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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Oct 10. 2023

나도 예뻐지고 싶어.

"눈이 너무 무거워. 눈꺼풀이 무거워서 눈뜨고 있는게 너무 피곤해."

외모에 가장 관심이 많은 넷째 언니에게 전화상담을 했습니다. 


"너 지난번에 보니까 눈가가 너무 쳐졌더라. 눈밑 주름도 심하고. 너 눈 해야돼. 쌍커풀하고 눈밑 지방 재배치 하는 건 재건 성형이라고 해. 성형도 아니야. 나이들면 다 해야 하는거지. 지금 네 나이면 할 때 됐어. 지금 한번 해놔야 나중에 7-80대 되서 해도 자연스러워. "

지난번에 만났을때 보았던 언니 눈이 떠올랐습니다. 언니는 4년전에 쌍커풀 수술을 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전혀 칼자국이 표시도 안나더라구요. 언니가 수술하고 나서도 직장에서도 아무도 수술한 줄을 몰랐다고 했습니다. 원래 쌍커풀이 있기도 했고 너무 자연스럽게 잘했으니까요. 자꾸만 무거워지고 쳐지는 늘어진 눈주위 피부를 보면서 나에게도 그때가 온건가 싶었지요. 

"나는 부자연스러운건 너무 싫거든. 내 이미지 달라지는 것도 별로고. 그래서 이십대 때도 손안댔잖아. 그때 내 친구들 모두 쌍커풀 수술했는데도 나는 싫더라. 지금은 다들 속쌍커풀 되서 표시도 안나지만. 자연스럽게 되겠지?"

성형외과 간호사로 일했던 언니는 당연하다는 듯 말했습니다. 

"당연하지. 너는 쌍커풀만 하면 다른데는 손 댈데 없어. 이미지 바뀔 정도로 수술하지도 않아. 속쌍커풀로 살아봤으니까 큰 쌍커풀로 한번 살아봐. "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성형외과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마음속으로는 병원을 정해두었습니다. 언니가 수술한 병원 의사 말이지요. 왜 의느님이라는지 이유를 알 정도로 너무 자연스럽게 수술이 되었으니까요. 다른 병원을 찾을 이유가 없었지요. 후기가 명확히 내 앞에 존재했으니까요. 수면마취 시간이 생각보다 길긴 했지만 늘어진 눈 지방과 눈아래 불룩한 지방덩어리를 볼때마다 이건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었지요. 한참 상담을 하고 있는데 언니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열받아 죽겠네. 아니 우리 병원에서 몇몇이 모여서 내 이야기를 했다지 뭐야. 나는 쌍커풀 안했을때가 더 예뻤다며. 성형안한게 훨씬 나은데 왜 저렇게 얼굴에 손을 대는지 모르겠다고 했대. 나 쌍커풀이외에는 성형 한것도 없어. 손을 대기는 누가 손을 대. 그리고 쌍커풀쳐져서 한거라 그렇게 티도 안나거든. 근대 괜히 손대지도 않은 툭 튀어나온 이마랑 입술까지 성형한거 아니냐며 뒷담화를 했다더라. 그것도 60대 아줌마들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내가 쌍커풀 한게 그렇게 어색해?"

언니는 화가 잔뜩 나 있었지요. 

"예뻐서 질투나서 그래. 나도 저렇게 하고 싶은데 할만한 돈도 용기도 없으니까. 그게 있다고 해도 언니처럼 예쁘게 된다는 보장도 없고. 사람마음이 다 똑같애. 내가 만약에 쌍커풀 했는데 언니보다 더 잘되봐. 무슨 마음이 들겠어. 저건 본판이 나보다 더 예뻐서 쌍커풀 하니까 더 예쁘잖아 싶고 질투나지 않겠어? 그럼 예쁘다라고 하기보다 너 조금더 자연스럽게 하는게 나았겠다 하고 말하기가 쉽지. 자매도 그럴진대 남은 오죽하겠어. 그리고 나이든 아줌마들이 더 그런거 몰랐어? 예전에 엄마도 그랬잖아. 동네 누구 이야기할때 외모로만 사람을 평가했잖아. 그집 며느리 들어왔는데 키크고 예쁘더라 .아니면 키 작고 못생겼더라. 나는 어릴때 그게 그렇게 이상했었거든. 왜 엄마가 외모에 그렇게 집착하나 싶었어. 그런데 이제 이 나이 되니 알겠더라. 내 얼굴은 거울 보기 싫을만큼 늙고 보기 싫은데 젊고 예쁜 애들 봐. 질투 나는게 당연하잖아. 내 얼굴이 싫어지니까 남의 외모만 더 보이는 거야. "

"맞네 그러네. 엄마도 그랬었지."

언니가 맞장구를 쳤습니다. 

"성형해서 예뻐졌으면 어쩔 수 없어. 뒷말 듣는건 각오해야지.. 연예인들 봐. 팬만 있어? 악플다는 사람도 많잖아. 모두다 좋아할 수는 없는거야. 그러니 그 정도는 각오해. "

내 말에 언니는 기분이 한층 나아진 것 처럼 보였습니다. 

"맞아. 네 말이맞다. 역시 넌 똑똑해. 그런데 너도 만약에 쌍커풀 수술 하잖아. 그러면 네 얼굴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말하기 시작할 거라는거 잊지마라. 하기전이 나았다든가. 눈밑지방 표시도 안났는데 오바라든가 할거야. 네가 마음에 완전히 들어도 그런말 들으면 흔들리고 속상한게 사람이다. "

언니말을 들으니 순간 섬뜩해졌습니다. 맞습니다. 관심없던 사람들도 그때부터 질투의 마음이 든 부러움이든 섞어서 외모품평을 시작하겠지요. 그걸 견뎌낼 수 있는 자라야만 성형외과에 당당히 문열고 들어갈 수 있을 텐데요. 유튜브 악플 하나에도 맘상해 하는 내가 오프라인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평가를 과연 이겨낼 수 있을까 순간 두려워졌습니다. 

갱년기.. 얼굴의 주름은 늘어만 갑니다. 자신없어지는 외모 때문에 아무리 어플을 써봐도 사진찍기가 두려워지고요. 거울보기도 싫어지는데요. 의술의 힘을 빌리자니 또 뒷담화 대상이 될까 걱정스러기도 합니다.

 중년. 몸만 안아파도 다행이고 얼굴 주름 타령하는게 배부른 소리라고 할수도 있는데요. 아픕니다. 아픈곳 있어요. 그럼에도 조금이라도 젊음을 붙자고 예뻐지고 싶은 내 마음은 언제까지나 욕심일 뿐일까요. 평생 예쁘게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나의 마음은 오늘도 오락가락 갈피를 못잡고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화기를 눌러 성형외과에 수술 예약을 하겠다고 하고 싶은데요. 참말로 그 전화가 안 걸어지면서도 성형후기를 찾고 있는 내 마음을 나조차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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