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라이팅
눈. 기억. 절벽.
눈은 소리를 잡아먹는다
고요함이 생긴다
눈이 천천히 덮어버리는 것은
미천하여 감추고 싶은 나의 기억들
고요하게 모든 것이 일순 사라진다
다시 눈이 녹아내리면 다시 드러날 기억
스캐치북에 다음 페이지를 넘긴 것처럼
아무것도 없어진 것 같지만
아래 세상은 겨울나무뿌리처럼 고요히 존재한다
시간이 흘러 다소 부패한 모습일지라도
결국 드러나는 살인자의 저수지 속 트렁크처럼
우리의 기억은 물 밑에 남아있다
그대로 두고 나아갈 수 있는가
하수구 거름망을 걷어내 청소를 하듯
눈을 감고
끈적하고 날카로운 기억을 꺼내어
흰 눈 위에 살며시 올려놓고 바라본다
그것이 얼마나 작은 것들인지를
지금 나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저 작은 것들이
나를 떠나지 못하게 하였음을
고백한다
매달린 절벽에서
이제 손을 떼고
눈이 내리는 흰 하늘로
2025. 2.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