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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나토스와 리비도의 투쟁

죽지 않기 위해 끌어올린 사랑

by 메타보이

타나토스와 리비도의 투쟁

메타보이



학교 앞 육교 위 난간은 유일한 인생교습소

자동차가 내뿜는 죽음의 기회비용에 내내 취해

저 세상을 내려다보며

소년은 온갖 죽음에 다다르는 방법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


물을 주면 곧바로 주르륵 흘러내리는

바짝 마른 화분처럼

우정이나 가족의 사랑 따위는 그에게서 겉돌았다


친구가 깔아뭉개 죽어버린 납작한 병아리의 눈동자가

육교 위 드리워진 낚시 바늘에 걸려 올라올 때

소년의 무면허 짝사랑인 같은 반 소녀의

흰자가 보이지 않는 눈동자가 겹쳐서 떠오르고


생명감각의 끝 무의식의 바닥에서

에로스가 쏘아 올린 단단하고 붉은 사과 한 알이

눈에 비쳤다가 사라졌다


지금도 그 사과 한 알이 유일한 죽음의 탈출구

사과는 때때로 그 소녀로

성공이라는 허울로

돈이라는 욕망으로

악취를 풍기며 쓰레기통에 버려졌다가

향기로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었다를 반복하지만

쉽게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2020.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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