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두고 싶다. 엄마노릇

결혼하자마자 첫애를 유산했어요. 결혼하면 임신하고 당연히 엄마가 되는 줄 알았던 저는 적잖이 놀라고 당황했어요.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울며 아이를 기다렸답니다. 일년 후 딸아이가 저에게 왔을 때 너무 감사했어요. 아이가 건강하기만 해도 좋다고 생각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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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에요. 아이가 한 살 두 살 먹으니 조금씩 생각이 달라지더라구요. 다른 아이들 보다 말도 좀 빨리 했으면 좋겠고 좀 더 키도 컸으면 좋겠고. 그런데 그건 욕심도 아니었더라구요. 학교 가니까 그 욕심이 점점 더 커지더라구요. 내가 보기엔 우리 애 만큼 참한 모범생이 없는데 상장 하나 못 받아 오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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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기말 방학 할 때마다 가방 속을 뒤져봐도 상장 하나 없을 때 아이한테 티는 못 냈지만 울컥 했답니다. “선생들은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상을 주는 거야?” 제가 교사지만 또 교사 욕이 나옵디다. 상담을 가도 선생들 한테는 그애가 그 애인 지라 지적 받고 오지 않으면 다행이었구요. 학원 레테를 가도 특출하다는 이야기 한번 못 들으니 심통이 나더라구요. “나는 똑똑한 거 같은데 시댁이 문제인가?” 괜한 머리 탓도 해보고요.


그런데 뭐 이건 욕심도 아니었죠. 고학년이 되니 시험을 봐요. 아이 입에서 “0점”이라는 말이 나왔을 때 기가 막히더라구요. 겉으로는 우아하게 “너는 정말 특별한 경험을 한 거야. 0점 맞을 일이 인생에 별로 없는데 말야. 그리고 0점은 이제 올라갈 일만 있는 점수니 괜찮아. 시험 점수가 뭐 그리 중요하니. 배운 내용을 아는지 모르는지가 중요하지.”입으로는 온갖 성인군자다운 가식을 떨고 있었지만 속으로 생각했어요. ‘어떻게 내 새끼가 빵점을 받아오지?’ 초등학교 때 20점 받았다던 수포자 남편을 째려볼 수 밖에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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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제 그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이것 참 걱정이에요. 어딜 가나 평범한 내 아이. 어떻게 중학교 공부는 잘 따라갈지. 아니 솔직히 잘 따라가는 걸 넘어서 최상위급에 들어가야 할 텐데. 진짜 들어갈 수는 있을지 말이죠. 중학교 들어가서 성적표 가져온 걸 보며 저는 또 얼마나 가식을 떨어야 할지 지금부터 걱정이 앞섭니다.


내 아이는 특별했으면 좋겠어요. 내 아이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죠. 너무 너무 소중한 내 새끼니까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안 특별해요. 너무 평범해요. ‘그 나이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들 중에 특출한 아이는 별로 없다. 혹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처럼 장애가 있는 아이가 아니니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그래요. 순간 순간 올라오는 욕심을 참기가 참 힘들어요. 그렇지만 또 받아들이겠죠. 내 아이가 평범하다는 그 사실을. 어릴 때 서울우유 먹이다 커 가면서 저지방 우유 먹이고 더 크면 아무 우유나 먹인다는 말. 남 말이 아니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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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가 중학교 입학을 앞두고 계시죠? 중학교 공부는 진짜 초등이랑은 격이 달라요. 아이들이 그걸 받아들일 만큼 크기도 했기 때문에 잘 받아들이긴 할 거에요. 하지만 특출하게 받아들이지 않을지는 몰라요. 옆집 엄친아랑 다르게 다른 아이들이 다 겪는 반항도 할거구요. 스마트폰 때문에 난리가 나겠죠. 방문을 꽝 닫고 들어가서 빡칠 때도 많을 거에요. 그래도 나보다 더 커진 녀석. 나보다 더 까칠한 녀석 눈치 보느라. 오는 갱년기도 못 느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래도 또 감사해야겠죠. 평범하게 다 겪는거 겪는게 또 쉬운 일은 아니니까. 우리 마음속에 감춰진 ‘특별한 내 새끼’에 대한 욕심은 또 한풀 그렇게 꺾일 거고. 우리는 또 그걸 받아 들여야 할꺼에요. 그러면서 다시 혼자서 되뇌이겠죠. “됐다. 됐어. 그거면 됐다.” 공부 잘하면, 좋은 친구 사귀면, 좋은 대학 가면 좋을 거 같아서 그런거 였는데. 내가 아니라 지가 더 좋을 거 가같아서 욕심 부렸던 건데. 본인은 그러지 않아도 행복하다니 됐다.“ 하면서도 잘 내려놓아 지지가 않네요. 우리가 자식에 대한 욕심을 버릴 수 있는 날. 눈 감는 날이 되지 않을까 싶은 건. 저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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