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마음으로 여러 도전에 임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기본은 주특기 작업과 훈련, 그리고 야간 근무였다.
주특기 작업과 훈련 만으로도 충분히 피곤했다. 힘을 써야 하는 일이 많고 온 몸에 흙과 기름을 묻힐 수밖에 없었으며, 부대에서는 인력이 그냥 놀고 있는 꼴을 못 봤기에 조금 여유가 생겼다 싶으면 어느새 새로운 작업에 끌려갔다. 게다가 아직 계급이 낮았기에 자유 시간에도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했다. 고참들 눈치는 기본이고 수시로 일꾼을 모집하는 외침이 들렸기 때문이다. 모집이긴 한데 자발적으로 지원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 그런 모집.
그래도 깨어 있는 시간에 하는 작업은 기본 체력과 젊음이라는 무기를 활용해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야간 경계 근무가 붙는 순간 피로는 배가 된다. 방전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인 수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어중간한 시간에 근무가 걸리면 자도 잔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날은 새벽 2시 타임에 당첨됐다. 모르는 사람이야 자다가 1시반에서 2시간 정도 잠깐 근무 다녀올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말할 수 있다. 실상은 다르다. 그 시간을 위해 대략 40분 전에는 먼저 일어나 준비하고, 다녀와서도 30분쯤이 지나서야 잠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명목상 22시~06시까지 취침이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는 하지만 몇 번 뒤척이다 끝나는 게 군인 대다수의 수면 현실이었다.
내가 자긴 잤었나 싶은 상태에서 찬물로 정신을 차리고 탄약고로 야간 경계 근무를 나갔다. 적막만 흐르기에 지루한 근무 시간. 하지만 적막만 흘러야 하는 근무 시간. 어김없이 그 적막 속을 지켜보던 순간, 나도 모르게 총을 잡은 두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적막이 깨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 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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