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함께 읽기 2편]
수성과 금성, 지구 그리고 화성은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고 밀도는 높고 표면은 고체로 이뤄진 ‘지구형 행성’이죠. 화성을 넘어서면 목성형 행성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기체로 구성되어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고, 아름다운 고리를 가지고 있죠. 칼 세이건은 목성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라는 소제목을 달았네요. 여기서 여행자는 ‘보이저 호’입니다.
1977년 미국은 태양계 외부 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둘이 똑같이 생긴 쌍둥이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를 발사합니다. 지구와 달을 등지고 태양 반대편의 미지의 세계를 항해하기 시작한 보이저 호는 바위 덩어리들 가득한 소행성대를 지나 목성으로 향합니다. 지구를 떠난 지 600여 일이 지난 보이저 호. 엄청나게 크고 지표면과 대기의 경계가 없는 가스 덩어리 행성 목성에 접근합니다. 지구와 같은 행성이 1000개는 넘게 들어갈 거대한 행성 목성은 암석 성분의 위성 이오와 유로파, 그리고 얼음과 바위의 중간 정도 밀도를 가진 가니메데와 칼리스토를 포함해 79개의 위성을 갖고 있습니다. 보이저 호와 만나기 전까진 늘 유난히 반짝거리는 별 하나였을 태양계 저 먼 곳 목성은 이렇게 우리에게 자신의 민낯을 드러 냈습니다. 보이저 1호와 2호가 보내 준 목성과 그 위성들의 사진은 3만 장을 훌쩍 넘겼으니까요.
목성은 별이 되려다 실패한 비운의 천체입니다. 목성이 별이었다면 지금 목성이 태양으로부터 받는 빛의 거의 두 배 이상을 목성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었을 겁니다. 재밌는 건 가시광선을 방출하지 않을 뿐이지 지금도 적외선 대역에서는 항성이라고 취급해도 무리 없을만한 빛을 방출한다고 해요.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는 행성이기도 합니다. 목성 내부의 압력은 지구 표면 대기압의 300만 배나 됩니다.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금속성의 액체 수소 덕분이죠. 목성 내부는 금속성의 액체 수소가 바다를 이루고 있을 겁니다. 금속성 액체에 흐르고 있을 걸로 예상되는 전류가 자기장과 목성 주변의 복사 벨트를 형성합니다. 지구의 자기장은 우주로부터 지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목성의 자기장에는 붙잡힌 고에너지들이 너무나 많아서 목성 근처를 지나는 무인탐사선들에게는 큰 위협이 되기도 합니다. 목성은 그 아름다운 외관과는 달리 초속 수백미터 이상의 태풍이 불고 끊임없는 번개가 치는 곳, 사람이 견디기 힘든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피폭되는 것이 일상인 불모지죠.
목성의 위성들도 흥미로운 존재들입니다. 칼 세이건은 그중에서도 목성의 ‘이오’에 흠뻑 빠졌었다고 해요. 이오는 화성보다도 더 붉다고 알려졌는데요. 태양계에서 가장 붉은 천체로 지목되고 있다네요. 대기가 없는 이오이지만 활화산이 솟아오르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하죠. 이오는 에너지가 너무 강해서 우주공간으로 입자를 분출해 목성 자기장과 복잡하게 상호작용하기도 합니다. 또 하나의 위성인 유로파는 오늘날까지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목성의 위성입니다. 얼마 전에는 유로파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을 수 분 만에 채울 수 있는 양의 물, 그러니까 초당 2360킬로그램의 물을 내뿜는 걸 확인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신비의 위성입니다.
