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지 못할 거라면 공포를 택해야 하는 것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을수록
앞에서 서서 나아갈수록
아득히 외로워진다
군중 속의 외로움이야 익숙하지만
치열하게 연대했던 사람들로부터
분리되는 기분은 마치
생명줄이 끊어져버린 우주 정거장의 수리공
그들과 똑같은 틀과 높이로 보지 않고
멀리 있는 나만의 이상을 높고 깊게 사유하는
공상가로 분류되는 순간
나뭇가지에 걸린 연이 되고 만다
호모 사케르(homo sacer)**를 보는 듯한 시선들
5월의 광주가 그랬듯
소수자가 된다는 것은
외딴 철창에 갇혀 비명을 지르는 일
매일 구겨진 얼굴이 있는 거울을 보고
그들과 가장 비슷해 보이는
가면을 골라 쓰고 무거운 현관을 열어
몸짓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종일 허리는 굽히지 않고
홀로 날아간다
메타보이 씀.
**호모 사케르
법의 영역에서 쫓겨나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을 뜻하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에 놓여있는 목숨이라는 점에서 '예외 상태'에 놓인 사람과 동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