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덜컥 6학년이 되었습니다. 진짜 가지 않을 것 같은 시간이었는데 어느새 초등학교 제일 고학년이 되었네요. 아이는 언젠가부터 이마에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목욕하거나 샤워할 때 문을 닫고 합니다. 옷 갈아입을때도 자기 방에 들어가 아무도 못 들어오게 하더군요. 조잘조잘 대던 녀석인데 말수가 줄었습니다. ‘내가 알아서 할게.’라는 말이 늘었습니다. 엄마가 하란 대로 숨도 쉬던 녀석인데 또박또박 말대답을 합니다. 나도 답할 말이 없어 서로 가만히 있는 시간이 늘었습니다. 녀석이 친구 전화번호를 받아오기 시작하더니 핸드폰 비밀 번호를 걸더라구요.
친구 생일이라며 다이소에서 선물을 사고 편지를 씁니다. 제가 볼 새라 슬쩍 편지를 가리더라구요. 좋아하는 친구가 있느냐 물었지만 ‘그냥.’ 이라고 짧은 답만 하더군요. 하교 후에 친구랑 놀고 오겠다고 전화 한통 하더니 매일 늦게 집에 들어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슬그머니 자기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기 시작했어요. ‘사춘기의 시작인가?’ 싶었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나도 나 혼자만의 시간 좋아하거든요. 그리고 내게는 아직 포동 포동 귀여운 둘째가 있으니까요.
어려서부터 유독 엄마 엄마 하던 아들입니다. 돌 전에도 자다가 엄마가 옆에 없으면 깨서 거실로 저를 찾아오던 조금 부담스럽지만 사랑스러운 아들입니다. 자기는 절대 자기방 안 가질 거라고. 평생 엄마 아빠랑 잘 거라고 부탁 부탁을 하던 아이. 친구 만나러 가는 아빠 뒤통수에 대고 “친구보다 가족이 소중한데.” 라고 말하는 건 녹음까지 해두었어요. 커서 친구만 찾을 때 놀려야지 하면서요. 종이접기를 좋아해서 졸졸졸졸 따라다니며 엄마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 주곤 했습니다. 밤마다 자기 전에 가족끼리 모여서 보드게임 하는 게 소원인 아들이었구요. 잠자리에 누워서 하루 일과를 돌아가며 이야기 하자고 어찌나 조르던지 매일 있지도 않은 에피소드를 지어 내야 했습니다. 조금만 천천히 커 줬으면 매일 바라게 하던 아이였습니다.
“기분 나쁘게. 아빠가 뭔데 나를 규정해?”
아이가 버럭 화를 냅니다. 머리카락이 길어 아빠랑 같이 미용실에 가자고 지저분하다고 했다네요. 그랬더니 아이가 그럽니다. 지저분하든 어쨌든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구요. 왔습니다 왔어요. 당연히 와야 할 테지만 오지 않았으면 싶은 사춘기가 와버렸네요. 내가 안방에 있으면 “엄마 쉬어.”하면서 거실로 나갑니다. 거실에서 일하고 있으면 넷플릭스를 보려 하다 망설입니다.
“엄마가 뭐 보는지 다 들릴 텐데.” 하면서요. 슬그머니 제 노트북을 들고 작은 방으로 피할 수 밖에 없습니다. 누나 방에 있는 시간이 늘었는데 둘이 뭐하나 보면 서로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성격이 어찌나 깔끔한지 게임을 하느라 휴대폰이 뜨끈뜨끈 한데 휴대폰을 열어보면 열려있는 창이 하나도 없습니다. 무슨 게임 하는지 알려주라고 해도 다 지웠다. 시시하다. 하며 속시원히 말한마디 안하더니. 나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왔었네요. 녀석에게도.

이제 저는 주말에 안방에 가만히 누워있어도 누가 건드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아이들은 각자 자기 공간에서 각자 일하느라 바쁘구요. 남편이랑은 뭐 각자 갈 길 간지 오래됐잖아요. 뒹굴다 뒹굴다 이건 아니다 싶어 “운동이라도 하러 가자.” 떠드는 사람은 저 혼자 뿐이에요. “나 오늘은 좀 쉬고 싶은데.” 아이가 자기 방문을 닫으며 대답합니다. 아무도 아무것도 아쉽지 않습니다. 하~ 마음이 어째 요상하네요. 아이가 크기만 기다렸습니다. 물 한잔 스스로 따라 먹지 못하는 아이가 크기만 기다렸습니다. 한 해만 한 해만 기다리면 된다.
저 녀석들이 자기 스스로 밥만 먹으면, 옷만 입으면, 학원만 갈수 있으면 하고 손꼽아 한해 한해를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요? 왜 넷이서 키득키득 거리며 작은 방에 모여 좁다고 아우성 치던 그때가 생각 나는 걸까요? 시간이 조금만 멈췄으면 싶은 마음으로 뒤돌아보는 건 나 혼자 뿐이네요. 모두들 앞을 향해, 자기 삶을 향해 달려나갑니다. 나만 덩그러니 남았어요. 나만 아이들 뒤통수에 대고 소리치고 있네요. “엄마, 여기 있어.” 아이들은 뒤도 안 돌아보고 한걸음에 달아납니다. 한동안은 여기 이대로 이렇게 서 있을 거 같아요. 혹시 아이가 뒤돌아볼수도 있으니까요. 다시 돌아와서 손잡아 달랠 수 있으니까요.

아이가 덜컥 6학년이 되었습니다. 아이의 사춘기가 왔습니다. 아이는 혼자 해보겠다고. 이제 엄마 손 필요 없다고 손을 슬그머니 뺍니다. 내 빈손이 짠해서 한동안 만지작 만지작 거릴 것만 같습니다. 시간이 지금이라도 잠시 멈췄다 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