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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Aug 14. 2022

4. 행운의 여신은 어디까지


  카투사와 상관없이 나는 이미 입영 날짜가 나와 있었다. 일반 보병으로 1월 초 입대였다. 추운 날 입대하면 고생한다지만, 그건 더울 때 입대해도 마찬가지 아닐까. 언제 입대하든 그때의 고생이 있겠지만, 전역 후 바로 복학할 걸 생각한다면 1월 입대는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깔끔하게 봄 학기를 시작할 수 있으니까.



  만약 카투사에 합격한다면 그에 맞게 일정이 조정된다. 사실 합격하기만 한다면 난 1월이든 뭐든 상관없었다. 20대 초반의 2년이라는 이 귀한 시기를 훨씬 더 알차게 보낼 수 있다면, 몇 개월의 입대 시기 차이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2개월이 지났다. 그제서야 카투사 선발 결과가 나왔다. 행운의 여신은 토익 시험까지였나 보다. 불합격이었다. 카투사 지원은 1회밖에 하지 못한다. 그러니 재도전이 불가능하다.



  가장 큰 희망이 사라졌다. 그럼 대신 일반 병사로 입대할 게 아니라 특기병이라도 찾아서 지원해볼까. 사회에서 써먹을 수 있는 기술을 익힐 수 있다면 그것도 나름 이로운 일이지 않나.



  하지만 이미 나와 있던 내 기존 입대 날짜는 1월 초. 카투라 선정 결과 발표는 12월 중순. 어느새 내게 남은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고, 그 사이에는 내가 지원할 수 있는 특기병 모집이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또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지금의 현실을 원망하는 것도, 카투사 선정 결과에 오류가 생겼다며 추가 합격 연락이라도 오길 기대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하루빨리 이 실망감을 내려놓고 머리 깎을 준비나 하는 것이었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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