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버는 족족 다 투자해서 물류센터 짓고 로켓배송으로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면서 했던 말, ‘우리의 롤 모델은 아마존이다’ 였습니다. 실제 아마존은 이른바 롱테일 전략으로 쇼핑은 물론 결제, 물류, 클라우드 컴퓨팅, 콘텐츠까지 다방면으로 거대 생태계를 구축해 한번 사용한 사용자들을 ‘락인’, 못나가게 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죠. 쿠팡이 이거 한다 저거 한다 워낙 말들이 많아서 정리해봤더니 쿠팡의 신사업 진출은 더욱 더 과감해지고 있습니다. 이제 중고차에 OTT까지 진출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이쯤에서 다시 한 번 정리해보는 쿠팡의 끝없는 질주,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고 리스크는 없을까요?
로켓 배송 / 쇼핑
쿠팡이 어떻게 쇼핑을 확 키웠는지는 제가 예전에도 한 번 짚어드린 적이 있는데요. 10년 전인 2010년 창업한 쿠팡은 이전 팬데믹인 메르스 때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몰리면서 한 번 규모를 키우고 주문한 상품은 24시간 내에 가져다 준다는 ‘로켓배송’으로 사세를 엄청나게 키웠습니다. 코로나가 글로벌을 휩쓴 2020년에는 신선식품 배달 서비스인 로켓프레쉬로 일평균 300만 물량을 배달하는 기록도 세우며 한 단계 더 규모를 키웠습니다. 요즘엔 로켓와우 그러니까 멤버십 서비스 무료 체험을 제가 하고 있는데요. ‘하나만 사도 무료 배송’전날 밤 주문하면 새벽에 와있고 낮에 주문한 것도 저녁에 와있고..정말 말 그대로 로켓 배송이라 너무 편하더라고요. 이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물건을 대량으로 사입해서 자체 물류창고에 보관하다가 자체 배송기사가 배송을 해주는 시스템을 만들기 윈한 엄청난 ‘투자’였죠. 다시 말해 ‘빚’을 지며 사업을 해왔고 또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죽하면 이번에 또 뉴스가 났죠. 1000억을 투자해 제천에 첨단물류센터를 건립한다고요. 올해 짓겠다고 한 물류센터만 벌써 5개입니다. 우리나라에만 투자를 해온 건 아니에요. 쿠팡은 2017년 로켓직구 서비스를 런칭해서 미국에서 소싱한 상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해왔는데요. 현지 캘리포니아에 쿠팡글로벌LLC법인을 통해 물류창고를 확보했죠. 이번에는 중국 현지에 쿠팡상해무역유한회사를 설립해서 마찬가지로 중국 상품을 국내 온라인쇼핑처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고 합니다.
풀필먼트
대한민국 온라인 쇼핑 배송의 속도와 질을 한단계 올려놓은 쿠팡이지만 단순히 그냥 ‘빠른 배달’ 만을 위해 엄청난 물류 투자를 해온 건 아닙니다. 쿠팡은 쿠팡풀필먼트서비스라는 자회사를 만들어 창고, 재고 관리, 배송 등 물류 전 과정을 물류업체가 담당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다른 회사로까지 확장하기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또 다른 쿠팡의 물류자회사 쿠팡로지스틱스는 로켓배송 폭주에 우리꺼나 잘하자고 자진반납했던 ‘화물자동차 운송사업자 신청서’를 1년 만에 다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그 와중에 ‘로켓제휴’라는 판매프로그램을 통해 오픈마켓 입점 판매자의 상품을 보관부터 배송까지 한 번에 제공하는 ‘오픈마켓’도 본격 뛰어들었고요.결국 이렇게 빚까지 지어가며 공격적 확장을 해온 이유는 로켓배송 인프라로 일반 고객들을 싹 끌어온 다음 여력이 생기면 이 인프라를 다른 회사나 판매자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다는 ‘셈’이었던 건 너무 쉬운 짐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데 쇼핑과 오픈마켓, 풀필먼트와 택배 같은 뻔한 것 말고 쿠팡이 손을 뻗친 분야가 또 있습니다.
