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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침묵의 온도
빨랫줄에 널린 물고기가 침묵한다
식어버린 맥주가 탄성을 지르지 않는다
종이는 하루 종일 내 앞에서 묵언수행 중이다
11월의 시끄러운 가을 제주는 왜 아무 대답도 없을까
한잔의 붉은 보이차조차
세월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나에게 모두 비스듬히 돌아서서 침묵한다
너의 침묵이란 언어는 몇 도쯤이었을까
채 입술에 닿기 전에 식어버린 침묵에
나는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물고기와 맥주의 동그랗고 뻔한 침묵이
너와 나 사이에는 존재했다
나의 침묵에는 스스로 관대하고
너의 침묵에는 별별 의미와
앞뒤도 맞지 않는 소설을 머릿속에 사각거리는
나의 파렴치한 언어가
우리의 침묵을 영원으로 만들었음을
이제 와서 용서를 구한다 해도
깨져버린 잔을 쓸어 담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