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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Aug 17. 2022

10. 감각 없는 공대생, 군대에서 OO병 되다


  운이 좋았을까. 이런 마음을 실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



  당시 우리 부대에는 작업병이라는 게 있었다. 한 집단이 24시간 생활하는 곳이다 보니, 군인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전투 대비 훈련 외에도 수많은 일상 작업들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재봉틀로 군복을 수선하거나 계급장을 다는 오바로크병, 막사 주위의 잡초를 제거하는 예초병, 용접병, 보일러병 등이다. 이런 일을 담당하는 병사를 작업병이라고 통칭했다.



  이런 일 자체가 자신의 주된 업무인 병사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있던 곳과 같은 하급부대에선 사정이 달랐다. 기본 일과는 일과대로 하고, 대신 개인 시간을 할애해 추가로 부대에서 필요한 작업을 하는 게 작업병이었다. 일종의 부업이다.



  애초에 이런 작업을 주특기로 부여받고 우리 부대로 배치되는 사람은 없었다. 따라서 마치 도제제도처럼 선임 작업병이 후임을 뽑고, 함께 작업을 하며 노하우를 가르치는 방식으로 승계됐다.



  마침 병장 작업병 한 명이 이등병 중에서 새로운 후임을 뽑으려고 했었고, 내가 마음에 들었는지 작업병을 한 번 해볼 생각이 있냐고 넌지시 의사를 물었다.



  얼마 되지도 않은 개인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 일이다. 내가 잘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실제로 어떤 생활이 펼쳐질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결국 난 작업병이 되었다. 입대하기 전 내 목표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도전할 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난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병이 되었냐고? 어떤 곳에서는 ‘깍새’라고도 부른다. 이발병이다. 군인 아저씨들 머리 깎는 이발병. 



  참고로 난 단 한 번도 남의 머리를 깎아 본 적이 없다. 내 머리는 물론이다. 그런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다. 관련 기구를 손에 잡아본 적이나 있었을까. 손재주? 미적 감각?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하는 거다. 하면서 배운다. 그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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