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아버리고 싶지만 놓아버림이 힘들어 고민이라면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의 마음

by 이태화 작가


한 분의 고민을 들었습니다. 사생활 보호를 위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그 골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열심히 살았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부단히 걸어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습니다. 번번이 목표 바로 앞에서 되돌아서야 했습니다. 안 좋은 일은 한꺼번에 오는 걸까요. 삶의 다른 영역에서도 여러 가지 문제가 함께 발생했고, 그럴수록 더욱 목표에 집착하게 됐습니다. 많이 답답했습니다. 답을 찾고자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놓아버림이 필요함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야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게 안 됩니다. 놓아버림이 필요함을 머리로는 알겠지만, 어떻게 놓아버려야 하는지를 몰랐습니다. 목표 자체를 놓아버려야만 하는 걸까, 포기해야 하는 걸까...




각자의 상황은 다르지만 고민의 결은 비슷할 때가 많습니다. 이 분과 같은 고민을 안고 있는 분이 많을 겁니다. 자신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살아왔지만 오히려 반복된 실패를 겪었을 때, 자신의 희망이 무너졌을 때, 갑자기 감당할 수 없는 상황과 마주쳤을 때. 처음에는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의지를 다잡고 다시 노력합니다. 어느 순간 그것마저 지쳐버립니다. 끝내 놓아버림을 찾게 됩니다. 문제는 그 놓아버림조차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인간의 마음 속에는 재미난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기대'입니다. 기대는 사람을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마음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기대가 있기에 희망을 갖고 노력하지만, 기대가 있기에 실망합니다. 기대가 클수록 '만족스러운 미래'와 '불만족스러운 현재'의 간극이 커집니다. 하루빨리 현실이 되지 않은 미래에 낙담하게 되고, 받아들일 수 없는 현재에 불평하게 됩니다. 내가 바라는 모습이 있고 그걸 기대하기에, 혹여나 현실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불안하고 집착하는 겁니다. 놓아버림은 이와 같은 집착과 불안을 내려놓으라고 하고요.




분명 맞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놓아버림의 과정에서 한 번쯤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놓아버림이 필요한 상황에서 놓아버림의 중요성을 앎에도 놓아버림이 안 되는 건, 놓아버림 역시도 하나의 기대 혹은 또 다른 목표가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자! 책에서, 강의에서, 누군가가 말한 대로 부정적인 감정을 놓아버리겠어. 하나, 둘, 셋! 놓아져라, 얍!'




"음... 근데 왜 안 놓아지지? 이거 잘못된 거 아냐? 난 아직 힘든데? 난 놓아버림도 못하는 거야?"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했지만 많은 분들이 이와 같은 과정을 거칩니다. 마음이 힘들어 놓아버림을 추구했지만 그 놓아버림을 해내지 못해 또 마음이 힘들어지는, 이제는 놓아버림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나와 내 상황에 상심하게 되는 그런 현실을 마주합니다. 때로는 더 무기력해지기도 합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 때문에요.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저 역시 놓아버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기법들이 있습니다. 책을 찾아보고 자료를 검색하고 시키는 대로 해보고... 그럼에도 마음대로 되지 않아 더 파고들었습니다. 놓아버림을 더 잘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알려, 더 많은 것을 실천하려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놓아버림을 놓아버렸습니다. 오히려 그 방법론, 절차, 기대효과에 집착하고 있는 절 발견했거든요. 집착의 대상이 '목표'에서 '놓아버림(의 효과)'이 되었다는 게 아이러니하죠.




대신 저에게 도움이 된 건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몰라. 이게 나야. 그래서 뭐?"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고, 남들이 봤을 때 없어 보일 수도 있고, 가까운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열심히 한 것 같은데 되는 일은 없고... 뭐 이런 일이 다 있냐. 힘들지. 그런데 어쩌겠어. 지금 이게 내 모습인데. 지금 이게 내 현실인데. 마음에 안 든다고 한들 지금 당장 상황이 바뀌는 것도 아니잖아. 지금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고 한들 그 사람이 나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잖아. 이것도 내 모습이고 이것도 내 삶이야. 에이. 몰라. 그냥 내 삶 살면 돼."


대신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분명 지금 이게 내 삶이야. 그런데 나중에도 이 모습일까? 지금의 상황이 영원할까?"




책에서 본 아주 예쁘고 고상한 생각들을 뒤로 한 채, 오히려 솔직하게 내 마음을 털어놨습니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라며 세상을 두 눈 부릅뜨고 바라봤습니다. 그러니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과거에 그렸던 목표를 이루지 못한 저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나와 남의 기대에서 자유로워지고, 오히려 더 즐겁게 현실과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놓아버림은 현재의 자신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불안과 집착을 내려놓기 위해 싸우고 애쓰기보다는 그렇게 불안하고 집착하는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합니다. 대신 한마디 해주는 거죠. "So what? 그래서 뭐? 이게 내 현실인데 어쩌라고." 내 삶을 포기하는 게 아닙니다. 현실에 안주하는 게 아닙니다. 더 나은 나로 도약하려면 단단한 땅 위에 서야 합니다. 지금 내 두 발이 디딘 땅을 단단히 하고 있는 겁니다. 현실을 인정함으로써, 지금의 나를 받아들임으로써 말이죠. 이때 놓아버림도, 목표 달성도 쉬워집니다.




추신.

힘든 상황을 마주하고 놓아버림을 고민할 때, 대부분 혼자 어두운 방 안에서 더 깊은 생각에 빠져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놓아버림이라는 게 마음가짐으로도 되는 행위지만, 때로는 몸으로 더 잘 될 때도 있습니다. 노래방에서 가서 노래 하나 틀어놓고 가사 상관없이 신나게 하고픈 이야기를 잔뜩 내뱉고 오거나, 온몸으로 에너지를 발산하는 운동이나 놀이나 액티비티 무언가를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신뢰하는 사람을 만나 한 번쯤 속마음을 털어놔도 좋고요. 큰 도움이 됩니다. 억눌려왔던 감정을 그렇게 풀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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