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산책


"산책가자"

저녁먹고 졸립기도 하고 나른한 시간

아이들을 불러 본다.

"앗싸. 나는 밤에 가는 산책이 너무 좋더라."

숙제 하던 아들이 얼른 뛰어 나온다.

"나도 나도"

사춘기라 자기 방에서 잘 안나오는 딸도 슬그머니 따라 나선다.

넷이서 나란히 손을 잡고 공원을 걷는다.

발을 맞춰 걷기도 하고 하늘 높이 떠오른 달을 바라보기도 한다.





"시원하고 좋다"

마음속에서 기분좋은 것들이 마구 뿜어져 나오는 듯하다.

"학교에서 말이야. 오늘 연극 수업을 했는데"

아들이 말을 하려고 하니 딸이 먼저 치고 나온다.

"누나 나 말할려고 하는데 왜 그래"

서로 자기가 먼저 말을 하겠다고 아웅다웅이다.

"그래 그래 차례차례 말하자. 다 말할 수 있어. 천천히 해"

꺄르르 꺄르르 웃음소리가 공원을 가득 채운다.

"집에 있을땐 참 할말이 없는데 그래서 핸드폰만 보게 되거든. 근데 이상하게 밖에 나오면 할말이 많아져."

아이들은 엄마아빠의 퇴근을 눈빠지게 기다린게 티가 난다.

조잘조잘 재잘재잘 쉴틈없이 떠든다.

시원한 밤바람과 함께 향긋한 아이 머리카락 냄새와 아카시아 향이 함께 퍼진다.

"그래 딱 오분이라도 좋으니 밤산책 자주 나오자."

"좋아. 좋아."

방글방글 웃는 아이들 얼굴 사이로 달빛이 포근하게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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