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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Oct 30. 2023

장애학생 아니고 학생입니다.

지역에서 장애학생 체육대회가 열렸습니다. 

 달리기와 멀리뛰기에 참여를 신청했어요. 아이들이 특별히 체육을 잘해서는 아닙니다. 아이들이 대회에 참여해보는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지요. 다양한 상황에서 경험을 늘려가면서 아이들의 세상을 넓혀주고 싶었으니까요. 아이들은 보여주는 만큼 자기의 세상을 넓혀나가니까요. 다양한 세상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개회식이 10시 30분에 시작한다고 꼭 참석해달라고 했습니다. 나는 평소 기념식을 극혐합니다. 기관장들의 쓸데없는 말을 듣자면 하품이 나올때가 많으니까요. 그럼에도 아이들과 개회식에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개회식을 경험하게 해주고싶었어요. 부랴부랴 아침시간에 맞춰 식장에 도착했습니다.개회식장에는 장애학생 체육대회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다양한 유형의 학생들이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중간중간 소리를 내거나 이동하는 조금은 자유로운 개회식이었지요. 개회사가 선포되고 이런저런 식순이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와는 사뭇다른 분위기에 약간 긴장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시시때때로 박수를 유도하는 사회자에 맞춰 박수도 치고 주변 분위기에 맞게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했지요. 얼굴이 약간 상기된 듯 긴장되어 보였습니다. 대회에서 잘할 수 있을까 긴장하고 있었지요.

교육감의 격려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교육감은 교사출신이라는 자신의 경력을 십분 활용했습니다. 다양한 나이와 유형의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었지만 친숙하게 격려사를 이어나갔습니다. 

"여러분 반가워요. 기관장 소개만 했는데요. 가장 중요한 여러분 소개가 빠졌네요. 여러분을 위한 대회잖아요. 참여해준 여러분 환영합니다. 박수."

아이들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 지루하지 않게 연설을 이어갔습니다. 평소에 전혀 관심 대상 밖이었던 교육감이 조금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눈높이를 맞추려는 모습이 딱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감동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다음으로 지역 국회 의장의 연설이 이어졌습니다. 

"반갑습니다. 장애학생 여러분."

아이들을 싸잡아 장애학생이라 부를때부터 약간 마음이 상했습니다. 안그래도 '장애학생 체육대회'라는 타이틀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장애인 체육회에서 개최하는 대회라 다른 이름을 쓸수 없었을 지도 모르는데요. 그럼에도 꼭 이름을 그렇게 붙였어야 했나 싶었지요. 다른 예쁜 이름을 타이틀로 하고 부재로 설명을 달았어도 될텐데요. 무턱대고 장애학생이라 명명하니 불쾌했습니다. 경계선에 있는 친구들은 그 이름때문에 기분 나빠서 대회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다네요. 자신이 장애인이라는 개념이 없는 친구 또한 당황스럽지요. 왜 자신이 장애학생일까 의문이 들 테니까요. 이 아이들은 장애학생이 아니라 학생입니다. 장애라면 그 아이의 일부 특성일 뿐인데요. 가뜩이나 타이틀도 마음에 안드는데 그 말로 연설을 시작하니 거슬릴 수밖에 없었지요. 이어지는 내용은 문장 하나하나마다 나의 심기를 건드렸습니다. 

"여러분 체육을 잘하면 공부를 잘합니다. 국제학교 아이들을 보면 운동 잘하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여러분도 열심히 운동하세요. 여기 시각장애 분들도 왔는데요. 제가 마음이 참 아픕니다. 여러가지 행사가 있었는데 다물리치고 이곳에 왔는데요.참 잘왔다는 생각이 드네요."

우리 아이들에게도 물론 공부가 중요합니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기초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익힐 필요가 있지요. 그런데 왜 예시가 국제학교 아이들이 되어야하는지 이해가 안됐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공감할 수 없는 대상이었으니까요. 우리 아이들의 공부의 목적이 무엇인지 한번도 고민해보지 않은 예시라 들으면서 기분이 상했지요. 게다가 시각장애 친구들을 보고 마음이 아프다니요. 왜 시각장애가 존재자체로 마음 아픈 존재가 되어야합니까. 본인이 시각장애가 없다는 이유였을까 싶었습니다. 물론 시각장애가 있어 불편하고 때로는 슬플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분은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슬프다고 한게 아니었습니다. 단순히 장애가 있으면 슬프다고 규정지어 버린 것이지요. 왜 장애가 아무 상관없는 사람들에게까지 위안을 주고 불쌍해하는 대상이 되어야 할까요. 그 학생들에 비해서 본인이 대단히 잘난 사람이나는 생각이 마음에 깔려있는거 같아 불쾌했지요. 다른 행사를 마다하고 왔다는데 차라리 안오는게 나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이런 행사에 초대되었다면 대상에 대해서 한번쯤은 고민하고 연설문을 마련해야 하는거 아닐까요. 자기의 연설을 듣는 학생들은 생각해보지도 않고 하는 연설은 정말 예의가 없었습니다. 저렇게 대상의 욕구를 생각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국민의 뜻을 대변한다는 거 자체가 어의가 없었지요. 그런 연설문의 내용에도 기꺼이 박수를 쳐주는 우리 아이들이 훨씬 더 멋지고 대단해 보였습니다. 

한참동안 불쾌한 연설이 이어지고 그들끼리 기념사진을 찍으며 개회식이 끝났습니다. 내빈이 자리를 뜬후 아이들이 일어나야 안전하다고 방송을 했는데요. 내빈들은 사진 촬영 후에도 한참동안 자기들끼리 인사를 나누느라 행사장을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그걸 기다리고 앉아있으려니 화딱지가 났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을 하나도 배려하지 않는 내빈은 차라리 없는 만 못했으니까요. 불쾌한 행사장에 오래 아이들을 머물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얼른 아이들을 이끌고 자리에서 빠져나왔습니다. 내빈과 섞여 나왔지만 그들을 기다려주고 싶지 않았어요. 오늘의 주인공은 이 아이들이니까요. 대접받아야할 대상은 바로 오늘의 주인공이어야했습니다. 내빈이라면서 주인공을 홀대하는 태도가 참 어른답지 못했지요.  

  물론 주최측도 어쩔수 없었을겁니다. 이렇게 개회식에 그들을 초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주고 박수를 쳐주어야 그나마 우리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는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부디 개회식에 많은 학생들이 참여해 줬으면 하더군요. 장애인 체육회라는 단체에서 대회를 개최하니 장애학생이라는 단어를 바꾸기도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 상황을 이해못하지 않기에 화를 내기만 할수도 없었지요. 

아이들을 밖으로 데리고 대회장에 나오니 햇살이 쨍하니 날씨가 참 좋았습니다. 커다란 경기장을 보며 아이들은 환하게 웃었습니다. 그 웃음에 내 마음에 생긴 생채기가 싹 아무는 것 같았습니다. 

"즐겁게 대회에 참여하자. 상을 타도 좋겠지만 아니어도 괜찮아.모두 다 잘할수는 없으니까. 우리가 열심히 참여한 것만으로도 오늘 대회는 의미있어. 모두 화이팅."

아이들이 "네" 하고 크게 대답해 주었습니다. 누구보다 소중하고 밝은 내 아이들이 얼굴이 반짝반짝 빛납니다. 이 아이들과 함께면 된거다 싶어 다시 아이들과 신나게 발걸음을 맞춰 걸었습니다. 오늘도 다시 즐거운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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