배달/모빌리티
바로 배달과 모빌리티 분야입니다. 우선 배달사업은 요즘 한서희씨가 나와서 선전하는 그 ‘쿠팡이츠’입니다. 배달의 민족과 비슷한 컨셉이라고 보시면 되는데요. 아니 배달의 민족이 시장을 꽉 잡고 있는데 엄청나게 더 빨리 배달하거나, 아니면 가격이 싸거나 해야 쿠팡이츠로 옮길 유인이 있을텐데 괜찮을까? 싶죠. 배달 방법을 바꿨더라고요. 배달의 민족은 배달 대행 업체에서 내 배달 말고도 다른 배달을 같이 소화하느라 40~50분은 기본으로 걸리는데 쿠팡이츠는 나만을 위해 배달을 하는 컨셉이라 훨씬 빨라요. 저는 이거 어떻게 돌아가는건가 궁금해서 직접 배달 아르바이트도 해봤는데요. 제가 직접 받으러 가서 가져다 드리는데 20분이면 되더라고요. 시켜먹을 때도 쿠폰도 많이 주고 배달비도 더 저렴해서 저는 요즘 쿠팡이츠로 바꿨습니다. 저같은 사람들을 공략한 쿠팡이츠, 2019년 4월 시작해 어느덧 배달통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안착했죠.
(중고차까지...)
그런데 이 쿠팡이츠 쓰다 보면요. 제 위치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또 배달 가는 주소 위치까지 내비게이션 기능도 있거든요. 이 주소, 지도 데이터 하나하나가 기업 입장에선 재산이라서 나중엔 이게 사람 대신 자율주행차가 대신할 수도 있거든요. 우버도 우버이츠로 배달 앱을 하고 있는데 지난 3분기 순수익이 전년 대비 190%나 늘어난 저력을 보여줬거든요. 또 다른 배달 앱 포스트 메이츠를 인수하기도 했고요. 그런 와중에 모빌리티도 고려했는지 2018년 전기자전거 공유 서비스 업체 점프를 인수했고 코로나 와중에도 라임을 인수하기도 했죠. 전동 킥보드부터 전기자전거, 자동차까지 뭔가 이걸 모아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시 쿠팡으로 돌아와보면 더 또렷해지죠. 결국 쿠팡의 로켓 배송이나 쿠팡이츠 배달이나 결국 모빌리티가 연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이야 쿠팡맨이 배송하지만 나중에 물량이 너무 많아지면 그 땐 자율주행 차나 드론이 할 수도 있는 일이거든요. 어쩌면 쿠팡이 이미 배달의 민족이 90% 넘게 장악한 배달 시장에 엄청난 돈을 또 써가며 진출한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 9월 쿠팡은 특허청에 ‘쿠릉’이라는 사용권을 출원하며 중고차 사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습니다. 그냥 중고차 사고 팔려는 것도 있겠지만 배달과 빅데이터, 그리고 모빌리티로 이어지는 쿠팡의 큰 그림을 언뜻 엿볼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결제
이 모든 걸 하는데 빼놓을 수 없는 게 ‘결제’입니다. 아마 쿠팡 쓰시는 분들은 쓰고 계실지 모르는 쿠팡 페이, 쿠페이죠. 여기에 돈을 넣어놓으니 적립을 너무 많이 해줘서 저도 카드에서 쿠페이로 이미 넘어갔습니다. 이미 이런 자체 결제 시스템을 일찌감치 갖춘 쿠팡은 올 초에 쿠팡 페이를 분사했습니다. 삼성페이처럼 오프라인에서도 쓰고 여기저기 쓸 수 없고 쿠팡에서만 쓸 수 있지만 국민 다섯 명 중 한 명이 쓰는 가입자 수 1000만 명 공룡 앱이 된 쿠팡 입장에선 막강한 가입자를 바탕으로 간편결제를 넘어 간편송금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핀테크 플랫폼을 충분히 넘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새로 부임한 경인태 대표가 ‘간편 결제를 넘어 고객을 위한 종합 핀테크 플랫폼’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스트리밍
마지막, 이렇게 많은 소비자들을 락인하는 하나의 카드, 아마존도 아마존 프라임을 통해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쿠팡이 설마?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요. 지난 7월 동남아 OTT 서비스 업체인 훅을 인수하더니 2020년 10월 사업목적에 ‘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업’과 ‘기타부가통신서비스’를 추가했습니다. 쿠팡 스트리밍, 쿠팡 플레이, 쿠팡 오리지널, 쿠팡 티비, 쿠팡 플러스, 쿠팡 비디오, 쿠팡 라이브 등 OTT 상표권을 출원했고요. SK증권은 "OTT 서비스 제공 추가로 쿠팡이 인터넷 플랫폼으로 가는 전철을 밟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고 유진투자증권은 "국내 이커머스 쇼핑 사업만 하는 쿠팡 입장에선 아마존이나 네이버에 비해 락인이 어려워 콘텐츠 서비스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쇼핑에도 연계가 가능하죠. 