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취침 시간은 22시다. 이 시간이 되면 다들 불을 끄고 잠을 청한다. 하지만 추가적인 작업이 필요한 경우나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 한해 1~2시간 정도 별도의 시간을 낼 수 있다. 그게 연등이다.
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하루하루 스릴 넘치는 이등병 생활을 하면서 주말에는 이발병 역할을 맡아야 했다. 그리고 어느새 잊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대대장님과 감히 약속한 5개월 내 책 50권 읽기 목표까지 달성해야 했다. 군 생활을 하면서도 자기계발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나로선, 적어도 일단 저질러 놓은 일들을 완수해야만 했던 나로선 연등 제도를 활용한 1~2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사정이다. 명문상 연등 제도가 있기는 했지만 실제로 이를 활용하고 있는 사람을 보지 못했고, 제도는 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당직 사관의 승인 하에 이뤄지는 것이었다. 국가대표 축구 경기라도 있을 때 아주 가끔 10시 조금 넘게까지 부대원들이 생활관 내에서 조용히 불을 끄고 TV를 볼 수 있게 해주는 것. 딱 그 정도까지가 실질적인 연등의 전부였다.
왜? 부대원들이 제때 수면을 취하게 해 전투력 손실을 막고, 비상시에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가급적 모든 상황을 통제 가능하도록 두는 게 군대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 부대원이 22시에 잠을 자지 않고 별도로 개인 시간을 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한다? 그것도 병장이 아닌 이등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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