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기현이의 생일이다. 우리반 네 친구들과 나는 기현이가 오기 전 생일 파티를 준비하기로 했다. 칠판에 HAPPY BIRTHDAY TO KI-HYUN이라고 썼다. 삼단 케익도 그리고 온갖 꽃으로 장식도 했다. 그리고 각자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적어보기로 했다.
“기현 선배님 생일 축하드려요.선배 선물 해바라기 그림, 축하한다는 말 5번”
“기현아. 생일 축하해. 기현이 선물 칭찬10번. 인정. 최고~”
“기현이 형 생일 축하해.” 찬이는 옆에 삼단케익과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버스 그림을 그려넣었다. 값비싼 선물은 없지만 따뜻하고 훈훈한 생일 카드가 만들어졌다.
“재표야. 우리 기현이 생일 케익 사러 가자. 초코파이 케익 어때?”
기현이와 각별한 친구인 재표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제가 사러 갈께요.”
쉬는 시간 10분을 활용해서 학교 앞에 있는 마트에 다녀와야 한다. 학교 정문앞에 잡동사니를 파는 문구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이 학교는 달랐다. 한참을 걸어가야 겨우 홈플러스가 나온다. 쉬는 시간에 아이 혼자 보내는 건 아닌 거 같아서 나도 함께 따라 나섰다. 재표 손에는 내가 써준 외출증이 들려 있었고 나는 유유히 재표 뒤를 따라갔다. 잰걸음으로 걸어도 족히 5분은 걸리는 거리다. 재표와 나는 뛰다시피 걸음을 재촉했다. 가는 도중에 평소 맛있기로 유명한 만두집이 눈에 들어왔다.
“초코파이 보다는 저기 저 만두 어때? 만두 케익?”
우리는 둘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좋다는 신호였다. 빠르게 준비되는 만두를 주문하고 재표는 카드를 내밀었다. 물론 내 카드였다. 카드로 계산을 하며 재표는 만두 다섯 개가 얼마인지 그리고 만원을 냈을 때 얼마나 잔돈이 되는지 계산하기 시작했다. 따끈따끈 김이 오르는 만두를 들고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었다. 교문에 들어서는 순간 시작종이 울렸다.
교실에는 기현이와 다른 친구들이 와있었다. 칠판에 씌여있는 자신의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고 아이는 벌써 얼굴이 발개져있었다. 이미 기분이 좋다는게 느껴졌다. 우리는 기현이에게 축하 안경을 씌워주고 만두로 생일 케익을 만들었다. 축하 노래를 부르고 맛있게 만두를 하나씩 먹었다. 따끈따끈 김이 올라오는 만두만큼 기현이의 생일파티도 무르익어 갔다.
“선생님 너무 감사해요. 저는 생각도 못했는데 기현이 생일 친구들이 함께 축하해 줘서 너무 감동이었어요. 기현이도 친구들에게 생일 축하 받고 싶어 했거든요. 저는 그런 기현이 마음을 몰랐던거 같아요. 자기 생일 날은 쉰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고대하는 날이니까요. 그런데 도움반에서 친구들이 진심으로 축하해주는데 제가 다 눈물이 나더라구요. 기현이가 너무 행복했을 것 같아요. 진짜 감사해요.”
기현이의 생일 파티 사진을 카톡에 올리자 어머니가 감동의 메시지를 보내셨다. 생일이면 생일 빵도 당하고 카톡으로 수십개의 축하 메시지를 받는 친구들이 기현이는 부러웠을 거다. 십대 아이들에게 생일 만큼 큰 이벤트는 없으니까. 그런데 절친이 없는 기현이에게 그런 생일 축하 인사는 강건너 불구경 이었을 거다. 그러니 얼마나 속상했을까. 나는 그동안 기현이가 숱하게 흘려보냈을 생일 생각에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도 특별한 생일 그런 생일날 축하인사 받는 것 조차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 나의 아이들. 그 외로움이 내 마음을 깊숙이 찌르는 것 같아 마음이 찌릿찌릿해지는 기분이었다.
‘기현아. 그런 친구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해.’
내가 기현이의 통합교육을 위해서, 친구 관계를 위해서 조금 더 노력했어야 하는데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머니 그런 생각을 하셨다니 마음이 아픕니다. 우리 아이들 너무나 소중해요. 이렇게 멋지게 기현이 잘 키워주신 것만으로도 저는 어머니가 너무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애쓰셨어요. 우리 기현이 정말 잘 컸습니다. 다 어머니 덕이에요.”
어머니는 몇 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하고 전화를 끊으셨다. 나는 어머니의 그 말이 끝내 짠하여 전화기를 들고 몇 번이나 마음을 쓸어내렸는지 모른다.
학기초가 되어 수업을 시작하면서 탁상 달력에 제일 먼저 표시하는 게 있다. 아이들에게 하나 하나 물어 적는 아이들의 생일. 비록 반친구들이 축하해주지 않아도 진심으로 축하해줄 내 아이들이 이곳에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우리는 어떤 모양으로 태어났든 어떤 생김새로 쓰이든 모두 너무 소중하다. 그 사실을 우리 아이들이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별처럼 반짝이는 기현이의 생일을 축하해. 세상 그 누구보다 따뜻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네가 이 세상에 와줘서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 졌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