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현옥의 중등필독신문 Apr 22. 2022
"친구 때문에 속상해죽겠어. 진짜. 유준이가 나를 좋아하는것 때문에 삐져가지고.
유준이보고 나 좋아해달라고 했냐고 내가. 유준이가 나를 좋아하는 걸 나도 어쩔수 없는데
나보고 어떻하라고 그러냐고."
아이가 저녁 밥상에서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 눈으로 친구때문에 속상한 마음을 내놓기 시작한다.
"서연이는 늘 그래. 유준이가 날 좋아하는 것만 그런게 아냐. 나보고 과학점수 몇 점 맞았냐고 묻길래
말하기 싫다고 했었거든. 그런데도 끝까지 묻더라고 그래서 100점이라고 했더니 삐져가지고 말을 안하는 거야. 자기는 80점 맞았는데. 나보고 공부 열심히 하는것도 아닌것 같은데 너는 왜 80점 맞냐면서.
친군데 왜 그러냐"
글썽거리는 누나를 보고 동생이 한마디 한다.
"친구니까 그렇지, 모르는 사람이 시비걸진 않으니까. 아니까 그러는 거야."
초등 5학년의 팩트폭행에 순간 집안이 조용해진다.
"맞다. 아는 사람이 질투하고 가까운 사람이 소문퍼트리고 그러는 거야. 친구라는게 그렇더라. 진짜 축하할일이 있을때
내일같이 축하해주는게 친군데. 그런 친구가 참 드물어, 안좋은 일 있을때는 누구나 같이 슬퍼해주지. 하지만 진짜
좋은 일이 있을때 진심으로 축하하는 친구는 많지 않아. 평생 하나 얻을까 말까 한대잖아."
남편도 한마디 보탠다.
"맞아. 엄마도 그런 친구 없어.그래도 딱 한사람 있긴 한대. 그게 아빠야."
아이들이 뭐냐 싶은 눈으로 바라본다.
"아빠가 젤 친한 친구라고 그럼?"
"응 맞아. 아빠가 내 베프야. 근데 아빠도 그럴껄. 당신 그런 친구 있어? 평생 남을 친구?"
남편은 내 질문에 미소짓더니 대답한다.
"엄마지. 내 베프는. 니들도 친구 사귀기 쉽지 않지. 근데 학교 다닐때는 어떤 친구가 나랑 맞나 안맞나 골라가고 배워가는 과정이야.
다양한 친구들을 만났다가 헤어지고 가까웠다가 멀어지지. 남는 친구는 많지 않아. 그렇게 학창 시절에 남은 친구도 엄마 아빠처럼
나이먹고 직장가고 사는 환경이 달라지면 또 조금씩 멀어지더라. 남는 건 가족뿐이야 결국은."
아빠랑 엄마가 오랫만에 쿵짝이 맞는다는 듯이 아이들이 서로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니까 친구하고 힘든 일이 있을때는 너무 아파하지 말고 엄마아빠를 찾아. 여기서 안정을 찾은 다음 또 더 좋은 친구를 찾아 떠나라고.
채린이도 서연이가 진짜 네 친구가 맞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겠어. 너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좋아하고 네 기쁨을 함께 나눌수 있는
친구를 찾는 거야. 쉽게 찾아지지 않는 것에 실망하지 말고.그게 쉬운게 아니니까. 그렇게 실패하다보면 엄마아빠처럼 좋은 베프를 만날 수 있을거야."
딸아이가 눈을 꿈뻑꿈뻑하더니 먹던 그릇을 정리하며 말한다.
"글쎄. 난 아직은 친구가 더 좋은 걸."
아이는 아직 인정하지 않는다. 가족이 베프라는 것을. 그리고 친구와 헤어진다는 것의 아픔에 대해서도
하지만 언젠가 알게 되겠지.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어울리면서 아프고 상처받고 하다보면
그 과정에서 우리가 울타리나 잘 되어주지 하며 남편과 나는 씽긋 윙크를 하고 자리를 정리했다.
부부니까. 부부라서 통하는 이야기
때로는 니가 잘났냐 내가 잘났냐 되지도 않은 걸로 싸우기도 하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한 방향을 보고갈수 있는 베프가 있어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