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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은 Dec 17. 2020

현대자동차,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의 빅픽쳐


현대자동차가 인류를 늘 이런 영상으로 놀라게 하는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무려 1조 원을 주고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많은 분들께서 이게 무슨 뜻일까?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궁금해하고 계실 텐데요. 오늘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걸 인수했을지 그리고 이게 앞으로 현대차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줄지에 대해 내다보는 시간 마련해봤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MIT 교수 출신의 마크 레이버트 교수가 1992년 창업한 로봇 만드는 회사입니다. 미국 국방부에서 여는 세계 최고 성능의 재난 로봇을 가리는 대회, 다르파 챌린지에 무려 미국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사람이랑 비슷하게 생긴 아틀라스 로봇을 공급해 주기도 했을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은 회사고요. 이후에 구글에 인수돼서 4년, 소프트 뱅크에 인수돼서 3년 그리고 다시 이번에 현대차의 손에 오게 된, 불행인지 행운인지 큰 손만 거친 회사죠. 저는 닮은 지 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강아지를 닮은 ‘스팟'이라는 4족 보행 로봇을 수 천 만 원에 시판한다고 해서 화제가 한 번 되기도 했죠. 사람이 가거나 기계가 들어갈 수 없는 곳에 가서 다양한 걸 할 수 있는 소형 로봇이죠. 스팟은 애교고요. 이거 말고도 빅 독도 만들고 치타도 만들고 캣도 만들고 하여튼 이름처럼 굉장히 다이나믹한 환경에서도 잘 작동하는 로봇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환경이 로봇에 맞춰주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로봇이 환경에 맞췄다'고 표현하기도 했죠.




구글


구글이 2013년 처음 이 회사를 인수했을 땐 그야말로 로봇과 인공지능에 꽂혀있을 때였습니다. 2013년 한 해만 7개가 넘는 로봇 회사를 인수했거든요. 구글은 워낙 새로운 수익을 얻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면 터무니없어 보이더라도 과감하게 도전하는 회사라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그때도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했었습니다. 큰 틀의 문제는 리더십 교체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늘 대학원생 같던 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과 달리 순다르 피차이와 지금 구글의 2인자이자 CFO인 루스 포랏은 ‘돈 되는 사업에 올인하는' 성향이 강했거든요. 뭐 그만큼 경쟁과 규제가 심해지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겠지만요. 당장 돈이 안되는 걸 탐구하는 문샷 프로젝트도 크게 위축됩니다. 구글 입장에서 로봇은 여전히 중요한 분야였지만 디지털 정보 그러니까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쪽이 더 매력 있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을 거고요.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들은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는 로봇인 건 분명했지만 도대체 구글에 어떻게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지 불분명했고요. 인수를 주도했던  ‘로봇맨'  앤디 루빈까지 회사를 떠나면서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어버렸고요. 앞으로 당장 돈도 안될 것 같은데 로봇 사업부 재편하려고 해도 싫다니 ‘함께 일하는 데 벽이 있다' 이런 얘기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아틀라스 영상을 보고서는 ‘무섭다' ‘착잡하다' 혹평이 쏟아져 나오죠. 뭐 이렇게 되면 갈 때까지 간 거죠. 오죽하면 구글 홍보 담당 이사가 대놓고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구글의 비전에는 부합하지 않는 회사"라고 얘기하면서 시장에 내놓습니다. 


소프트뱅크


이걸 1억 달러 약 1092억 원을 내고 인수한 회사가 로봇을 사랑하시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선생님이었습니다. 인수하면서 뭐라고 하셨냐면 “인간의 능력만으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많다”면서 “스마트 로봇공학은 다음 단계의 정보혁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것이며,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첨단 다이내믹 로봇의 확실한 기술 리더”라면서 보스턴 다이내믹스하고 세트로 일본에선 샤프트까지 같이 인수를 하십니다. 


