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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주 May 31. 2021

J야 생일 축하해

작가인 친구에게 보내는 생일 편지

타지에서 공부하느라 힘들지? 나는 3년을 타지에서 보냈는데 아직까지도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가득 담긴 꿈을 . 너는 타지 생활을  오래 했으니 그리움이 어떨지 짐작이  안된다..


내게 너는, 삶에 있어 새로운 시각을 준 사람이야.

어릴 적 밑줄 가득 쳐놓고 읽었던 자사고 학생들의 합격 이야기, 아이비리그 학교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살면 행복하겠다 생각을 하며 살아왔어. 그리고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기 때문에  한마디 섞어보지 못할 거라는 그런 자신 없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던  같아.

너의 책을 손에 들었나 놨다 하면서 차마 구매하지 못했던 이유가 이것 때문일 거야. 너의 이야기는 세계 1% 상류 엘리트층의 이야기일 테고, 너는 나를, 나도 너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어.


네가  글들을 읽은 후의  모습을 네가 봤어야 해. 그냥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물이었어. 무조건 달려서 세계 최고의 학교에 들어간 너와, 달리지 못해 ‘사회의 낙오자(취준생이라면 다들 이런 생각 한번 즈음할 거야) 살아가는 나의 고통이 크게 다를  없다는 것을 알고 위안이 들기는커녕 덜컥 겁이 났어.

갑자기 앞으로의 삶이 아득하게 느껴지더라. 세상이 대체 우리를 어떻게 속여온 것 일까. 우린 ‘행복’이라는 단어 앞에서 왜 이리도 눈물이 나는 걸까.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이제 무엇을 동경하며 살아야 할까.


그런데 너의 행보를 가만히 지켜보며 나는 이제 무엇을 동경하며 살아야 할지 어렴풋이 깨닫고 있어.

꿈은 명사가 아닌 동사여야 한다 말이 비로소 이해가 되기 시작한 거야. 사람들에게 꾸준히 손을 내밀고, 그들에게 어렵고 대단한 존재가 아닌 친구로, 동생으로, 언니로, 누나로 다가가는 너를 보며 내가  ‘엘리트라고 불리는 사람들  가장 용기 있고 어찌 보면 가장 단단한 사람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J야, 그런데 나는 네가 요즘 어떤 상태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모르겠어. 사람들에게 사랑과 용기, 지혜를 나눠주는 너라는 걸 알지만, 정작 네가 어떤 고민이 있고 어떤 힘든 일을 겪고 있는지, 무엇이 너를 울게 하는지는  모르겠어. 그래서 너무 속상했어. 그런데도 선뜻 네게 물어볼  없었던 이유는, 네가  배려하느라 말을 안 해줄  같아서 두려웠어. 나는 네게 힘든 상황에서 용기를 얻고 힘을 얻었는데 정작 나는 네게 그런 존재가 아니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그리고 내가 혹여라도 너에게 부담을 주는 건 아닐까, 걱정도 됐어.


그런데 이제는 그냥 기다리려고.

언젠가 너도 내게 털어놓을 날이 오겠지


그렇지 않다 해도 J야, 나는 여전히, 아직도  우울을 사랑하고 ,  웃음은  사랑해



생일 축하해,

너의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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