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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지은 Feb 03. 2021

블랙홀의 출구, 웜홀은 진짜로 존재할까?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함께 읽기 3편]



매일 아침 태양빛에 눈을 뜨는 인간은 해질녘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며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오랜 시간 태양은 우리 인생의 중요한 지표가 되어 왔죠. 가끔 실눈을 뜨고 바라보는 태양 그리고 그 주위의 눈부신 밝음을 느낄 때면 약 1억 5000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빛도 이럴 진데 가까이서 보면 어떨까를 상상해보게 됩니다. 물론 쉽게 상상하기 힘들지만요. 


우리가 가시광선을 통해 볼 수 있는 태양의 온도는 6000도에 달합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태양 깊숙한 내부의 온도는 무려 1570만 도에 이른다고 해요. 우리 우주에서 가장 흔한 물질, 우주 어디를 보든 존재하는 물질의 99%는 수소와 헬륨인데요. 


태양은 우주에서 제일 흔한 물질로 이뤄져 있습니다. 태양 질량의 75%가 수소고 나머지 25%는 헬륨이죠. 이렇게 뜨거운 조건에서는 수소와 헬륨이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죠. 중심핵에서 초당 4억 톤의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이른바 수소핵융합반응이 일어나는거죠. 매 초당 10의 17승 톤의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는 것과 비슷한 에너지라고 하니 그 폭발력이 얼마나 큰 지 미뤄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그리고 이 결과로 빛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태양은 한 때 옛 과학자들이 생각했던 것처럼 붉게 달궈진 돌이 아니라 사실상 수소와 헬륨으로 이뤄진 고온의 뜨거운 기체 덩어리인 셈입니다. 태양 뿐 아니라 별 하나하나가 빛을 낼 수 있는 것은 그 별 내부에서 핵융합 반응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태양 내부에서 진행되는 수소의 헬륨으로의 변환은 우리 눈이 감지할 수 있는 가시광선의 광자만 만들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훨씬 더 신비롭고 유령 같은 존재인 중성미자도 만들어내죠. 중성미자는 광자와 마찬가지로 질량이 없고 빛의 속도로 움직입니다. 지구나 태양을 구성하는 물질에 거의 흡수되지 않은 책 자유롭게 관통할 수 있죠. 대낮에 태양을 1초만 바라봐도 총 10억 개의 주성미자가 우리 눈을 통과한다고 해요. 망막에도 걸리지 않고 시신경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채 머리 뒤로 그냥 빠져나갈 뿐이고요.


문제는 수소 핵융합 반응이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태양이건 별이건 간에 핵융합 반응이 일어날 수 있는 지역은 고온 고압의 중심부이고요. 그 안에 핵반응의 연료로 쓸 수 있는 수소가 얼마나 있느냐가 문제가 되죠. 별의 운명과 별의 최후는 결국 그 별이 얼마나 큰 질량을 갖고 태어 났느냐에 따라 결정이 되죠. 앞으로 50억에서 60억 년이 지나면 태양의 중앙부에 있던 수소도 모두 헬륨으로 변해버립니다. 


태양은 핵융합 반응에 쓸 수소가 떨어지는 순간 수소가  있는 바깥쪽으로 핵융합 반응 영역을 확장합니다. 태양 자체의 중력으로 중심핵은 수축을 지속하게 되고요. 결국 타다 남은 재에 불과한 헬륨을 태워서 추가 에너지를 얻던 태양은 외부는 급격히 팽창하고 온도는 하강하는 ‘적색 거성’이 되죠. 지금으로부터 수십억 년 후 어느날 지구는 적색 거성이 된 태양의 대기층이 서서히 흩어져 오며 수성과 금성을 넘어 지구까지 집어삼키려 다가오는 현실에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인류가 지구를 멸망시키지 않는다고 해도 언젠가 지구는 지구의 어머니 태양에 의해 멸망하게 되는 것이죠. 화성이나 유로파, 타이탄으로 골라 지구를 버리고 그 곳으로 떠나지 않는 한 인류가 지구에서 살 길은 없을 겁니다.


헬륨도 다 떨어져 핵융합 반응을 멈추게 되는 태양은 팽창과 수축을 느리게 반복하다가 자신의 대기층을 우주 공간으로 내뱉어 버립니다. 뜨거운 내부가 노출된 태양은 멀리 떨어져 나간 수소 기체에 강력한 자외선을 퍼붓죠. 태양이 가졌던 초기 질량의 거의 반이 성간 공간에 흩어집니다. 태양의 유령에서 만들어지는 보라색 계통의 빛이 태양계를 가득 채우게 되죠. 이걸 행성상 성운이라고 부릅니다. 생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선 별의 모습이죠. 



