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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의 생각의 정원 Oct 31. 2023

죽지 않고 사는 사람

한참 줌 연수가 진행되는 중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회 인데요. 오늘은 질문하기의 중요성에 대해서 함께 공부하고 있습니다. 화면으로 한 아이가 뛰어들었습니다.

엄마를 꼭 닮은 눈매를 한 아이는 너무나도 궁금한게 많아 보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쯤 되어보이는데 부끄러워하지도 않습니다. 

엄마가 줌연수에서 무슨 이야길르 하는지 하나라도 끼고 싶어 야단이지요. 

엄마는 너무 나도 곤란해합니다. 

하지만 같이연수에 참여한 연구회 선생님들은 익숙한 상황입니다. 

연구회에서 연수를 열때마다 아이가 화면에 등장하니까요. 기여이 화면에 들어오는 아이를 막아서는 엄마를 보며 모두 말립니다. 

"그냥 두세요. 엄마와 함께 연수에 참여하고 질문이 많다는 건 좋은 거에요. 저희는 괜찮아요."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데 안절부절 못하는 k선생님이 오히려 안쓰러웠지요.

그렇게 연수가 끝났습니다. 질문 하실 분을 묻는 진행자의 말에 그 엄마 선생님이 손을 듭니다. 

"저 뭐 물어봐도 되죠?"

물어봐도 되는 아니 물어봐야되는 상황인데도 늘 k선생님은 조심스럽습니다. 

"제가 교사 초기에는 늘 수렴형 질문을 많이 하라고 해서 확장형 질문과 함께 많이 사용했어요.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아이들에게 질문할 걸 다 적어 갈 정도였지요. 질문을 통해 아이들에게서 뭔가 답을 얻어내야한다는 강박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10년차 정도 되면서 생각이 달라지더라구요. 산책형 질문으로 이런 저런 사담을 나누는 척 하다가 수업과 연결지어요. 아이들이 수다 떠는줄 알았는데 그게 공부랑 연결되니 신기해 하지요. 모둠을 짤때도 그렇게 다양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을 모둠에 나눠서 배치하다 보니 시간이 정말 많이 걸려요."

언제나 처럼 k선생님의 수업 이야기를 들으면 열정이 느껴집니다. 수업 한시간이라도 허투루 하지 않으려는 선생님의 열정에 매번 놀라울 정도입니다. 정말 존경스러운 선생님인데요. 뒤이어 나온 선생님의 이야기는 놀라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때 진짜 질문이 많았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이 나댄다고 몇번 크게 지적을 하셨어요. 저는 진짜 궁금해서 물었던 건데 혼났어요. 그때부터 진짜 조용한 아이가 되었지요. 되도록이면 말을 안하고 아꼈어요. 제가 다시 말을 마음대로 하기 시작한게 이 연구회에 들어와서부터에요. 여기 선생님들은 제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받아줄것 같거든요. 용기를 내서 질문해도 될것 같아서 너무 좋아요."

화면 너머에서 호기심을 가지고 어떻게든 엄마 줌 회의에 참석하려 했던 딸아이의 모습이 k선새님의 어릴 때 모습이었네요.. 그런데 누군가가. 그것도 학교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그 질문을 막았구요. 왜 대한민국이 그렇게 질문이 어려운 나라가 되었는지 한순간에 이해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참 질문을 어려워해요.수업 시간의 질문은 그렇다 치더라고 자신에 대한 질문을 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 질문 마저 하지 않아요. 누군가 질문에 대답해 주기만을 바라는 것 같아요.그건 실상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인 저도 마찬가지지요. 그래서 질문이 정말 어려워요. 선생님을 더 하셨겠어요. 선생님의 질문을 꺾지 않았더라면 선생님은 창의력을 더 확산해서 훌륭한 인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쉽네요. 질문을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게 만드는 건 아닌가 반성을 해 봐야겠어요."

k선생님의 소회를 들으며 우리는 같은 깨달음을 가슴에 담았지요. 교사로서 더 좋은 질문을 이끌어내야겠다고 말이에요. 선배 선생님이 시 한편을 소개하시며 이 마음에 정점을 찍어주셨습니다.

"여행을 하지 않는 사람. 책을 읽지 않는 사람

삶의 음악을 듣지않는 사람. 자기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는 사람

알지 못하는 주제에 대해 묻지도 않고 

아는 것에 대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사람은 

서서히 죽어가는 사람이다."

우리는 가슴 속에 얼마나 많은 질문과 물음표를 갖고 사는지. 아니 아이들 마음 속에 물음표에 얼마나 성의있게 대답해주고 함께 고민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필로덴드론 미칸은 순하디 순한 식물입니다. 

어찌나 순한지 까다롭게 구는 법이 없습니다. 

초기엔 식물이 귀해서 가격도 저렴하지 않았는데요. 

우리 나라에 들어와서 번식을 잘 해내서 가격도 많이 낮아졌지요. 

이제는 사람들이 귀하게 여기는 순하면서 초보가 키우기 쉬운 식물이 되었어요.

가격이 높을 때나 낮을 때나 상관없이 자기 속도대로 잘 자라는 미칸은 

햇볓에 따라 잎색이 달라집니다. 

은은한 빛이 들어오는 창가에서 자라는데 빛을 잘 받으면 잎이 불그스름해집니다. 

기존에 있던 초록 잎들과 다르지요. 

잎이 붉어지면 뭔가 이상이 있나 싶어 있을 떼어내기도 하는데요. 

빛 색에 따라 달라지는것 뿐 붉은 잎이 이상한 건 아닙니다.

k 선생님 또한 그랬을 겁니다. 마음속에 의문을 표현하며 성장하는 유형이었을 거에요. 

호기심도 많고 궁금증이 있으니 그걸 참지 못했을 텐데요. 

단지 아이들과 조금 다르고 튄다는 이유로 나댄다는 낙인을 찍어버린거지요.

그때부터 k선생님은 자신의 빛깔을 숨긴채 다른 여느 아이들처럼 보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애를 썼을까요. 

스무명 넘게 교실에 그림처럼 앉아 수업을 기다리는 아이들을 복도에서 바라보며 

k 선생님의 말이 다시 들리는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제 나름의 빛깔과 방식을 갖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의 방식을 하나하나 꺾지 않고 붇돋워주었으면 싶습니다. 

아이가 자신이 가진 성향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마음껏 제 빛깔을 드러낼 수 있도록말이죠

저마다 다른 빛깔과 모양을 가진 미칸을 보며 고녀석 참 예쁘다고 느끼듯이

잎이 빨갛다고 쉽게 떼내지 않고 멋있다고 감탄하는 것처럼 말이에요

아이들의 빛깔을 존중하는 그런 교사이고 싶습니다. 

"k 선생님. 질문할때 조심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마음껏 질문하세요. 우리는 선생님의 질문이 궁금하답니다."

질문하는 걸 나댄다고 말하지 않고 질문을 사랑하고 존중할 수 있는 어른으로 죽지않고 살아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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