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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Oct 22. 2022

17. 너 혹시 플래시 해본 적 있니?


 그렇게 동아리 활동과 추가 작업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어서던 어느 날, 병장 한 명이 내게 다가와 물었다.



"너 혹시 사회에 있을 때 플래시 사용해본 적 있니?"



 나는 답했다



 "네, 해본 적 있습니다."



 여기서 플래시(Flash)란 무엇인가. 어도비 시스템즈(Adobe Systems)사에서 운영했던 멀티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으로 애니메이션, 게임, 비디오 등을 만드는 데 널리 사용되었다.





 뜬금없이 플래시가 언급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여기엔 배경이 있다. 당시 내가 속한 부대의 대대장님은 병영 문화 개선에 상당히 열정적이었다. 방송, 영상 등에도 상당히 관심이 많으셨는데, 이 열정과 관심이 합쳐 새로운 효과를 발휘했다. 병영 문화 개선을 위한 단편 영화를 제작해 장병들에게 보여주기도, 각종 교육 및 부대 홍보를 위한 영상 제작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때 마침 우리 포대에 디자인 감각이 뛰어난 선임이 한 명 있었고, 당연히 관련 작업에 끊임없이 불려 갔다.



 그렇다. 그 선임이 이 선임이다. 나에게 플래시를 해본 적 있냐고 물어본 병장. 당시 그 선임은 플래시 프로그램을 사용해 멋진 부대 홍보 영상을 제작해냈고 제작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제작해내야 할 텐데, 문제는 병장이란 것이다. 당사자에겐 비록 느리겠지만 어쨌든 하루하루 전역할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누군가는 그 작업을 이어서 해내야만 했다.



 그 방편으로 대대장님의 지원 아래 방송 동아리를 창설할 생각이었다.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 선임에게 사진, 영상 관련 노하우를 배워, 향후에 부대에서 필요한 작업을 해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말이 방송이고 동아리지 사실은 또 하나의 작업병 양성소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영상 작업병.



 그런데 마침 아직 군 생활이 한참 남은 내가 플래시 프로그램을 다뤄본 적이 있다고? 사실 여기서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했다. 선임은 나에게 플래시를 사용해본 적이 있냐고 물었다. 나는 정말로 사용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게 무슨 프로그램인가 싶어 궁금한 마음에 실행했다가 바로 닫은 적이 있지, 그걸로 작업물을 만들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솔직히 영상 파일을 저장하는 방법조차 몰랐다.



 그럼에도 무모하게 "네, 해본 적 있습니다"라고 말한 건 첫째, 부대 안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는 나의 목표가 떠올랐기 때문이고, 둘째, 이 활동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스킬은 사회에 나가서도 분명 유용하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공대생으로서 미적 감각도 음악적 감각도 부족하고, 영상 작업과 관련된 진로를 펼칠 가능성도 적지만, 그래도 최소한 헬스 동아리를 가장한 추가 삽질과 짐 나르기, 배수로 정리하기 등보다는 사회에서 써먹을 게 있을 것이다.



 졸지에 난 방송 동아리의 창립 멤버이자 영상 작업병 부사수가 되었다. 연봉 인상은 없지만 나름 스카웃이다. 헬스 동아리여 안녕.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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