소프트뱅크는 2012년 알데바란 로보틱스를 프랑스에서 1억 달러 주고 인수, 2017년엔 보스턴 다이나믹스 1억 달러 주고 인수, 중국 클라우드 마인즈, 코로나 시국인 올해에 조차 베어 로보틱스, 버크셔 그레이 같은 곳에 투자를 하는 등 투자는 이어가고 있는데...이 곳의 문제는 투자를 계속하면서 의지는 모이고 있는데 실적이 실망스럽다는 것입니다. 2018년 투자한 줌은 아예 사업 방향도 로봇에서 배송, 패키지 쪽으로 틀고 마스크까지 만들고 있다고 하고요. 알데바란 로보틱스가 만든 세계 최초의 감정 인식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도 지지부진하고요. 클라우드 마인즈는 2018년 기준 순손실이 1710억 원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도 스팟을 팔기 시작했는데 경쟁사들도 가세한데다 비싸서인지 생각만큼 잘 팔리지도 않았고요. 소프트뱅크가 4월에서 6월 사이 120억 달러 순이익을 남기긴 했지만 그 직전 분기에는 14조 원 정도 손실이 났었거든요. 투자 손실이 컸고요. 다시 흑자로 돌아섰는데도 “계속 위기 모드로 가겠다”고 하실 정도로 좀 지치신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리 장기적 비전을 중요시 한다지만 그러다보니 언제 돈이 나올지 모르는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또다시 처분 대상이 된 거 아닌가 싶습니다.



자 이렇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전주인(?)들을 살펴봤는데요. 여기까지를 정리해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구글과 소프트뱅크가 공통적으로 했던 말이 ‘수익이 안난다' ‘하드웨어라는 게 상당히 하드하더라'는 말이었는데 현대차가 이걸 인수한다는 게 결국 리스크가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전 들더라고요. 물론 기회도 있겠지만요. 그래서 기회와 리스크 요인을 좀 고민해봤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도요타를 데려와보려고 하는데요. 사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소프트뱅크의 손에 들어가기 전에 시장에 나오자 제일 먼저 인수 물망에 올랐던 게 ‘도요타'와 ‘아마존'이었습니다. 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이었죠. 도요타는 2015년 당시 판매량 기준 세계 1위의 회사였고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로봇에 굉장히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많은 회사입니다. 도요타가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리스크를 봤는지를 살펴보면 현대차의 미래를 내다보는데도 좀 도움이 될 것 같은데요.


로봇은 성장산업

첫 번째, 그 때나 지금이나 로봇이 미래 성장산업이라는 것입니다. 장기적인 수익 가능성을 본다면 분명 로봇 R&D는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는 영역입니다. 실제로 현대차는 친절하게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가 2017년 약 26조 규모에서 연평균 22% 씩 성장해 올해 48조까지 성장했고 2025년까진 193조가 될거라는 자료까지 제시했습니다. 2019년 5월 이미 리얼타임 로보틱스에 17억을 투자한데다 미래 현대차의 20%는 로봇 회사라고 할 만큼 사장님이 로봇에 관심이 많으신 점은 도요타가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연구법인 세우고 5년간 1조를 로봇과 인공지능에 쓰겠다고 하셨던 거랑 오버랩되기도 하는데요. 로봇 기술은 기계, 전자, 재료 등 각종 분야 최신 기술이 접목되어 있는 영역입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기술은 수십 년 동안 검증을 거친 아주 신뢰성 있는 기술이고요. 결국 로봇은 미래 자동차에 적용될 기술의 테스트 베드가 될 수 있다는 얘깁니다. 여기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빅도그 같은 친구들은 자갈밭에서, 심지어 사람이 차도 이동하는데 무인자동차가 이 기술을 그대로 흡수하면 로봇이 운전 가능한 시대가 오겠죠. 도요타도 이런 점이 탐났을 거고요. 현대차도 라스트 마일 모빌리티로의 발전 가능성이나 현대 글로비스의 물류, 로보택시 추진 등등 서비스 영역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술을 놓고 마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겁니다. 


위험 분산 가능성 

위험 분산의 가능성도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미 막대한 돈을 들여서 모빌리티, 자율 주행, 인공지능, 나는 택시까지 투자를 해왔거든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미 설립된 지 30년이 넘고 구글, 소프트뱅크까지 거치면서 어느 정도 기술을 현실화해 온 곳이라는 점에서 1조라는 가격에 그 노하우와 투자한 시간과 돈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현대차는 앞으로 2025년까지 60조를 더 쓴다고 했는데 아무리 돈이 많아도 60조는 좀 쫄릴 것 같지 않나요. 든든한 포트폴리오 하나로 위험을 분산하는 효과도 있죠. 이미 가지고 있는 현대 로보틱스와 시너지도 날 수 있고요. 현대 로보틱스의 로봇 기술에 강한 원동력이 되어 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 도요타의 TRI도 비슷한 처지였죠. 


그렇다면 그 땐 왜 못했나? 


