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왜 화장실에 엄마 새 슬리퍼를 들여 놨어요?”
“응, 있던 슬리퍼가 젖어 있길래.”
순간 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던 저는 너무 화가 났어요.
“화장실 슬리퍼 말리는 일은 왜 내가 해야 하죠? 당신 집인데. 당신은 하면 안 돼요?”
그날 한참을 잔소리를 늘어 놓았어요.
“나는 당신 엄마가 아니에요. 내 집에 얹혀사는 거였어요? 당신. 본인 집을 왜 본인이 치우지 않는 거죠? 왜 살림은 나만의 몫이냐구요. 살림뿐이에요? 아이들 공부도. 먹거리도 모두 왜 다 내 몫의 책임만 있는 거죠? 나 도대체 누구랑 결혼한 거에요? ”
결혼하고 남편을 얻은 줄 알았는데 아이가 자라면서 알게 되었어요. 남편이 아니라 아들을 하나 얻었다는 것을요.
아이가 처음 영어 공부를 시작할 때 막막하더라구요. 어려서 하염없이 놀렸거든요. 영어 일찍 시작하는거 아니라구 자신감에 차 있었죠. 3학년 돼서 학원 보내려니 레벨 맞는데가 있어야 말이죠. 한참을 고민하다 퇴근하고 동네 영어 학원에 죄다 전화를 돌렸어요. 몇 군데 상담도 하고요. 그리고 퇴근한 남편에게 상의하기 시작했어요. 학원 내용 브리핑 하면서 어떤 학원이 좋으냐구요. 영문과 졸업했으니 좀 알까 싶어서요. 마땅한 학원이 없어 몇일을 고민했죠. 몇일을 남편에게 묻고 또 묻고 했더니 남편이 그러더라구요. “영어 학원 얘기 그만좀 해. 토 나올 것 같으니까.” 저 도대체 누구랑 결혼할 걸까요? 이럴 줄 알았으면 옆집 민서 엄마랑 결혼 할 껄 그랬어요. 정하랑은 훨씬 더 말이 잘 통하니까요.
몇 년이 지나 그때 영어 학원에서 기초를 잘 잡은 우리 아이가 대형학원에서 레벨테스트를 봤는데 최상급이 나온 거에요. 남편이 너무 자랑스러워 하더라구요. 그 때 저는 남편이 너무 얄미웠답니다. 그 후로도 무슨 학원 무슨 학원 고를 때마다 남편은 정말 귀찮아해요. 픽업이라도 부탁할라치면 눈치를 눈치를 그렇게 봐야합니다. 그렇지만 상이라도 하나 타오는 날은 아주 좋아 죽더라구요.
그래서 남편이 학원 이야기 할 때마다 제가 한마디 합니다. “당신이 학원 전화 싹 돌려서 상담해서 결정할 거 아니면 입 닫으라구요.” 저 누구랑 결혼할 걸까요. 이렇게 혼자 결정할 거였으면 좋은 머리와 좋은 신체 조건을 가진 잘 먹고 잘 자는 그런 사람이랑 결혼할 걸 그랬어요. 아이한테 좋은 유전자라도 남겨주게.
이제 우리 알고 싶지 않나요? 왜 내가 결혼했는지. 이렇게 많은 책임과 의무가 따를 줄 알았다면 결혼 다 무르고 싶어요. 요즘 동거만 하는 사람들. 연애만 하는 사람들 진짜 부럽습니다.
여러분. 언젠가는 저 진짜 왜 결혼했는지 알 수 있을까요? 요놈의 토끼 같은 녀석들 아니었으면 진짜. 진짜. 에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