 나 자신이다. 그럼 들어오는 사람의 입장을 생각을 반드시 해야 한다.  


오피스텔이 지어지는 게 2025년 3월 경이라고 가정해 보자. 시행사와 건설사 모두 꼼꼼이 확인했고 적어도 내 상식으로는 없어지거나 순살로 지어서 완성되기 전에 날아갈 거 같지 않다. 산업클러스터도 조성 예정이고 늦어도 2027년도에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모두가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자. 


주변에 우후죽순으로 오피스텔이 지어지고 있고, 이미 있는 물건들도 있다. 내 오피스텔은 상대적으로 저렴할 것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모델하우스에서 열심히 말했다. 그것도 그대로 믿고 모두 사실이라 치자. 그런데 산업클러스터가 조금이라도 늦어져서 2029년도에 들어오기 시작한다면, 2029년까지 모든 인프라가 완성될 것인가? 내 동생이나 내 조카는 내가 월세를 깎아주지 않아도 그 오피스텔에서 살고 싶어할 것인가? 아니면 우후죽순으로 이후에 지어진 조금 더 비싼 오피스텔(실제로는 해 봐야 5~10만원 월세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신축에 들어가고 싶을 것인가? 내 오피스텔은 그때쯤 되면 4년 묵은 오피스텔이 될 것이고 실수요자가 아직 생기지 않았으니 공실로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공급 물량도 넘쳐나니 예쁘게 인테리어하느라 2029년도 직전에 도배장판하고 햇빛에 살짝 바래기 시작한 창측 붙박이장 문도 교체해 주었다고 치자. 그렇다면 4년 간 중간 중간 공실로 있어 월세를 받지 못한데다가, (투자의 관점으로 접근했다면 일부러라도 대출을 끼고 샀을 테니)그 이자와, 드디어 수요가 생기기 시작해서 유인하기 위해 수리한 비용까지 생각해도 내 오피스텔이 과연 가장 저렴했을까? 게다가 내 오피스텔은 이미 4년이 된 오피스텔이 된다. 준신축일 때는 와닿지 않겠지만 아파트처럼 재건축을 내다볼 수도 없고 토지처럼 묵히면 오른다고 생각하기도 힘든 내 오피스텔은 건물만으로 치면 마치 차량처럼 감가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텐데 그 시점이 4년이나 빠르다는 얘기다. 


부동산에서의 호재는 즉각적인 호재와 투기심리를 부추기는 확실한 유인책이 아니라, 앞으로 특정 매물이나 특정 동네는 주변에 비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 주는 소식에 불과하다는 거다. 


여기서 비교우위라는 말은 부동산에서는 너무나도 중요하다. 


각종 호재가 있는 지역이 있다고 해도, 근처에 이미 인프라가 갖춰진(대부분 새로 조성하는 곳에는 인프라가 없으니 살기가 불편하다) 기성 도시가 너무 좋다면 그 호재가 있는 해당지역은 손해는 안 볼지언정 큰 기대를 하기가 힘들다. 


나라면 주변에 유치원도 학교도 멀리 라이딩해야 하고, 아이들 갈 문방구 하나 없어서 시내까지 나가야 하며, 학원을 보내려면 주변 큰 시가지로 나가야 하고, 학군은 아직 없다시피하며, 아파트가 향후 3년간은 논밭+공사뷰인 곳에 살고 싶을 것인가? 그래도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살고 싶을 수 있다. 근데 바로 옆에 이미 잘 조성된 신시가지가 있고 인프라도 다 갖춰져 있으며 심지어 아직 노후화가 진행되지 않은 10년 미만의 아파트가 즐비한 곳이 있다면? 좋은 동네가 좋다고, 그냥 좋은 곳에 살고 싶을 것이다. 가격차이야 나겠지만 6억대 아파트가 1% 오르는 것과 2억대 아파트가 1% 오르는 것은 현금자본이 조금이라도 있는 실거주자 입장이라면 다르다. 나중에 탄력받는 것도 다르다. 내가 돈이 너무 많아서 아파트를 10채씩 가지고 있다면야 소액으로 여러 군데 투자하면야 그만이겠지만 보통은 1가구 2주택도 힘들지 않는가.  똑같은 비율로 오른다고 해도 실거주자는 다소 불편한 동네의 가성비 좋은(저렴한) 아파트 2~3채에 10일씩 쪼개서 돌아가면서 살고 싶어하지 않는다. 같은 비율로 올라도 사람들은 기왕이면 더 살기 편한 곳에 살고 싶어한다. 부촌옹호론이 아니다. 그냥 살기 편한 곳에 살고 싶어하는 것은 상당히 본능적이고 기본적인 욕구라는 거다. 


