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 얼마나 믿으세요

“갑자기 왜 울어?”

아이가 주르륵 눈물을 흘리고 있다. 대화를 하다가 갑자기 운다. 아무리 감정기복이 심하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다. 화를 낸 것도 아니고 나무라는 말도 안했다.

“아무도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어주질 않잖아.”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이야기의 발단은 또 핸드폰 이었다. 아이 핸드폰 비밀번호를 잠근지 3주쯤 지난 듯 했다. 아이는 이제 잠긴 핸드폰에 적응하는 듯 했다. 친구들과 잦은 카톡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잠긴 스마트폰을 열어도 긴급한 연락은 많지 않았다. 핸드폰을 빼앗기니 매일 멍하니 있거나 잠을 잤다. 가끔 책을 보기도 했다. 스스로 관리를 잘하는 동생이 게임을 할때도 부러운 듯 보긴 했지만 금새 포기했다. 몇 번이나 약속을 어기고 새벽 몰래 핸드폰을 쓰던 녀석이었다. 쉽사리 조절이 가능할 거 같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멍하니 있는 모습을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이 화근이다. 어제도 새벽 두시에 나가보니 방에 불이 켜 있었다. 분명히 12시에는 자라고 약속을 받아두었었다. 내가 나오는 소리가 나자 아이는 황급히 불을 껐다. 책을 읽었다고는 하는데 알수 없었다. 핸드폰을 잠그면 노트북을, 노트북 대신 남의 핸드폰이라도 열어서 보던 녀석이었다. 그냥 한번은 묻기로 했다. 하지만 나는 단세포였다. 낮에 심심해 하는 아이를 보니 다시 핸드폰을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줘볼까 생각이 든 것이다. 인간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또 반복한다.

어제 일도 잊고 너무 쉽게 기회를 주는 건 아닌가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어제도 나를 속인 녀석이다. 다시 기회를 준다면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아이는 잘못했을 때 자신의 행동을 반성할 기회를 반드시 가져야한다. 나는 어물쩡 또 아이를 믿어보려 한 것이다. 생각을 고쳐먹고 생각을 해봐야겠다라고 말을 하니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자신은 스스로 관리를 할 수 있는데 아무도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아무도는 나를 분명하게 지칭하고 있었다. 내가 아이와 대화를 시작했으니 끝마쳐야 한다.

“너는 어제도 나와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어. 말로 하는 약속은 못 믿어. 내가 몇 번이나 기회를 줬잖아. 그런데 어제 너는 또 약속을 어겼어. 그랬는데도 너를 믿어주려고 했어. 내가 기억력이 짧아서 말야. 네가 행동으로 보여주지 않았으면서도 큰소리 칠 일이야?”

아이 눈물이 쏙 들어갔다. 자신의 그간의 행동이 있으니 할말이 없었을 것이다. 한번 화가 나면 멈출수가 없는 나는 또다시 아이에게 퍼붓기 시작했다.

“너를 진짜 안믿어볼까? 네가 인생을 어찌 살든 아무 관심도 없는 걸 원해? 너가 몇시에 자든 말든 핸드폰을 하든 말든 관심 안가져봐? 포기하는 걸 보여줄게 네가 원한다면.”

아이는 묵묵부답 말을 안했다. 인생에는 자기 행동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싶었다. 지금 당장 불편하더라도 아이는 알아야 한다. 모든 행동에는 그 후속결과가 따른다는 것을 말이다.

딸아이를 밖으로 보내놓고 속상한 마음에 아들을 꼬옥 껴안았다.

“우리 아들처럼 엄마한테 믿음주면 얼마나 좋아. 절대 의심안하고 백프로 말 믿잖아. 지가 못믿게 해 놓고 큰소리야.”

아들이 내 품에서 눈을 깜빡 거리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나도 확인해야 할 거 같애. 너무 믿지마. 나 핸드폰 두시간 반 했다고 했는데 두시간 43분했거든. 그 정도는 괜찮나?”

아이의 똘망똘망한 눈동자에 웃음이 났다.

“그럼 그정도는 괜찮지.난 널 믿어.”

아이를 가장 믿고 싶은 건 부모라는 걸 아이는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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