여기서 궁금해집니다. 별이 죽으면 블랙홀이 되는 거 아니냐고요? 


태양은 블랙홀이 되기에는 너무 가볍습니다. 


태양 규모의 별들은 적색 거성의 단계를 거치면 백색 왜성으로 자신의 일생을 마감합니다. 질량이 태양의 2배 정도 되면 초신성 폭발을 거쳐 중성자별로 남고요. 이보다 훨씬 더 큰 별은 블랙홀이 됩니다. 태양의 스무 배 질량을 가진 별이 미국 LA 크기만큼 크기로 수축하면 중력이 10의 10승 그램으로 증가하면서 자신이 만들어 놓은 시공간 틈으로 빠져 들어가 우주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하네요.영화 속 단골 소재인 블랙홀은 대부분 알고 계시겠지만요. 중력이 아주 강력해 빛조차 벗어날 수 없는 천체를 우리는 블랙홀이라고 하죠. 빛도 갇혀 있는 블랙홀 내부는 아마 엄청나게 밝겠죠? 블랙홀의 바깥에서는 블랙홀을 볼 수 없어도 블랙홀이 미치는 중력의 영향은 감지할 수 있습니다. 1971년 백조자리에서 초당 1000번 씩 깜빡거리는 밝은 엑스선원을 하나 발견한 지구인들은 백조자리 X-1이라고 이름을 붙였죠. 커봐야 300킬로미터를 넘을 수 없는 소행성 규모의 천체가 성간을 통과한 다음에도 관측이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엑스선을 방출한다는 건 결국 태양 10배 질량의 블랙홀이라는 뜻이었죠. 인류가 발견한 최초의 블랙홀이었습니다. 천체물리학자 킵손과 스티븐 호킹은 이걸 두고 내기를 했다고 해요. 킵 손은 블랙홀이다, 호킹은 아니다에 걸었는데, 블랙홀 발견으로 킵 손이 승리했죠. 



우리 근처에는 없는 것 같지만 분명히 존재한다고 밝혀진 블랙홀. 칼 세이건은 블랙홀은 공간에 패인 바닥 없는 보조개라고 비유했습니다. 만일 그 보조개에 빠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스스로 돌고 있는 블랙홀로 빠져들어가 만일 우리의 몸이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는 또 다른 시공간의 점으로 출연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벌레가 사과에서 과육을 갉아먹고 나방이 돼서 빠져 나가면 사과에 벌레의 입구와 출구를 연결하는 터널이 뚫리는 것처럼요. 이 벌레 구멍을 웜홀이라고 하죠. 이게 있다면 블랙홀은 우주의 아득한 과거, 또는 먼 미래로 우리를 데려가는 타임머신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지 모릅니다. 지구로부터 50억 광년 떨어진 어느 별을 정공법으로 가진 힘들지만요. 이 웜홀을 통해 가면 어쩌면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을테니까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바로 이 웜홀을 통해 다른 행성으로의 시공간 여행을 했죠. 


칼 세이건은 은하라는 미지의 대륙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예상 밖의 구성원들이 아직 가득하다고 말합니다. 새로이 태어나는 별, 적색 거성들의 팽창, 죽어가는 별 백색 왜성, 태양의 미래일 행성상 성운, 중성자별, 그리고 블랙홀까지요. 


어쩌면 웜홀도 진짜로 존재하지 않을까요? 



‘웜홀’의 존재 가능성이 논의된다는 사실 자체가 우주가 얼마나 ‘초현실적’인 곳인지 느끼게 해주는 것 같긴 하지만요. 현재까지의 이론에 따르면 블랙홀로 들어가면 모든 물질이 산산이 분해돼 시간 여행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웜홀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증명된 적이 없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현상들과 실체들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우주, 우리 은하에는 상상의 품 안에 담기 어려운 그 무엇들이 우리의 탐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제 우주 탐사의 발걸음을 막 뗀 인류는 ‘웜홀’을 찾아낼 수 있을까요? 여러분은 웜홀의 존재할 거라고 믿으시나요? 의견을 댓글로 많이 남겨주시길 바랄게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함께 읽기 3편 블랙홀의 출구, 웜홀은 진짜로 존재할까? 와 함께 했습니다. 저는 마지막 4편에서 다시 인사드릴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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