자 이제 보이저는 토성을 지납니다. 토성은 목성보다 약간 작다는 점을 빼면 목성과 비슷하죠. 아름다운 고리로 유명하고요. 17세기 갈릴레이 갈릴레오가 토성을 관측하며 제일 먼저 발견했던 토성의 고리도 이 때 실제로 관측하게 됩니다. 토성의 고리는 지구가 7개나 들어갈 정도로 아주 크죠. 토성의 고리를 구성하는 입자들을 알아보기 위해선 아주 가까이 접근해야만 했습니다. 토성의 고리는 눈덩이나 얼음 조각 같은 축소판 빙산이 공중에 떠서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의 집합이라는 점을 이 때 알게 됩니다. 토성은 그 위성 ‘타이탄’으로 더 주목을 받았습니다. 태양계 안에 있는 위성들 중에서 가장 거대한 존재인데다 상당 수준의 대기를 실제로 보유한 유일한 위성이었죠.
보이저 1호와 2호는 토성 탐사를 마치고 각자 갈길을 가게 됩니다. 스윙바이라는 항법으로 보이저 2호가 천왕성과 해왕성을 탐사하기로 했기 때문이죠. 행성의 강한 중력에 몸을 맡기고 움직이다 보면 행성의 운동에너지를 얻어 가속할 수 있죠. 그랜드 투어라고 불리는 이 여정을 따르면 천왕성과 해왕성까지 보다 빨리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태양계 탐사를 마친 보이저 1호와 2호는 이제 태양계 밖을 벗어나 무한의 공간을 향해 미끄러져 나가고 있습니다. 41년 간 297억 7200만 킬로미터를 여행했죠. 태양계 끝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태양풍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성간을 떠도는 양성자와 전자들의 압력이 태양풍의 압력을 능가하는 경계 지대를 넘어 성간우주에 진입했습니다.
17세기 초 유리를 직접 갈아서 천체 망원경 제작에 필요한 렌즈를 만들기 좋아했고 화성 표면 특징을 지도로 남겼을 뿐 아니라 토성이 여러 겹의 고리로 둘러싸여 있다는 사실, 그리고 토성의 위성 타이탄을 발견한 네덜란드 과학자 크리스티안 하위헌스는 1690년 경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해요.
지루한 지구에서부터 한참 높이 올라가서 지구를 내려다보면 대자연이 과연 한 점 먼지에 불과한 이 지구에 자신의 아름다움과 온갖 가치를 다 퍼부어 놓았는지 가늠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고공에서 지구를 내려다볼 수만 있다면 집을 따라 먼 나라로 여행하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집안 구석에서 이루어진 일들의 잘잘못을 더 잘 판단할 수 있을 것이며, 더 공정하고 올바른 평가를 내려서 결국은 모든 것들에 합당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지구만큼이나 사람들이 잘 살고 있고 잘 꾸며진 세계가 한둘이 아니라 여럿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이 세상 사람들이 위대하다 일컫는 것들에 찬미를 보내지 아니하게 되고, 또 일반 사람들이 정성을 쏟아 추구하는 자질구레한 것들을 오히려 하찮게 여기게 될 것이다!
그의 말이 맞았습니다. 1990년 2월, 보이저 1호가 찍은 사진 한 장 속 지구를 칼 세이건은 ‘창백하고 푸른 점’이라고 불렀습니다. 지구는 정말 작았죠. 칼 세이건은 이런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티끌처럼 작은 점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자만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반성해야 한다고요. 2020년, 전세계를 덮친 팬데믹으로 인간의 교만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시험을 당하고 있는 지금, 별들의 섬에서 벗어나 은하수 은하 중심으로 향하고 있는 보이저라는 여행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편안하고 겸손해지는 것 같네요.
우주를 연구하는 과학자들 뿐 아니라 평범한 문과녀인 저와 이걸 읽고 계신 여러분들을 포함한 우리가 우주를 지켜봐야 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목성과 토성의 이야기까지 들으니 조금은 편안해지셨나요? 여러분들에게 여행자가 들려준 이야기가 어떤 의미로 다가가는 지, 지금 이 순간 ‘코스모스’가 여러분들께 선물하는 감정들이 궁금하네요. 댓글로 여러분들의 생각 많이 남겨주세요.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함께 읽기 2편 우주 여행자의 질문, 우리가 코스모스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와 함께 했습니다. 저는 3편에서 다시 인사드릴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