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현옥의 중등필독신문 Apr 19. 2022

"엄마 나 숙제 뭐 부터할까?"
아이가 묻는다. 하지만 나의 시선은 모니터를 향해있다.
"니가 알아서 해. 엄마 지금 좀 바빠서."
"그래 알겠어. 수학부터 하는게 낫겠지?"
한참 후
"엄마, 수학 다 했는데 영어는 단어랑 문법 중에 뭐 부터하지?"
여전히 나의 눈길은 모니터를 향해있다.
"벌써 수학 다했어. 고생했다. 네가 하고 싶은 것 부터 해. "
"엄마는 뭐하는데 그렇게 바빠?"
아이가 성의없이 대답하는 엄마를 향해 다가와 묻는다.
"응 엄마 일하고 있어. 엄마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분야가 있어서 연수 받고 있거든"
엄마의 모니터를 바라보던 아이가 엄마를 보며 의아하게 묻는다.
"엄마는 진짜 바쁘다. 퇴근하고 나서도 뭐 할일이 그렇게나 많아?"
아이의 질문에 빙그시 웃으며 나는 대답한다.
"엄마가 왜 이렇게 바쁜지 궁금해?
내가 작년에 네 숙제 하는거 다 봐주고 그랬잖아.
그래서 사실 엄마가 너한테 너무 잔소리 많이 했던거 알지
화도 자주 내고. 그래서 너도 스트레스 받는다고 일기장에 썼었잖아.
그래서 엄마. 이제 안그려러고 결심했거든.
엄마도 엄마일로 바쁠려고. 그래야 너한테 잔소리 덜 할거 같아서.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할 수 있잖아.
나 너를 믿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아이가 나를 향해 웃는다.
"그랬구나. 요새 잔소리가 줄긴 했지 ㅎㅎㅎ"
"응 앞으로는 너랑 잘 지내고 싶어. 그래서 네가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하는 일에 관심 가지려고 해. 우리 각자 일을 잘 해나가보자."
아이가 중학교 입학하면서 시작된 사춘기
엄마는 늘 바쁘기만 했다. 아이가 해야할 일이 너무 많았기에.
느리기만 한 아이에게 무던히도 화를 냈었다.
하지만 그것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아이와 더 이상 사이 나빠지고 싶지 않아서 선택한 나의 일
나의 취미생활
집에가면 회사보다 더 바쁘게 지내려고 한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너와의 관계를 위해서
그렇게 바쁘게 지내보려고
너는 너의 길을 나는 나의 길을 가자
그리고 서로 응원만 해주자
알아서 잘 가라고.
딸아이의 사춘기를 맞아 관계를 지키고 싶은 엄마가 바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