나는 거주용 부동산을 본다면, 내집 마련이나 1,2채 정도의 월세수익을 생각하는 평범한 범주(엄청난 자산가나 전업투자자 등이 아닌)의 직장인이 내게 조언을 구한다면(사실 대부분 주변의 어린 친구들이다) 딱 2 가지만 생각하고 집을 살 것을, 혹은 공부할 것을 권한다. 내가 살고 싶은 동네인가?/남들도 좋아할 것 같은가? 의 두 가지. 다만 더 자세히 물어 보면 다음과 같이 할 것을 권한다. 


1. 내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 낼 수 있는 1금융에서 낼 수 있는 최대 담보대출과 1금융권에서 가능하다면 최대 신용대출을 계산해 보고, 물리적으로 가능한 모든 동네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동네를 골라 보자. (시드머니를 모으는 단계라면 내가 1억, 2억, 3억이 있다고 가정하고 가장 살고 싶은 동네를 골라 보자.) 

2. 직접 가서 언덕이 너무 가파르지는 않은지, 출근시간, 퇴근시간, 주말에 일어나서 멍때리는시간쯤(11시~4시?)에 한 번씩 가서 동네 분위기와 해당 집의 조망을 보자. 리얼하게 상상할 수록 좋다. 부부라면 주말데이트는 어디서 할 건지, 외식은 어디서 하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고, 주소를 바꿔서 배달음식점이 많은지, 배달되는 마트가 많은지, 요리할 때 다소 이국적인 재료(향신료 등)는 근처에서 구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 보고, 병원까지 거리는 어떻게 되는지, 365의원이나 주말약국도 있는지 알아보자. 이미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찾아 보는 게 좋다. 코노나 PC방 위치를 봐 둬도 괜찮다. 재밌기도 하고....

3. 나중에 아이가 생긴다면 학원이나 학교는 어디로 보내고 싶은지, 집에서 동선이 아이에게 위험하거나 유해하지는 않은지 살펴 보자. 딩크나 독신주의자여도 상관없다. 이 항목은 시세도 시세지만 활발한 거래를 예측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4. 주변에 유명한 좋은 동네가 있는지, 그렇다면 비교가 너무 돼서 근처에 살기도 싫을 정도인지 생각해 보자^^; 

5. 선정한 살고 싶은 동네에 산다고 생각하고, 집값이 1~2억 떨어진대도 실거주로는 후회없을 정도인지 상상해 보자. 

6. 내가 살고 싶은 곳에 내야 할 대출액을 생각해 보고, 이자와 월세를 계산해 보자. 이자가 앞으로 1.5배가 올라도 월세보다는 훨씬 저렴한지 계산해 보자. 

7. 아파트가 아니라면 최근 해당 물건 혹은 주변 경매 입찰 내역이  어떤지 살펴 보자.(단독주택이라면 시세나 주변 공시지가 흐름보다는 주변 매매건수를 보자. 백억이어도 안 팔리면 0원이다)

8. 주식 시작하면서 해외선물, 공매도부터 시작하는 사람 없듯이 가능하면 오피스텔, 빌라, 토지보다는 내 집 마련(웬만하면 아파트)부터 생각하면서 시작하자.  


꼭 옳은 방법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재밌고, 실제 삶이 맞아떨어질 때 만족감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상상하는 데에는 돈이 하나도 안 든다. 

결혼을 안했더라도 데이트로 부동산 임장(가서 직접 살펴 보는 것)을 해 볼 것을 추천한다. 

한가한 공인중개사사무소가 있다면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어차피 젊은 사람들이 미리 부동산에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물어보고 매수 계획을 세우는 것에 대해서 반감갖는 분들은 별로 없다. 기특해하고, 돈 생기면 언제든 오라고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진짜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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