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 방송 동아리원으로서 첫 시간이었다. 사수는 친절하게 플래시 프로그램의 기본 원리를 설명해줬다. 직접 제작한 부대 홍보 영상을 예시로 보여줬는데, 멋들어진 영상임에도 막상 제작 기법이나 적용한 효과는 기본적인 기능들을 바탕으로 한다고 말했다. 나타내기, 사라지기, 이동하기, 확대 및 축소하기... 기본 패턴만 잘 익혀두면 나머진 조금의 응용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영상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들으니 그래 보였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그래 보이기만 했다는 것이다.
처음 방송 동아리원이 되었을 땐, 선임에게 직접 플래시를 배우면서 영상 작업병 부사수로서 대대장님의 각종 작업에 함께 참여하리라 생각했다. 이게 외부와 단절된 군대 내에서 무언가를 학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지 않나. 하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았다.
일단 컴퓨터가 없었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동아리인데 컴퓨터가 없다. 말이 안 되는 일인데 말이 안 되는 그게 현실이었다. 사수가 플래시 프로그램을 보여준 것도 동아리 소유의 컴퓨터가 아니라 담당 간부의 개인 컴퓨터를 통해서였다. 그나마 그 간부가 자기 숙소에 우리를 데려와줘서 프로그램을 눈으로 보기라도 했지, 안 그랬으면 컴퓨터 프로그램을 말과 상상으로만 접할 뻔했다.
시간이 지나서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를 하나 확보할 수 있었는데, 정말 단 한대였다. 그런데 낡은 건 기본이고, 보안상 인터넷도 안되고 각종 프로그램에도 제한이 있었다. 모르는 걸 검색해볼 수도 없고 영상 제작에 사용할 소스를 따로 구할 수도 없다. 그 컴퓨터마저 내가 원한다고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여긴 학교도 PC방도 아니다. 군대다.
어떻게든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첫 휴가를 나갔다 오면서 얇은 기본서 한 권을 사 왔는데, 그게 부대 내에 존재하는 플래시 관련 유일한 자료였다. (책이라도 좀 두터운 걸 구해왔어야 했다. 캡처 화면이 많은 걸로. 이미지 트레이닝이라도 하게.)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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