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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에 힘 빼고 자기소개

면접 보는 사람들을 위한 시

by 메타보이

어깨에 힘 빼고 자기소개

메타보이



습관처럼 책들이 삐져나오지 않게 밀어 넣고

흩어진 카드를 앞뒤 위아래로 맞추는 강박

죽은자들의 권위에 사로잡혀

내 몸과 언어를 매일 검열한다


내 안에 미처 형상도 갖추지 못한 어린것들이

서투른 어부의 그물 사이로 빠져 심해의 바다로 돌아간다


단단히 준비할수록 허탕 치는 일

중요할수록 실수를 거듭 반복하는 사이

외래종이 침식해버린 머릿속 황폐한 어장


나는 그 앞에서 갯벌을 뒤집어쓴 망둑어 한 마리

아직 내 언어를 갖지 못한 바닷가 인어공주


세상은 내 살을 날것으로 떼어 내어놓지 않으면

한 점도 소비해주지 않는 배부른 돼지들의 식당



2020.11.18.



대광해수욕장 야경. 사진 김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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