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에게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매주 토요일 오전은 동아리 활동 시간이었다. 특별히 할 만한 게 없어 그냥 헬스 동아리에 들어갔다. 생활관 근처에 비닐 하우스처럼 만들어 놓은 빨래 건조장이 있었고, 그 안에 낡은 아령과 바벨 정도가 몇 개 있었다. 그마저도 당연히 선임들에게 우선권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대단한 시설은 없었지만 이렇게 깔짝깔짝이라도 개인적인 운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 헬스인들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시간만큼은 후임병들의 운동을 좋게 봐주고 권장하는 좋은 선임들이 몇 명 있었다는 것, 그리고 처음 의욕과 달리 막상 그렇게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
매일 작업과 훈련으로 몸을 써야 하는 상황, 대다수는 그냥 생활관이나 어디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 들어가 빨리 쉬고 싶어 했다. 선임들부터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점차 짬 순대로 복귀 시간이 빨라졌다.
그리고 이 속도가 가속될 수밖에 없는 요인이 하나 더 있었다. 제한된 기구와 열악한 환경에서라도 성실히 근력을 기르고 있는 한 무리의 집단은 누군가에게 참으로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다. 행정보급관이다.
평일 내 못다한 작업을 해결할 기회를 찾은 그는 만족스런 미소와 함께 종종 우리를 찾아왔다. 아니 우리를 찾아냈다. 비교적 사방이 개방된 비닐 하우스였던 탓에 찾아내기도 편했다. 마치 인력 사무소에서 오늘 작업에 필요한 인부를 데려가듯 그렇게 헬스인들을 데려갔다. 대신 일당은 없다.
헬스인들의 존립을 지키고자 얕고 귀여운 저항을 펼치는 최고참에게 그는 말했다.
“작업이나 운동이나 어차피 힘쓰는 건 똑같애~”
부대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분이다. 그가 그렇다면 그런 것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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