자 그렇다면 도요타는 왜 못했을까요? 도요타가 하지 못한 이유가 결국 현대차의 리스크이기도 합니다. 먼저 막대한 인수비용입니다. 당장 이번 인수 금액은 1조에 달합니다. 손 선생님은 1000억 달러에 사온 걸 1조라는 금액에 사왔죠. 아무리 현대가 한 해 3조씩 버는 회사라지만 이미 여기저기 투자하느라 돈을 많이 쓰고 있는 상황에서 1조라는 금액은 부담이 안된다면 거짓말이겠죠? 


여기에 이미 돈을 벌고 있는 회사라면 몇 년 벌면 뽑을 수 있겠다 생각하겠지만 아시다시피 구글과 소프트뱅크도 포기한 이유가 돈을 못번다는 점이니 장기적으론 상당한 잠재력이 있는 건 알겠는데 당장은 인수한다 해도 추가 투자금 투입에 적자만 날 가능성이 큽니다. 이 점이 아마 정의선 회장님이 사비로 2400억을 낸 배경이었을 것 같아요. 이런 리스크를 감안한 CEO 차원에서의 결단이라는 증거죠.


또 하나 당장 나오는 얘기가 현대차 노조는 이제 큰일 났다, 가뜩이나 전기차는 공정도 내연기관보다 간단하다는데 이제 로봇이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아가게 생겼다는 부정적인 여론이죠. 이것도 사실 기업으로서는 굉장히 부담스러운 노이즈입니다. 


당시 도요타는 무인, 자율 주행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서 로봇이 과연 도움이 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현대차는 오히려 더 심하죠. 할 게 더 많거든요. 50%는 차고 30%는 항공이라고 했으니 나머지 80%도 중요한데 그동안 하던 내연기관차 개발에, 무인 항공기에 전기차에, 수소차에 수소 밸류체인에, 우주 산업까지...거기다 투자해놓은 회사도 엄청나게 많고요. 만일 저라면  머리 복잡해서 관리를 더 못하겠다 이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또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구글과는 조직 갈등이 있었고 소프트뱅크와도 엄청 잘 맞았으면 굳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매각하진 않았을 것 같은데...조화롭게 현대차의 일원으로 만들 수 있을 지도 아직은 미지수고요. 아무리 현대차가 다양한 것을 시도한다고 해도 현대차의 본질은 '자동차'라는 것을 생각하면 좀 무리가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정의선 회장의 빅 픽쳐는?


마지막으로 꼭 여러분과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것, 도대체 정의선 회장님의 빅픽쳐는 무엇일까요? 다 아시죠? 공시지가 2조 원 대, 감정가도 3조 3000억이었던 한전 부지를 10조에 낙찰받은 거. 땅 샀다고 욕먹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전기차 회사 리막, 그랩에 투자하더니 2조 투자해서 앱티브랑 자율 주행 합작사 만들고...이제 보스턴 다이나믹스 인수까지...뭔가 아예 난 신경영 할거야! 느낌이 강하죠. 


15일 발표된 현대차 그룹 사장단 인사만 봐도 신경영의 느낌이 많이 나네요. 일단 현대차 대표이사가 바뀌었고요. UAM 사업 총괄하는 나사 출신 신재원 부사장이 사장이 됐고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 담당했던 이규오 전무는 부사장으로 승진했어요. 현대 로보틱스랩 현동진 실장도 임원이 됐고요. 미래 신기술 쪽에 힘을 많이 실어준 인사라는 평입니다.이렇게 신경영 체제에 들어서면서 우리는 소뱅이나 구글 같은 거대 기업에서 가지고 있었던 기업을 인수할 만큼 인류를 놀라게 할 수 있는 기업이다는 선전포고 같기도 하고요. 같은 맥락에서 현대차는 인류를 선도하는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로봇 선도 자동차회사다 뭐 이런 걸 전세계에 알리려는 목적 같기도 합니다. ㅎㅎ 워낙 미래없이는 주가도 반응하지 않는 그런 세상이니까 말이죠^^




현대차는 지금껏 여러 위기를 아주 잘 극복하는 위기에 강한 회사였습니다. 말씀드렸듯 기아차 인수도 ‘신의 한 수'였다는 평가를 받았고 2008년 금융위기도 성공적으로 극복했습니다. 선진국 시장 침체를 중국 같은 신흥시장이 메워줬기 줬기 때문이죠. 지금은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2011년만 해도 ‘차,화,정'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주가가 잘나가기도 했습니다. 자동차 시장의 격변 속에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치며 경기도 어려운 지금, 이 위기 속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라는 로봇 회사를 안은 현대차는 성공적으로 미래의 패스트 무버로 도약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보스턴 다이내믹스 또 3~4년 후에 다른 회사에 팔릴려나요? 지켜봐야 할 문제겠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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