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개입니다
나는 강바닥의 조개입니다
나는 강물을 만들어낼 수 없지만
그 흐름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있습니다
뚜껑을 열어 강 속으로 들어온 빛을 감지하고
물이 요란하게 지나가는 멍멍한소리를 듣고
주위 동물들이 죽고 사는 냄새를 맡습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위협에
뚜껑을 닫고 숨어 들어갈때도 있습니다
영원할 것 같은 그 침묵이
오래된 친구처럼 다가와
불행한 미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친구의 이야기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을거라는것을
나는 알고 있습니다
부패같은 우울이 찾아오기 전에
뚜껑을 열어 다시 세상을 보니
세상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고
나는 여전히 숨 쉬고 있습니다
나는 숨을 쉬라고 한 적이 없는데
뚜껑을 열고 닫고
고요를 들이키고
불안을 내뱉으라고 속삭이는
또다른 내가 있었나 봅니다
오늘도 놀랍도록 완벽히 작동하는
내 속의 나를 바라보면서
해가 뜨고 해가 지듯이
나는 강바닥에 조약돌처럼
고요히 가라앉아
강물이 흘러가는 그 멍멍한 소리를 지켜봅니다
ㅡ 메타보이 2025.10.31.
— 메타보이 작가의 말
이 시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생명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내적 명상의 기록이다.
자율신경계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조종할 수 없는 생명의 흐름이다.
그러나 깊은 주의 속에서 귀 기울이면 그 안에는 분명히 “살고자 하는 의지”,
즉 ‘또다른 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조개’는 그 생명의 상징이다.
자신의 의지로 강물을 만들 수는 없지만, 강물의 흐름을 감지하며 “살아 있음”을 아는 존재이다.
뚜껑을 열고 닫는 일은 호흡의 은유이자 의식의 개폐 즉, 교감과 부교감, 불안과 안정, 빛과 어둠의 왕복이다.
조개는 위협을 느끼면 닫히고, 고요 속에서 다시 열려 세상을 받아들인다.
이 단순한 생리적 움직임 속에 우리 마음의 작동 방식이 그대로 비친다.
우리는 늘 불안과 고요 사이를 오가며 그 사이에서 생명의 신호를 배운다.
마지막 연에서 ‘나는 숨을 쉬라고 한 적이 없는데’라는 깨달음은
의식적 자아의 통제를 넘어서는 깊은 생명(또 다른 나)의 발견이다.
그것은 ‘숨 쉬는 나’가 아니라 ‘나를 숨 쉬게 하는 나’를 만나는 순간이다.
결국 이 시는 조개처럼 몸이라는 껍질 안에서 우주적 호흡을 듣는 명상시이다.
강물은 세계이며, 조개는 우리 자신이다.
그 둘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다.
살아 있는 한, 우리는 이미 완벽히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