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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태화 작가 Oct 24. 2022

22. 영상 작업병의 결말


 이후, 나와 같이 거의 맨땅에서 시작하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미리 부사수를 뽑았다. 나 역시 제대로 아는 게 없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거라도 공유하고 함께 공부해나가길 기대했다. 나도 아직 남은 군생활이 까마득하지만 후임의 경우 나보다도 더 군생활이 많이 남았으니, 어쨌든 시간을 투자하면 더 실력 있는 영상 작업병이 되지 않을까.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밤을 새 가며 작업을 하던 곳에 가보니 그 자리에 있던 컴퓨터가 통째로 사라졌다. 영문을 알 수 없어 행방을 수소문했다. 겨우 알게 된 소식으론 모니터는 위병소로, 본체는 또 다른 곳으로 보내졌다고 했다. 새로 오신 대대장님은 영상 제작에 관심이 없었고, 아마도 다른 곳으로 치우라고 지시했었을 것이다. 컴퓨터 비밀번호가 공유되지 않더니 이제는 이 소식도 사전에 공유되지 않았다.



 아무리 내가 책과 상상으로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부한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동아리 활동 시간에 컴퓨터도 없이 멀뚱멀뚱 앉아 있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다. 심지어 동아리 담당 간부조차도 상급 부대로 장기 파견을 나가면서 다시는 볼 수 없었기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그렇게 동아리는 완전히 해체됐다.



 처음 동아리를 시작할 땐 카메라 촬영도 배우고, '플래시'뿐만 아니라 전문 영상 편집 프로그램인 '프리미어'까지 익히는 장밋빛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을 그려준 사람들은 모두 떠났고, 남은 건 가시 돋친 줄기였다. 그래도 화려하진 않지만 작고 아담한 꽃잎 하나는 살짝 피워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작품은 만들어냈으니까. 그럼 됐다.



(참고로 이제는 어도비 사에서도 더 이상 플래시를 지원하지 않는다. 보안 및 기능상의 한계로 서비스가 종료된 것이다. 뭐, 플래시도 전역했다고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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