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엄마들이 생각이 있어 없어. 이 시국에 애들 학교에서 급식을 먹이겠다는 거야?”
남편이 뉴스 기사를 보며 한마디 합니다. 코로나에 전 국민이 모두 예민해졌습니다. 특히 식당에서 밥 먹을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일단 마스크를 벗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니까요. 야외 공간인 공원에서조차 잠시 숨을 쉬기 위해 마스크를 내리는 일이 눈살을 찌푸리게 합니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학교에서 몇 백명이 한 공간에 모여 점심을 먹여 보낸다니 말이 안 된다는 거지요
. 생전 밥 하는 거 한번 도와주지 않는 남편의 한마디에 기분이 상합니다. 저도 물론 걱정이 안되는 건 아닙니다. 무척 걱정이 됩니다. 그렇지만 아이들 점심은 그럼 어떻게 하라는 건가요? 이제껏 등교하지 못하면서 먹였던 수많은 종류의 점심들이 머릿속을 스쳐갑니다.
처음 아이가 집에서 원격수업을 할 때 아이의 아침을 차려두고 출근을 했습니다. 전자파 때문에 좋지 않아 쓰지 않던 전자레인지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아이가 찌개를 데워 먹어야 하는데 아이보고 가스레인지 불을 켜서 먹으라고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진작에 아이 집안 일 시키는 엄마가 못 된 것이 한입니다. 일하는 엄마라서 늘 빈자리가 생기는데 거기에 아이들 집안일까지 시키기는 너무 미안했으니까요. 가스불 한번 켜보지 못한 아이에게 반찬을 꺼내 먹는 것마저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 아침은 차려놓은 반찬을 데펴서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점심은 어떻게 할 건지 난감했습니다. 주변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아이가 거의 라면으로 연명한다고 하더군요. 중학생이긴 하지만 스스로 반찬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초등학생과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편의점 음식을 제일 사랑하는 아이들이라 중간 중간 편의점 김밥을 사다 먹는답니다. 또 어떤 집은 간단하게 과일이나 요거트로 점심을 먹인다고 하더군요. 엄마가 퇴근을 하고나면 아이들이 배고픔에 시달린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고 말하는 선생님의 눈매가 촉촉했습니다.

일단은 따뜻한 음식을 주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남매 둘이 식탁에 앉아 아침과 점심까지 먹는 모습이 너무 짠했습니다. 같은 음식을 두끼내내 먹으라고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반찬을 조그만 그릇에 담아두고 나왔습니다. 찌개만 배달을 시켜주려는 마음입니다. 아이들만 있는데 배달 아저씨가 집에 드나드는 게 불안합니다. 피아노 방문 레슨 하는 선생님 오시는 시간에 미리 시켜두기로 했습니다. 선생님에게 부탁해서 음식을 받아 두기로 했습니다. 퇴근하고 가보면 온갖 플라스틱에 음식들이 퉁퉁 불어서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원격 수업받느라 시간이 없어서 못 먹었다. 맛이 이상했다. 배가 안 고팠다 등등 나날이 이유가 많았습니다. 3학녀, 5학년 두아이가 음식을 열다가 쏟아서 식탁에 난장이 난 경우도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나가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으니 배가 고플 리가 없지요. 아이들 수업 시간이 끝나고 느지막히 두시쯤 열어본 배달 음식은 퉁퉁 불어 더 이상 맛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을 겁니다. 돈은 돈 대로 들고 아이들 점심은 부실했습니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하루는 아이에게 영상통화를 걸었습니다. “거기 선반에 보면 컵라면 있어. 그게 오늘 점심이야. 자 뜯어봐 엄마가 영상을 보고 있으니 천천히 해. 뜯어서 모든 스프를 다 부어. 그리고 정수기로 가져가서 뜨거운 물을 붇는 거야.” 아이는 영상통화로 곧잘 따라했습니다. 평소에 주말에 한번 줄까말까한 컵라면을 먹는다 생각하니 아이는 신이 났습니다.
조심조심 물을 따르고 뚜껑위에 젓가락을 올려둔채 전화를 끊었습니다. 잠시 짬을 내서 한 영상통화라 오래 하기도 눈치가 보였습니다. 오늘은 좋아하는 라면이었으니 잘 먹었겠지라고 물어보려했는데 들어서자마자 부엌이 난장판이었습니다. 아이가 물 붓기까지는 잘 했는데 도대체 언제 라면이 익은건지 판단이 어려웠던 겁니다. 20분이나 기다렸다고 합니다. 분명히 3분정도 있으면 읽을거라고 했는데 정수기 물이 팔팔 끊은게 아니니 3분엔 덜 익었더랍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리자 하다가 시간이 그렇게 지나버린 겁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져 배는 고픈데 분 라면은 먹어도 먹어도 줄지 않았답니다.
한참을 먹다 버린 라면이 씽크대 한가득입니다. ‘배고파서 어쩌나.’ 싶은 마음과 그래도 5학년이나 되었는데 그 판단도 못하나 싶어 괜히 아이에게 욱하고 말았습니다. 아! 내일 점심은 또 뭘 어떻게 해야하나 한숨만 나왔습니다.
그러나 워킹맘인 저는 차라리 마음이 편했는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보지 않으니까요. 24시간 내내 아이와 붙어 있어야 했던 전업맘들의 고충은 또 얼마나 컸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