네이버 쇼핑이 요즘 라이브 커머스 하잖아요. 그거와 마찬가지로 라이브 쇼핑에 진출할 수도 있고요. OTT 시장 규모는 2024년 박스오피스 시장 규모의 2배가 될 걸로 보이고요. 2023년까지 OTT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급속 성장할걸로 전망되는데요. 플랫폼으로 사용자 많이 모은 네이버도 쇼핑에 웹툰, 오디오 콘텐츠 멤버십 서비스 하고 있죠~카카오도 카카오톡 활용해서 콘텐츠 사업하고 있는 걸 보고 있자면 쿠팡도 1000만 명 넘는 고객을 가진 쇼핑 플랫폼인데 이걸 통해 하나의 신사업을 개척해보자는 심산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살펴보니 ‘아마존’이 롤 모델이라는 쿠팡이 정말 생각에서만 그치는 게 아니라 아마존의 전철을 밟고 있는게 아닌가 생각도 드는데, 리스크는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우선 이렇게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위메프만 봐도 사업 부진으로 벌여놓았던 8개 브랜드를 통폐합하는 아픔을 겪고 있거든요. 물론 쿠팡은 ‘쇼핑’이라는 핵심 역량을 갖고 있긴 하지만요. 네이버가 대한통운과 지분 교환하면서 바싹 따라잡고 있고 신세계나 롯데 같은 대기업들도 돈을 쏟아부어 따라오고 있기 때문에 신사업이 리스크가 될 여지도 있죠. OTT 도 이제 넷플릭스 뿐 아니라 아마존프라임에 디즈니플러스까지 진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경쟁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자금도 문제입니다. 쿠팡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약 3조5000억원을 투자받았는데요. 2~3달에 걸쳐 투자액을 나눠 지급받고 있는데 현재 쿠팡의 적자 규모를 감안할 때 가용자금이 올해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지난 1월 나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보도가 난 이후 미국 뉴욕에서 이미 IPO 전 기관 투자자들을 상대로 실시하는 로드쇼도 진행한 이유도 아마 추가 자금 조달을 위해서라는 관측인데요. 과연 성공적으로 상장할 수 있을 지도 아직까지는 의문인 상황입니다.
법률 리스크도 있습니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고 네이버나 구글, 아마존이 정부 규제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 지 바짝 긴장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여기에 최근 코로나 이슈에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하고 숨진 직원이 야간 노동을 하다 안타까운 일을 당했는데 WHO가 ‘발암물질’로까지 규정한 ‘야간노동’이다 보니 고용자들의 인권 문제까지도 도마에 올라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 공정위에서 ‘쿠팡이 실질 수수료 수수료 올렸다’ 이런 보고서가 나왔거든요~언론들도 쿠팡이 덩치가 커지니 쿠팡이 수수료를 유리하게 책정하고 있다 뭐 이런식을 보도를 하기도 했고요. 이런 리스크 또한 잘 관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쿠팡이 롤모델로 삼았던 아마존이 11번가를 통해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아마존에서 직구를 하고 계신 상황에서 국내 인터넷 쇼핑 업계 판도는 또 한 번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데요. 반면 이미 포화상태인 이커머스 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로 충성고객을 확보해 온 쿠팡, 롤모델 아마존도 정착하지 못하게 한국 시장의 아마존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한국판 아마존 쿠팡의 성공신화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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