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현옥의 중등필독신문 Apr 27. 2022
저녁을 먹고 가족 모두 집 앞 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약해진 체력도 올릴겸 대화의 시간도 가질 겸 해서 가족 운동을 시작한거다.
공원 트랙을 한바퀴 걷고 한바퀴 달리고 하면서 심장의 가속도를 올리기로 했다.
"엄마 저 고양이 봐 너무 귀엽다. 그런데 자나. 왜 저렇게 몸을 낮추고 가만히 있지?"
아들 녀석이 귀엽다고 말한 고양이의 시선을 따라가자 아뿔싸
새한마리가 절뚝 절뚝 바닥을 날다 걷고 하고 있다.
"어머 다리를 다쳤나봐. 어떡해."
남편과 딸도 모두 모여 우리는 대책회의를 열었다.
"아까 저 고양이가 저 새 노려보고 있는거봤지? 그대로 두면 죽을 텐데 어쩌지?"
내가 아이들과 남편을 바라보며 한숨섞인 말투로 물었다. 늦은 시간이라 야생동물 보호센터도 동물병원도 모두 문을 닫았는지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일단 상자에 넣어서 집으로 데리고 가자. 가서 물도 좀 주고 먹이도 주고. 약도 발라주고 돌봐주자."
남편이 장갑을 끼고 겁먹은 녀석을 겨우 상자에 넣었다. 집으로 데려오니 잔뜩 긴장한 탓에 가만히 웅크린채 눈만 깜빡거렸다.
다리 상태를 봐야하니 약을 발라줘야했다. 모두 겁을 먹고 있었지만 딸아이가 용감하게 나섰다.
나와 딸이 합심해서 다리에 약을 발라줬다.
"배가 따뜻해."
따듯한 새의 체온에 우리 모두 오묘한 생각이 들었다.
"삶이란 뭘까? 생각이 들어. 죽는게 무서워. 재는 우리가 안데려왔으면 밤새 그 고양이의 밥이 되었겠지?"
아들이 축축한 눈매로 나를 꼭 안으며 물었다.
"응. 그랬겠지. 그래도 따뜻한 저녁을 선사해서 다행이야. 그런데 애가 너무 얼어있어. 사람이란 존재를 처음 만난 야생 새니까 그럴꺼야. 밥도 좀 먹고 쉬면 좋으련만."
우리는 슬며시 새가 담긴 상자를 아늑하게 덮어주고 조용히 잠자리에 들었다. 부디 이 집에서 몇일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고 훨훨 날아가길 기대하며
"엄마 새가 픽 쓰러져 있어. 깊이 자나봐 먹이도 흩어져 있고. 다행이다.그치?"
아이가 눈을 뜨자마자 새상자에 다가가 말했다.
"진짜? 그런데 왜 저렇게 픽하고 쓰러져 있지? 저렇게 자나? "
우리가 내는 소리에도 새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어제의 잔뜩 긴장한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언니한테 물어보니 물을 좀 줘보라고 했다. 딸아이가 새를 조심조심 꺼내들며 말했다.
"뭔가 몸이 단단해. 차가워 엄마."
집 앞 화단에 아이를 묻어주었다. 그리고 우리는 같이 "날아라 병아리"라는 노래를 들었다.
"잘해주려는 건데.너무 겁을 먹더라니. 어제 우리가 본것보다 훨씬 더 많이 다쳤었나봐."
"우리가 괜히 데려왔던걸까? 야생에 두었으면 혼자 어떻게든 살아낼수 있었으려나. 하지만 고양이의 눈매가 너무 날카로워서."
"하룻밤이라도 따뜻하게 머물게 해 준 것으로 갈갈이 찢겨 고양이의 먹이가 되지 않은 것으로 괜찮지 않았을까?"
"삶이란게 허무해. 어제까지 따뜻했는데.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슬퍼."
넷 다 멍하니 앉아 노래를 들었다.
얼마전부터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 고양이를 키워야겠다 말하던 녀석들이 나보다 더 심각해보였다.
'우리집에 잠시 머물다 간 손님을 위해서 기도하자."
다 같이 눈을 감고 평안을 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