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토닥토닥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했어요. 초등학교 1학년은 왜 이렇게 일찍 끝나죠? 보내고 돌아서서 한숨 좀 쉴라 하면 오는 거에요. 첫애가 1학년에 입학하면 우리도 대인관계를 또 개척하느라 바쁜데 말입니다. 처음 보내는 학교. 긴장돼 죽겠으니 친구를 만들어야죠. 교실 위치부터 시작해서 학교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으니까요. 같은 반 엄마들 사귀어서 정보도 얻고 하려면 청소기는 돌리고 빨래도 하고 나가야하는데. 아 참 녀석들이 너무 빨리 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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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학년 이니까 놀리긴 해야겠어서 아이와 놀이터로 나갑니다. 어색하던 엄마들과 친해지는 시간이죠. 처음에는 별 말이 없다가 놀이터에서 노는 날이 하루 이틀 늘어나니 엄마들은 점점 친해지게 되더라구요. 나이 따라 언니라고 부르며 자주 연락을 해요.


1학년은 일단 학교 상황 전달이 잘 안되니까 똘똘한 여자 아이 엄마랑 친해놓으면 열아들 안 부럽거든요. 근데 그렇게 즐거웠던 시간이 길진 않아요. 2학기 되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학원에 가기 시작하거든요. 그때부터 아이들 학원 픽업 생활이 시작됩니다. 피아노. 미술, 태권도. 저학년 때 끝내야 할 학원 목록이죠. 근데 뭔 놈의 학원을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 다시 데리러 가야 해요. 1학기 때 놀이터 죽순이도 힘들었는데 이것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학원 두어군데 픽업 다녀오면 파김치가 되요. 제가 집에 있으니 성대한 저녁을 기대하는 남편이 퇴근하면 다크써클로 맞이하며 얘기해요. “ 아 오늘 힘들다. 저녁 시켜 먹자.”그렇게 아이 학원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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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고학년이 되면 학원 픽업은 안갑니다만 학원 픽업 대신 다른 고민이 생기네요. 예체능만 하던 저학년 때와는 차원이 다른 고민이죠. ‘4학년이면 수학을 시작해야 한다는데. 어느 학원이 좋은 거야?’ 1학년 때부터 친했던 딸 친구 엄마한테 전화 돌려서 동네에서 핫한 학원을 검색합니다.


왜 내 맘에 쏙 드는 학원은 이리도 없는 건지 학군지 이사가 정답이지 싶지만 아쉬운대로 동네에서 한군데 선택을 해서 보냅니다. 근데 수학만 있나요? 영어는 또 어떻게요. 슬슬 논술도 시작해야 하구요. 과학도 어렵다던데. 과학 실험 학원도 하나 끼워넣습니다. 아이 체력을 생각하면 운동도 하나는 해야 하구. 아이 스케줄이 빡빡해지는 만큼 집안 경제도 허리띠 졸라맵니다. 남들만큼 하려면 남들 하는 거 왠만히는 해야하니까요.


하지만 학원을 골랐다고 끝이 아닙니다. 학원 숙제 시키는 것도 엄마 몫이구요. 학원에서 실력이 잘 쌓이는지도 체크 해야 해요. 시시때때로 학원에 상담 전화해서 잘하고 있는지 물어봐야 되구요. 근데 한 학원을 오래 다니는 것도 아니라구 하네요. 영어도 어학원 다니다가 5학년 부터는 문법을 시작해야 한다고 하고, 수학도 선행을 땡겨야 한다는데. 아! 이때부터 앞이 한치도 안 보이는 안개 속을 계속 걷고 있는 느낌이 시작됩니다. 카더라 통신은 너무 많고. 옆집 아이는 잘하는 것 같은데 우리 집 애는 그런 것 같지도 않구요. 해야할 것은 또 왜 그리 많은지. 어린 것이 안쓰러워 죽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뺄게 하나도 없습니다.


아이가 5학년이 되면 엄마도 5학년이 됩니다. 6학년이 되면 다시 6학년 엄마를 준비해야 해요. 아이만 진급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 진급에 따라서 내 정보도 업그레이드 해야더라구요. 차라리 동네 엄마만 만났을 때는 나았는지도 몰라요, 유튜브에서는 온갖 초등 학습법이 범람을 합니다. 책을 읽으라 하는 사람, 책이 다가 아니라는 사람. 이런 학원을 다녀라 하는 사람. 학원이 능사가 아니라는 사람. 아놔. 진짜 고민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에요. 온갖 책에서 하는 이야기들, 교육전문가들이 하는 이야기들 선별해서 들을라니 너무 힘든 거 있죠. 그걸 시키면서도 엄마는 늘 좋아야 하고 다정해야 하구. 본인들 자식 키울 때는 그랬는지 정말 궁금해지지만 틀린 얘기는 아니니 꾹 참고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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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는 이거 해라. 저 때는 저거 해라. 정답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인생에 어디 정답이 있냐고요. 내 인생 내가 결정해서 내가 그 결과도 옴팡 뒤집어 쓰는건 괜찮아요. 그런데 남의 인생이잖아요. 그것도 제가 제일 사랑하는 아이 인생 이잖아요. 함부로 결정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유튜브 골라 들으며 자녀교육서 뒤적이며 고민만 깊어집니다.


이제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보니 참 열심히 살았는데 또 일한다는 이유로 너무 학원을 돌렸나 후회가 되네요. 제가 수학 가르치다가 싸워서 안되겠다 싶어 학원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그게 오히려 아이 자기주도학습을 방해한 거라네요. 아이 공부 정서 챙기느라 자기주도성을 잃은게죠.


중 고등학교에서는 자기 주도 학습으로 해야 한다. 학원빨은 끝이다. 초등학교부터 차근 차근 연습해야 한다는데 제가 아이 인생 망쳐버릴 것 같아 마음이 또 바쁩니다. 이제 중학교 들어가면 또 얼마나 흔들릴까요. 공부의 이유를 모르는 아이의 미래. 모든 게 불확실 한데 대학이 다는 아닌 걸 알면서도 대학을 위한 공부밖에 시킬 수 없는 저는 얼마나 많은 밤을 또 흔들릴까요.


엄마인 당신. 이제껏 참 애 많이 애썼네요.


아이 인생 잘 못 될까봐 늘 고민했던 거 알아요. 늘 치열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서 결정했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었다 싶은 부분도 있을 거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해준 게 최선이 아니었다 해도 괜찮아요. 아이는 때론 툴툴거려도 충분히 느끼고 있을 거에요. 엄마의 진심을. 그때는 그때의 엄마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선택했었다는 것을요. 올 봄엔 나를 위한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하나씩 합시다. 지금껏 충분히 애쓴 나를 위해,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이 흔들릴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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